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진 손끝에 묻은 우리의 평화로웠던 시간
아버지가 다리를 크게 다치신 이후, 나는 아버지를 자주 병원에 모셔다 드리곤 했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늘 “바쁜데 미안해서 어쩌냐”라고 말씀하셨지만, 차 안에서 딸과 함께하는 시간을 나름 즐기시는 듯했다. 차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병원까지의 시간을 여유롭게 흘려보내곤 하셨다.
어느 날, 병원에서 수술 날짜를 받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문득 근처에 있는 한국식 프라이드치킨집이 떠올랐다. 아버지는 늘 엄마가 해주시는 집밥만 드셨고, 함께 외식한 기억도 드물었다. 문득, 내가 사드리는 새로운 맛을 한 번쯤은 경험하게 해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잠깐만 여기 계세요.”
나는 차를 세우고 치킨집에 들어가 바삭하게 튀겨낸 치킨을 한 상자 사들고 나왔다. 그리고는 차 안에서 기다리고 계시던 아버지께 갓 튀긴 치킨 상자를 건넸다.
“치킨은 막 튀겼을 때가 제일 맛있대요.
닭다리 얼른 하나 드셔보세요.”
아버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래?” 하시며 닭다리를 손에 드셨다. 그리고는 그걸 쥐시곤 그 자리에서 뼈를 바르며 아주 맛있게 드시기 시작했다.
바삭한 튀김가루가 아버지 무릎 위로 우수수 떨어졌지만, 나는 그 모습을 보는 게 그저 기뻤다. 내가 사드린 음식을 그렇게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는 게 그저 흐뭇했다.
운전대를 잡은 채, 슬쩍 곁눈질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정말 진지하고도 열심히 닭다리 하나를 벌써 해치우고 계셨다. 그 모습이 참 맛있어 보여서 물었다.
“그렇게 맛있어요?”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시며 “맛있다” 하셨다. 아버지께 “저도 한 입만요”라고 말하자 아버지는 내게 뼈 없는 살코기 부분을 상자에서 골라서 내 손에 건네주셨다.
갓 튀긴 치킨은 과연 바삭하고 짭짤했다. 입안에서 기름진 풍미가 퍼지는 동시에, 마음속 어딘가가 간질간질해졌다. ‘이게 얼마 만에 아버지와 단둘이 나눈 식사였을까’ 생각하며, 나도 천천히 한 입을 베어 물고는 씹었다.
그렇게 우리는 차 안에서 잔뜩 기름진 손으로 치킨을 뜯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한 아버지는 무척 신이 나서 엄마에게 말했다.
“얘가 치킨 사줘서 먹고 왔다!”
그러면서 남은 치킨 상자를 엄마께 내밀었다. 하지만 엄마는 볼멘소리로 말했다.
“자기들끼리만 맛있는 거 먹고 와서는 다 식어빠진 걸 나보고 먹으라고?”
그리고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
“아주 지 아빠랑 딸이랑 하는 게 똑같네…”
그 말이 이상하게 가슴에 남는다. 맞다. 나는 아버지와 참 많이 닮았다.
그래서일까. 갓 튀긴 치킨을 보면 이젠 아버지가 떠오른다. 기름진 손으로 닭다리를 잡고, 흐뭇한 얼굴로 뼈를 발라 드시던 내 아버지.
한 입 한 입을 즐기며, 어쩌면 그날 나와 함께한 짧은 외출이 아버지는 제법 좋았을지도 모른다. 더 자주 모시고 나가서 맛있는 음식 많이 사드릴 걸…
그날의 아버지는, 참 맛있게 치킨을 드셨다. 그 모습이 아직도 어제처럼 기억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