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등학교 50일, 아이는 자란다

한국에서 빛이는 어린이집 하원 시간에 제가 데리러 가면, 밝은 얼굴로 “엄마~!” 하며 달려오곤 했습니다. 하지만 9월 초, 미국 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하루 종일 긴장 속에서 지냈는지 하교 후 저를 봐도 표정이 굳어 있을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1~2주 전부터는 하교 시간, 저를 발견하면 “엄마~!” 하며 환하게 웃으며 달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마음이 놓이던지요. 마침 그 무렵 저 역시 내가 먼저 나의 하루를, 나를 밝은 에너지로 채워야지! 하는 마음으로 제 하루의 리듬을 다시 만들어가던 때였습니다.


빛이도 시간이 흐르며 학교의 시스템을 익히고, 자신만의 ‘학교 속 하루’를 만들어가고 있었던 거겠지요. 돌아보니 9월과 10월 사이, 아이가 성장한 부분이 보였습니다.


1. 언제가도 즐거운 놀이터


“화장실 가는 게 제일 재밌어.” 처음엔 이렇게 말하곤 했었어요. 화장실에 가면 수업시간에 뭔가 해야하는 것도 안해도 된다구하면서요. (그 말을 처음 들었을떄는 그날 잠도 잘 못잘정도로 마음이 아팠었습니다.) 아이와 함꼐 감사 저널을 쓰는데 ‘가장 즐거웠던 시간’을 그림으로 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럼 대부분 학교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노는 장면을 그리더라구요. 하교 후에도 친구들에게 먼저 “Let’s play!” 하며, 놀이공원에 온 듯 즐겁게 놀아요.


2. 익숙함이 만든 여유

학교에서는 아침식사를 선택할 수 있는데, 처음엔 ‘아침 먹을 사람~’이라는 선생님 말씀을 놓치고 못먹는것 같아서 집에서 먹기로 하였어요. 아이가 적응하느라 신경쓰고 있을텐데 매번 아침은 잘 먹었니, 왜 못먹었나 이야기하고 하는게 스트레스받는것 같아서요.


그런데 며칠 전엔 “오늘은 팬케이크래서 학교에서 먹었어!” 하더니, “엄마, 오늘은 학교 카페에서 아침 더 먹고 싶어.”라고 말하더라고요. 학교의 시스템을 이해하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되었어요. 아이에게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생긴 거겠지요.


3. 규칙을 이해하고, 참여하기


“나 학교에서 열심히 하는데 아직 칭찬 스티커 못 받았어.”라고 말하곤 합니다. 이 말이 오히려 제게는 안도감이 되었어요. ‘선생님 말씀을 잘 이해할까? 친구들 따라가기 벅차진 않을까?’ 처음엔 이런 걱정이 많았는데, 이 고민은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만큼 학교생활을 이해하고 참여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필드트립 서류 다시 내야 해.”, “도서관 책 내일 가져가야 돼.” 하며 선생님의 안내를 스스로 기억해 전해주기도 합니다.


등교 첫날부터 매일 씩씩하게 학교에 가는 아이가 참 대견하고 고맙습니다. 이제 빛이는 조금씩 자신의 하루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저 역시 저만의 하루 리듬을 쌓아가며, 아이와의 시간도 좋은 에너지로 즐겁게 채워가고 싶습니다.


10년 넘게 쉼 없이 달려온 시간 끝에, 지금 이 시간은 제게 ‘선물 같은 자유’입니다.

시간의 자유. 내가 원하는 일을, 내가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는 자유.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 하고 달려와 품에 안기는 이 시기에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 정말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기억해야겠어요.


저만의 시간도, 아이와의 시간도, 온전히 느끼고 누리며 보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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