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속의 섬은 내게 피난처가 되어주었다

마음을 내려놓는 공간을 그리다

by Miyuki


나 혼자의 힘으로 살아 보겠다고 무작정 나왔던 그 때, 그 시골집은 정말이지 엉망이었다. 먼지 쌓인 가구들이 제멋대로 사방에 널려있었고, 내 몸 하나 뉠 곳 없는 형편없는 곳이었다. 그래도 나는 이 곳이 어쩐지 마음에 들었다. 이 곳에서는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저 앞으로 살면서 하나씩 치우고 고쳐 나가면서 내 마음대로 길들이는 수 밖에.


그 집에서는 적어도 40분 정도는 운전해서 나와야 겨우 작은 도시가 나왔다. 집 근처에 인가라고는 딱 한 집이 있었는데 그마저도 그 집 사람들이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아 너른 들판 한 가운데 폭 쌓여있던 그 집에서 나는 혼자서 꼬박 거의 일년 반을 산 셈이다.


그 집이 마음에 든다하여 아무런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앞으로 무엇을 하며 먹고 살아야 할 지 막막했다.


삶에 대한 걱정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 시절 나는 근원은 알 수 없으나 그 어떤 영적인 존재가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그 존재에 가 닿으면 그가 내게 무슨 이야기라도 해 주지는 않을까 내심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어느 날인가 시골집에 앉아서 무작정 눈을 감고 그 근원이 닿을 것 같은 곳을 막연히 상상하며 머릿 속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내 직관이 만들어 낸 그 곳은 물가였다. 물은 사방으로 흘러 나가 광활해 보였고 물의 한 가운데에는 섬이 있었다. 섬의 무성한 나무들이 가지를 물가 쪽으로 시원하게 드리우며 거대한 그늘을 만들었다. 그 섬은 물 한 가운데에서 오아시스처럼 생명이 넘치는 공간이었다.


어째선지 나는 거의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 삼십분 쯤 물 한 가운데에 자리한 그 섬을 떠올리곤 했다. 내 시야는 항상 그 섬의 맞은 편에서 시작되어 섬을 바라보는 각도로 마주했다. 나는 그 풍경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동일한 이미지를 떠올리며 넘치는 생각들을 그저 흘러가게 내버려 두었다.


바람에 밀린 얕은 파도가 섬으로 계속해서 밀물과 썰물을 만들며 잔잔히 철썩거렸다. 고요한 미풍이 파도를 실어 나르면 물과 섬이 만나는 지점에서는 물을 잔뜩 머금었다가 토해내기를 반복했다.


나는 맞은 편에서 그 섬을 바라보며 잔잔히 불어오는 바람을 피부로 느끼며 시야를 꽉 채운 그 섬의 풍경을 눈에 담고는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하루 종일 멈추지 않던 걱정과 생각을 비우고 고요한 평화로 그 자리를 메꾸어 나갔다. 그 섬은 끝없는 걱정으로 쉬이 멈추지 않던 머릿 속을 차츰 비워냈다. 언제 그런 걱정이 있었냐는 듯 무겁던 마음은 파도와 바람에 점점 희미해지고 가벼워졌다.


일년 반 동안 그 섬은 내게 피난처이자 휴식처였다. 생각이 넘쳐 삶이 버거워질 때마다 나는 그 섬을 찾았다. 그 섬은 여전히 내 머릿속에 선명한 이미지로 남아있다. 나는 생각이 멈추지 않는 날 또다시 그 섬으로 피정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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