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날엔 너의 체온이 날 일으켜
오늘 아침도 여전히 무거운 몸을 일으키기가 힘들다. 그런데 뭉치, 너는 새벽 내내 내 옆을 파고들어, 대책 없는 체중으로 나를 꼭 껴안듯 눌러주더라. 그렇게 또 하루가 시작되었지. 일어나야 할 이유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 너의 무게에 밀려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그래, 뭉치야. 오늘도 네가 나를 일으켜 세웠어. 네 까맣고 하얀 털 사이로 보이는 짙은 갈색 눈동자. 어릴 적부터 초점이 잘 맞지 않아 사람들은 종종 물었지.
“이 고양이... 혹시 사시예요?”
시력은 흐릿했지만, 사냥 실력은 또렷했어. 네가 물어온 새와 쥐들이 우리 집 문 앞에 전시되어 있을 때마다, 나는 네가 나에게 ‘고마우냥’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 마음이 복잡하면서도 웃음이 나왔어.
네가 그렇게 잘 먹고, 또 남의 밥까지 뺏어 먹어서 비대해졌어도 나는 네가 너무 사랑스러워.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가느다란 목소리로 “앵~” 하고 나를 불러서는, 쓰다듬어 달라고 얼굴을 들이밀던 너. 어떻게 이런 너를 쓰다듬지 않을 수가 있겠니.
사람을 만나고 오면 마음이 때때로 무거워질 때가 있어. 이번 토요일에도 등산 모임에 나갔는데, 새로운 사람들 틈에 있다 보니 주말 내내 에너지가 탈탈 털렸어.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사람에게 지치는 이 모순적인 상태, 뭘까. 그래서 일요일 초저녁, 나는 그대로 소파에 쓰러져 잠들었지. 새벽에, 짓눌린 느낌에 깨어보니 네가 나를 꼭 눌러주고 있더라. 말 그대로 ‘묵직한 위로’였어.
지금 생각해 보면, 뭉치야. 네가 항상 그런 시간이 필요할 때마다 옆에 있었던 것 같아.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날조차, 나는 너와 함께 ‘뭉치 타임’을 보내고 있었던 거지. 너의 무게, 그르렁거리는 소리, 따뜻한 체온이 나를 다시 숨 쉬게 했어.
사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날... 너도 함께 사라졌었지. 나는 장례를 치르러 급히 내려가야 했고, 너를 찾을 여유조차 없었어. 사촌 가족에게 너를 부탁한 채, 마음 한편은 조마조마했지. 혹시 아버지와 너, 두 존재를 한꺼번에 잃는 건 아닐까 싶어서. 장례가 끝나고 돌아온 집에서, 너의 빈자리까지 마주했을 땐... 이미 무너진 마음이 더는 버틸 힘조차 없었어.
“아...내가 사랑하는 존재를 동시에 잃었구나.”
한참이 지난 어느 날 새벽. 창밖에서 들리는, 희미하지만 분명한 너의 ‘야옹’ 소리. 선잠에서 깨어 나는 곧장 문을 열었고, 거기 너는 앙상하게 뼈만 남은 모습으로 서 있었지. 도대체 어디에 갇혀 있었던 거야, 뭉치야. 나는 뼈만 남은 너를 안고,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어. 정말... 살아 돌아와 줘서 고마워. 병원에 데려가 약을 먹이고 정성껏 보살핀 끝에, 너는 금세 예전의 체중을 되찾았지.
그런데 말이야, 뭉치야. 너를 다시 마주했을 때, 잠깐이지만 나 사실은 이런 생각도 했어. 혹시 네가 그동안 아빠를 만나러 갔던 건 아닐까? 어딘가 아주 멀고 아득한 곳에서, 나대신 아빠를 조용히 배웅하고 다시 돌아온 게 아닐까 하고.
말도 안 되지. 하지만 그때는, 제정신이 아니었던 나는 말야. 그런 생각마저도 내겐 위로였어. 아빠는 잘 떠나셨구나, 너처럼 따뜻한 존재가 마지막까지 함께했을 거야. 그렇게 상상하자, 그제야 조금 숨을 쉴 수 있었어.
뭉치야, 그래, 너 많이 먹어도 괜찮아.
하지만 이제 다른 고양이 밥은 좀 참자?
밤마다 내 곁에서 등을 붙이고 자는 너. 사실 그 체온이 나에게 얼마나 큰 위로였는지 너는 모르지? 네가 사라진 한 달이 넘는 동안 나는 홀로 자고 홀로 깨어났어. 그 빈자리에서, 네 존재가 얼마나 큰 지 절실히 깨달았지.
처음으로 내가 데려와 키운 반려묘, 뭉치야. 너는 이제 가족이야. 나의 아침을 깨우고, 사람에게 지친 나를 어루만져 주고, 슬픔 속에서도 나를 다시 일으켜 준 존재.
미친 존재감의 거대 고양이 뭉치야. 고마워. 그리고 앞으로도 내 아침을 부탁해. 너의 체중 없이 이제 난 일찍 일어날 수 없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