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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리 Jan 09. 2019

잘츠부르크 테마는 지금도 사운드 오브 뮤직

11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몬드제, 장크트 길겐

어린 시절 줄리 앤드류스와 일곱 명의 아이들이 나오는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 영화 비디오테이프를 수도 없이 돌려 보았다. 온 가족이 참 좋아했고 도레미송을 비롯하여 노래도 다 외우다시피 했다. 그 영화의 배경이 된 도시가 잘츠부르크다. 당연히 관광 일정도 영화에 나오는 장소들을 다니게 되었다. 1965년에 나온 영화였으니 50년이 넘었음에도 세계에서 모여든 관광객 상당수가 그 영화 촬영지를 쫓아다니고 있다. 17년 전 배낭여행을 하면서 들렀을 때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라는 반나절짜리 버스 투어를 했었는데, 지금도 그런 버스들이 수없이 다닌다. 투어 상품도 훨씬 다양해진 것 같다. 자동차 여행의 장점을 살려 자유롭게 우리만의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를 계획했다. 투어 상품 중에는 자가용으로 한 팀만 데리고 다니는 프라이빗 투어도 있는데, 우리 가족끼리 진짜 프라이빗 투어를 해 봤다.


우리 가족의 잘츠부르크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 코스는 1박 2일로 진행되었다. 전날 잘츠부르크에 진입하자마자, 숙소보다 먼저 헬브룬 궁전 정원에 있는 유리 정자를 찾아가는 것이 시작이었다. 다음 날 오전에 시내를 돌아보고 오후에 잘츠카머구트로 나가, 영화 속 경치 좋은 장면들을 찍었다는 장크트 길겐까지 다녀왔다. 

헬브룬 궁전 정원의 유리 정자, 미라벨 궁전 옆 정원의 계단 위 풍경

첫날 1. 헬브룬 궁전(Hellbrunn Palace) 정원 유리 정자 - 원래 폰트랩 대령 집으로 나온 저택 정원에 있었으나 이곳으로 옮겨서 복원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영화에 나온 것보다는 훨씬 커 보이는데 확대 복원한 모양이다.

  

첫날 2. 미라벨 정원(Mirabell Garden) - 도레미송 장면 재연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공원이다. 여기저기 영화팬이 분명한 촬영객들이 가득하다. 줄리 앤드류스가 고음을 지르던 계단 위에서 줄 서서 사진을 찍었다.

 

레오폴드스크론 궁전 앞 호수의 아침, 논베르그 수녀원 교회와 바깥 풍경

둘째 날 1. 레오폴드스크론 궁전(Leopoldskron Palace) 앞 호숫가 - 대령 집으로 나온 곳이라 촬영 장면도 많은데, 커튼 옷 입은 아이들이 물에 빠지던 장면이 바로 떠오른다. 지금 이 궁전은 Villa Trapp이라는 호텔이 되었는데 투숙객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일부러 아침 일찍 들러 호수 건너편에서 맘껏 감상했다. 


둘째 날 2. 논베르그 수녀원(Nonnberg Convent) - 마리아가 지각도 하고, 수녀들이 노래도 부르던 그 수녀원 장면을 찍었다고 한다. 실제 대령과 마리아는 이곳에서 결혼했단다. 생각보다 작고 소박한 수녀원이었다. 지대가 높아 멀리 산 경치가 잘 보인다. 문득 마리아가 노래 부르다 달려오기 시작한 산이 저 멀리 보이는 산 중 하나라며 슈퍼우먼이었나 보다고 농담하던 옛 투어 가이드가 생각났다. 

지금은 축제극장인 옛 암벽 승마학교

둘째 날 3. 축제극장(Festival Theater), 옛 암벽 승마학교(Rock Riding School) - 8월의 음악축제 기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한번, 오후 2시에만 가이드 투어로 들어가 볼 수 있다. 시간 맞춰 도착해서 축제극장 구역 전체를 투어 했다. 에델바이스 노래를 포함해서 음악제 장면이 나오는 암벽 승마학교 개조 극장은 하필 무대 세팅 때문에 전면 촬영이 불가능했다. 영화가 아니더라도 특색 있는 공연장으로 구경할 만하다. 


둘째 날 4. 몬드제(Mondsee)의 성당 - 같은 이름의 호수 끄트머리에 있는 이 작은 마을에 궁전 급의 저택이 있고 이 성당이 딸려있다. 마을 크기를 생각하면 상당히 큰 성당이다. 영화 속의 결혼식 장면 덕분에 결혼식 명소가 되었고 더 화려해진 듯하다. 몬드제 호수도 마을의 유원지로 제격이었다. 

몬드제의 결혼식 성당과 호숫가 경치

둘째 날 5. 장크트 길겐 (St. Gilgen) - 근처의 다른 호수 끄트머리에 있어서 돌아오는 길에 들렀다. 피크닉 장소를 찍은 산이 근처에 있다고 하는데 경치는 어딜 봐도 절경이었다. 투어의 여유로운 마무리.


사실 잘츠부르크는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 말고도 유명한 아이템이 많은 도시다. 무엇보다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다. 수녀원을 보고 오후 2시의 축제극장 투어를 기다리는 사이에 중앙 골목에 있는 모차르트 생가도 빠뜨리지 않고 구경했다. 모차르트의 도시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모차르트가 곳곳에 있다. 모차르트 다리, 모차르트 동상이 있는 광장을 지나 모차르트 생가에 이른다. 길목마다 모차르트 초콜릿을 판다. 밤마다 모차르트 음악회도 열린다. 다른 도시들은 모차르트가 잠시 묵은 곳도 다 모차르트 기념관이 된다. 그런 마당에 태어난 곳을 보유했으니 모차르트 기념의 원조를 주장해도 무리가 아니었다. 

모차르트 생가, 모차르트 광장, 모차르트 다리, 모차르트 초콜릿

모차르트나 사운드 오브 뮤직 같은 문화적인 자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잘츠부르크라는 도시 이름은 소금광산의 흥망을 대변하고 있다. 비엔나나 인스브루크처럼 제국의 정치적인 중심이 된 적은 없지만 소금광산 덕분에 경제적으로 부유한 도시였다. 그래서 문화적으로 발전하고, 모차르트도 태어나고, 영화 촬영지도 된 것이다. 도시를 벗어나면 곧 펼쳐지는 잘츠카머구트 일대는 그 소금광산 지대였다. 옛날에 바다였다가 증발하면서 소금이 남았다는 설명이 있었다. 금이나 석유 못지않은 선물이다. 지금도 관광객을 위한 체험용 광산이 남아 있지만 그보다는 지형이 만들어낸 호수와 산 경치로 유명하다. 시간이 더 많았다면 호수와 절벽 경치로 유명한 할슈타트까지도 갔겠지만 영화 투어에 집중하느라 그러지는 못했다. 언제 올 지 모르는 다음 기회로 또 미루어 두었다. 여행하면서 조금 더 보고 알게 될수록 아쉬움도 커져서, 떠나면서 곧바로 다음 방문을 기약하게 된다. 

골목의 간판도 유명한 잘츠부르크, 이 분수도 영화에서 물 튀기는 장면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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