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아버지가 다녀가셨다.
죽으면 어디로 가는걸까?
죽음 이후의 세계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현재의 삶이 불만족스러워서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지난 한 해는, 살아서 숨 쉬는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그 너머의 미지의 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전에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었던 이 질문이, 아버지와의 갑작스러운 이별 후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사건을 겪지 않았더라면, 저는 굳이 죽음이라는 심연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버지와의 마지막 순간은, 제게 너무나 낯설고도 기이한 경험으로 다가왔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제 아버지가 이 세상을 떠나며 딸에게 찾아와 남긴 마지막 숨결같은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믿어봅니다.
그날도 저는 여느 날과 같이 헬스장의 러닝머신 위에서 걷고 있었습니다.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습관처럼 유튜브 영상을 탐색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알고리즘은, 제가 한 번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낯선 영상을 추천했습니다. ‘죽음’이라는, 무겁고도 숙연한 주제의 이야기였습니다. 묘한 이끌림에, 제목을 클릭하는 순간, 주변의 공기가 낯설게 변했던 기억이 납니다.
영상은 말기 암으로 고통받던 인도 여성, 아니타 무르자니의 임사체험 기록이었습니다. 그녀는 30시간 동안 의식을 잃은 채 죽음의 문턱을 넘어섰고, 그곳에서 경험한 세계를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홀린 듯 영상을 반복해서 시청했고, 결국 그녀의 책까지 찾아 읽었습니다. 그 며칠 동안, 저는 마치 죽음의 세계에 붙들린 사람처럼, 그 신비로운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희미하게만 존재하던 사후 세계의 그림자가, 그녀의 경험을 통해 선명하고 또렷한 색을 입혀가는 듯했습니다.
이틀 뒤, 뒤늦게 아버지의 부고를 전해 들었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받을 엄청난 충격을 염려하여 차마 제 때에 소식을 전하지 못하셨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함께 살던 사촌동생은, 긴 망설임 끝에 제가 되도록 빨리 아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여 힘겹게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그대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저를 둘러싼 세상은 그날 이후로 순식간에 끝을 알 수없는 어둠 속으로 깊이 침잠했습니다.
장례 절차를 모두 마치고, 겨우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문득 가슴 깊은 곳에서 하나의 생각이 조용히 떠올랐습니다.
‘아...아버지께서 그때 내게 오셨던 거구나. 그 며칠 동안 내가 그토록 몰입했던 이야기들, 그것이 아버지께서 남기신 마지막 메시지였구나.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그 세계는 어떤 모습인지...당신의 딸에게, 마지막으로 알려주고 싶으셨던 거구나.’
저는 그 경험이 단순한 우연이라고 감히 단정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분명, 아버지께서 제게 남기신 마지막 당부와도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통해, 저는 아버지께서 홀로 가신 그 길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위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그녀, 아니타 무르자니가 묘사한 죽음 이후의 세계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 세계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그곳은 빛으로 가득한 세계였다. 눈이 부실 정도로 찬란했지만, 이상하리만큼 눈부시지 않았다. 무지갯빛이 끊임없이 퍼지고 흘렀고, 색은 머무르지 않고 변화하며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처럼 나를 감쌌다. 위아래의 개념도, 땅도 하늘도 없었다. 나는 단지 ‘존재’하고 있었고, 내 존재는 형태 없이 자유로웠다. 무한히 확장되는 공간 속에서 나는 나이면서 동시에 모든 것이었고, 고독하지 않으면서도 완벽하게 나 혼자였다.
말은 필요 없었다. 마음이 닿기만 하면 사랑과 이해가 그대로 전해졌다. 그곳엔 두려움도 판단도 없고, 오직 무한한 수용과 조건 없는 사랑만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었고, 그 연결은 따뜻한 에너지처럼 느껴졌다. 그 에너지는 설명할 수 없는 평안함을 주었고, 나는 처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나’로 완전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풍경은 현실 같지 않았다. 하늘 없이도 빛은 있었고, 꽃은 바람 없이도 피어올랐다. 물은 흐르되 젖지 않았고, 음악은 들리지 않았지만 내 가슴은 끝없이 울렸다. 시간은 멈춰 있었지만 동시에 모든 순간이 존재했다. 과거와 미래가 겹쳐져 나를 감싸고,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이해할 수 있었다. 지혜는 질문보다 빨랐고, 깨달음은 숨을 쉬듯 자연스러웠다.
그곳은 죽음이 아닌, 생의 본질이 머무는 곳이었다. 삶의 이면, 진짜 내가 존재하는 곳. 거기서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우리는 사랑이었고, 우리는 본래 완전한 존재였다.
그녀의 이야기가 그토록 소중했던 이유는, 저에게는 간절한 확신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께서 홀로 떠나신 그곳이, 적어도 이 세상의 모든 고통과 슬픔에서 벗어나 편안히 영원한 안식을 누릴 수 있는 따뜻한 장소이기를 바랐습니다. 끝없는 사랑 속에서 평안하고,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그런 곳이기를 간절히 염원했습니다.
언젠가, 저 역시 이 곳에서의 삶이 다해 그곳에 닿게 되면, 다시 아버지를 마주하며, 환하게 웃으며 해후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때는 아버지의 깊은 눈빛 속에서, 세상의 어떤 언어보다 더 깊은 사랑과 위로의 말을 들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빠, 잘 지내?
나는 아빠 없는 세상에서 그럭저럭 지내.
처음엔 진짜 힘들었는데,
시간 지나니까 좀 괜찮아지더라.
그래도 여전히 자주 아빠 생각나서 눈물 날 때가 있어.
아빠 없는 이곳이 아직도 어색한데,
웃긴 게 뭐냐면 아빠 기억은 점점 더 선명해져.
같이 얘기하고, 따뜻하게 말해줬던 거...
그게 다 내 맘속에 있어서, 힘들 때마다 위로가 돼.
아빠가 마지막으로 찾아와서 이야기해 준
그 곳에서 이제 편하게 쉬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좀 마음이 놓여.
이 세상에서 아빠 진짜 고생 많았잖아.
이제 거기서는 아무 걱정 없이 편하게 지내.
아프지도 말고, 슬프지도 말고.
나중에 나도 아빠 곁으로 가서 다시 만나면
활짝 웃으면서 인사하자.
그때는 서로 눈만 봐도 다 알 수 있을 거야.
아빠, 나 키우느라 고생 많았어.
사는 날 동안 사랑하고 사랑받아 감사해요.
그 사랑, 잘 간직하고 나누며 살아갈게요.
거기서 편히 쉬어. 그리고...나중에 만나. 안녕.
당신의 하나뿐인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