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엔 까미노, 그 길 위에 서다.
물질은... 얼마나 더 가져야 만족할 수 있는 걸까?
허전한 마음은 물건으로 채워질 수 있을까?
그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는 요즘, 우연히 한 유튜브 채널을 알게 되었다. 미니멀 유목민. 화려한 소비와 물건에 대한 집착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이들은 정반대의 삶을 살아간다.
8kg짜리 배낭 각각 하나. 그게 이 부부가 가진 전부다. 옷 몇 벌, 꼭 필요한 생존 도구 몇 개. 그리고 그 외의 모든 것은 싹 다 비워냈다. 이들은 이 가벼운 짐으로도 모자라 집도 절도 없이 전 세계를 떠돌아다닌다. 처음엔 그저 신기했다. 그런데 영상을 하나, 둘 보다 보니 내 안에 잠자고 있던 무언가를 건드린 것 같다.
나는 내 공간을 둘러본다. 예쁘다는 이유로 산 물건들, 언젠가 쓰겠지 하고 쌓아둔 물건들, 비슷한 것들을 반복해서 사들인 흔적들. 그 많은 것들 속에서 정작 나는 한 번도 충분했던 적이 없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남편 혼자 ‘아무것도 없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장면이었다. 길에서 마주친 순례자들은 하나같이 묻는다.
“정말 짐이 하나도 없어요?”
“이 길을 빈 손으로 걷고 있는 건가요?”
그렇다. 그는 정말 아무것도 없이, 그저 걷고 있었다. 그의 가벼움 앞에 감탄하며 경외심이 들었다. 한 달 가까운 여정 동안 아무것도 없이 그 길고도 험한 여정을 걷는다는 것이.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짐도 내려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발걸음은 너무나도 가벼워 보였다.
그들의 여정에는 많은 배움이 있다. 때로는 나이가 지긋한 지혜로운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과 소중한 시간을 함께 나누며, 가볍게 걸어가되 깊게 살아가는 법을 하나씩 배워 나간다. 그들의 여정을 보며 나 역시 생각해 본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려야 할까.
요즘은 ‘돈’이라는 단어가 온통 세상을 뒤덮고 있다.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요즘, 어쩐지 소중한 가치들이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기분이 든다. 가진 것은 많은데, 왜 자꾸 마음은 비어있는 기분이 드는 걸까. 물건은 잠시의 위로가 될 수는 있겠지만, 오래도록 지속되는 힘은 없는 것 같다.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위를 걷는 나를 상상해 본다. 누구와 함께 걷든, 나는 그 길 위에서 내가 가진 짐을 하나씩 버리리라. 그러기 위해서는 덜어내고, 남기고, 비워내는 연습을 지금부터라도 해야 한다.
요즘 같이 머리가 복잡할 때 마침 그의 여정을 통해 나의 여정을 다시 한번 비추어 본다. 그는 지금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이 비워내도 괜찮다고 말한다. 나는 그의 말에 힘을 내어 그 길 위에 선다.
부엔 까미노!
부디 내 남은 여정이 조금 더 가벼워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