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하는 순간, 내 표정은 어떠한가요?

'하루가 투두리스트의 미션들로 채워진 것 같았다. 직장에서의 업무는 물론이고, 퇴근 후 집에서도 육아의 미션들이 있었다. '육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많이 쓰이고 있으니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겠지.'


1-2년 전 저의 마음속 이야기입니다. 제 주위의 부모들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뉘어 보였어요. 육아의 고단함 속에서 아이와의 소중한 순간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부모. 그럼에도 아이와의 사랑스러운 순간을 누리는 부모. 그런데 대부분은 전자였어요. 저 역시 그중 한 명이었기에, 나는 육아와는 안 맞는 걸까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흔히,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손주를 더 예뻐한다는' 고들 하죠. 아이를 키우는 고생 없이 사랑만 마음껏 줄 수 있어서라고요. 부모들은 현실적으로 일하랴, 아이 챙기랴 마음껏 예뻐할 물리적, 심리적 여유가 없다는 말도 함께 합니다. 그리고 저도 하루의 할 일들에 치여서 순간을 누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아이와의 소중한 순간을 누리고 있는 부모들도 있었고, 저도 그런 부모가 되고 싶었어요.


어느 방송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부모님께 제일 바라는 것은?'이라는 질문을 하는 걸 본 적 있습니다. 장난감? 놀이공원? 무엇일까? 싶었는데 놀랍게도 '부모님의 웃는 모습이요'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어요. 순간 저의 표정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무언가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유쾌한 분위기.' 제가 꿈꾸던 집의 모습이었지만 현실은 달랐어요. 아이와의 목욕시간은 빨리 해치워야 할 일이었고, 아이가 감정이 삐끗해서 짜증 내는 모드가 되면 부모로서 소진되어 감정적으로 버거워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와의 순간'을 누리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제가 꿈꾸는 분위기가 일상에 스며들고 있음을 느껴요.


당시를 생각해 보면 아이와의 시간뿐만이 아니라 저의 하루 자체를 경험이 아닌 처리하는 것처럼 보내고 있었습니다. 하루를 그냥 흘러 보내고, 삭제되는 것 같은 기분이 아니라, 하루하루 뿌듯하게 보내고, 미소 지으며 잠들고 싶었어요. 하루를 온전히 누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는 하루의 에너지를 높이기 위해 쓰기 시작했던 감정저널, (느낌표로그라고 이름 붙였습니다.)을 통해 흐릿했던 제 하루가 선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하루가 '출근-육아-잠'의 무한 굴레로 끝나버리는 것 같았거든요. 하루를 미션처럼 대하면 시간은 그냥 쑥 지나가 버립니다. 그 안에 분명 존재했을 좋았던 감정과 즐거운 장면들을 놓친 채로 말이죠.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어느 토요일 오후, 하루를 돌아보았습니다. 원래는 아이와 함께 영화를 볼 계획이었어요. , 아이가 목이 아프다고 하여 취소해야 했습니다. 병원에 다녀와 점심을 먹고, 아이를 낮잠 재운 뒤 글을 쓰고, 언뜻 보면 특별할 게 없는 하루였죠.

그런데 찬찬히 들여다보니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마주한 설산의 풍경을 보고 감탄했던 게 떠올랐어요. “와, 정말 예쁘다. 눈 쌓인 산 좀 봐.” 그러자 아이가 말했어요. “너무 예뻐서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아!” 그 순간 ‘나보다 더 감성적이네. 이런 표현은 어디서 배웠을까? 아, 오늘 아침에 읽은 책의 영향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병원 가기 전에 아이와 프란 핀타데라(Fran Pintadera)의 『엄마, 우리는 왜 울어요?』라는 그림책을 읽었답니다. 그리고 ‘그림책이 정말 좋아서 필사해야지 생각했는데, 지나칠 뻔했네’라고 생각했지요. 오늘을 들여다보니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감탄한 시간이 있었고, 보물 같은 아이의 말을 발견했고, 수집하고 싶은 문장이 있는 그림책을 알게 되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기록하지 않았다면, 영화 보려다 빛이 아파서 못 보고 병원 갔다가 쉬었던 하루로 지나쳤을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 버렸겠지요. 그런데 하루의 느낌표를 찍었던 순간을 들여다보니 반짝이는 순간들이 있었던 하루였어요.


그렇게 '느낌표로그'를 통해 하루를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즐거웠던 순간은 언제였지?' '오늘 오전 일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꼈었지?'

20260210_스마일_언스플래시.png Unsplash


하루를 곱씹고, 좋았던 감정을 되돌아보고, 그 장면을 문장으로 붙잡아두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그러자 하루가 더 선명해졌어요. ‘좋은 순간을 알아차리는 안테나’가 조금씩 발달한 것이죠.

예전에는 감정을 기록할 때 시간이 흐른 뒤 '그때 그랬지'가 많았다면, 이제는 순간 속에서 바로 느끼는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아 지금 이렇게 글 쓸 수 있는 시간이 정말 소중해. 몰입하는 기분이 좋아.' '우리 빛이, 나랑 장난치면서 양치질하는데 저 신나고 귀여운 표정. 하, 지금을 영상으로 영원히 남겨놓고 싶다. 이 작고 어여쁜 사람이, 언젠가 품 안에 쏙 들어오지 못하도록 크겠지?'


아이와의 시간에 아이의 눈을 더 바라보게 되었어요. 그 순간에 머물고, 그 안에서 소중함을 느꼈어요. 전에는 '양치 빨리하고 학교 늦지 않게 준비해야지'라며, 마음이 늘 미래의 할 일에 가 있어 현재를 놓치곤 했습니다


아이와의 순간에 더 머물게 되면서 저의 표정은 더 밝아지고, 부드러워지고, 웃음이 많아졌습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순간, 내 표정은 어떠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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