회의실에서 민망함을 삼킨 날

공적인 회의 자리였습니다. 외부에서 오신 처음 뵙는 분들, 그리고 우리 내부 직원분들이 함께한 자리였죠. 저는 부서, 나아가 회사의 입장을 대표해 한 가지 제안을 드렸습니다. 단기보다 중장기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는 사안이었고요. 그런데 그 제안은 단칼에 거절당했습니다. 회의는 계속 이어졌지만, 저는 그 순간의 단호한 거절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회의가 끝난 후에도, 퇴근 후에도, 계속 생각이 맴돌았어요.


"내 제안이 거절당한 것이지, 내가 거절당한 건 아니야"

단호한 거절을 받고 난 직후,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민망함이었습니다. 속으로 스스로를 다독였어요.
“제안이 거절된 것이지, 내가 거절된 건 아니야.”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서, 그 제안 자체가 틀렸다는 뜻은 아니야.” 일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의견을 내는 일이 많아지죠. 그리고 그 의견이 항상 받아들여지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때때로, 거절당한 '의견'이 아닌 '나 자신'이 부정당한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하비였다면 어땠을까?”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도 생각이 이어지자, 기록하고 마음을 정리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마음에서 떨쳐버리고 싶어.'라고 생각을 하는데 미드 <슈츠>의 하비 스펙터가 떠올랐습니다.

하비는 자기효능감이 매우 높고, 전략적 사고가 뛰어난 캐릭터입니다.

만약 하비가 그 상황이었다면 한 번 의견이 반대에 부딪혔다고 해서 그 장면에 계속 머무르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니, 의견이 거절되었다고 감정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은 상상이 안갔어요.

그라면 바로

“왜 저 사람은 그렇게 단호하게 이야기를 했을까?”
“이 제안은 지금 타이밍이 아닌가?”
“그럼 다음에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까?”

전략적으로 재정비하는 태도를 보였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바로 이 일을 바라보는 프레임이 '나의 개인의 문제'여서 '맥락의 문제'로 생각되었습니다.



'태도'가 존재감을 만든다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움츠러들기보다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는 매력적입니다. 그게 오히려 한 사람을 단단한 사람처럼 보이게 하잖아요.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은 생길 텐데, 그럴 때 당황해서 작아지기보다, 차분하고 태연하게 대응해나가야겠다. 그 순간의 표정과 자세, 분위기가 오히려 나라는 사람의 신뢰를 쌓는다는 걸 느꼈거든요. 의견이 받아들여졌는가보다 중요한 건, 그 일이 벌어졌을 때 내가 어떤 태도로 서 있었는가입니다.



이렇게 스스로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정리해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마음이 단단해진 느낌이 들었어요.

앞으로도 비슷한 일들이 생긴다면, 지금을 기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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