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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림 Dec 02. 2022

서평 <오렌지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

<오렌지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2022년 늦가을, 초겨울에 로앤오더의 출판브랜드 달꽃에서 발행한 임자경 작가의 엽편 소설 모음입니다.


임자경 작가는 2020년 첫 단편소설을 시작으로 꾸준히 소설과 에세이를 발표했습니다. 임자경 작가는 장르를 넘나들고 다양한 시도와 톡톡한 아이디어를 뿜어내는 여성 작가입니다.     


이번에 발표한 <오렌지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대표 제목인 <오렌지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 외 <우주에서 가장 맛있는 연어 베이글을 찾아서>, <블루 사파이어 반지를 낀 여자>, <재키 브라운의 일생> 등 총 14편의 엽편 소설을 담고 있습니다. 엽편 소설은 단편 소설보다도 길이가 짧은 소설로, <오렌지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도 짧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 책의 두께가 그리 두껍지 않습니다. 덕분에 긴 호흡을 즐기지 않는 독자나 본격적으로 독서를 하기엔 시간이 애매할 때 후루룩 읽기에 좋은 책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 짧은 한 편에 기승전결의 구성과 촘촘한 짜임새를 모두 녹여낼 수 있을까? 의심이 듭니다. 작가들은, 작가마다 주제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글을 길게 쓰는 것보다 짧은 문장 속에 오롯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더 부담스러운 작업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오렌지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 엽편 소설 모음에서 임자경 작가는 작가로서 까다로운 작업을 상당히 훌륭하게 수행했습니다.     



<오렌지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 엽편 소설 모음에 랭크된 14편의 소설은 완벽하게 다른 14편이자 완벽하게 온전한 1편입니다.

14편의 소설은 완벽하게 서로 다른 이야기로 독자를 끌어갑니다. <우주에서 가장 맛있는 연어 베이글을 찾아서>에서는 행성 시에스타로 데려가더니 <한 밤 중 검소리>에서는 조선시대로 안내합니다. SF인 듯 사극인 듯한데 어느새 현시대 신혼부부들의 경제난을 여실히 보여주며 경기도 성남시 판교의 행복주택단지로 독자의 절실한 공감을 끌어냅니다. 이렇게 완벽하게 서로 다른 배경과 흐름은 작품마다 독자로 하여금 확실히 다른 작품임을 인지하게 하고 또한 완전한 새로운 몰입을 선사합니다.

완벽하게 다른 14편의 소설이 완벽하게 같은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번 <오렌지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 엽편 소설 모음뿐 아니라 그동안 임자경 작가가 발표한 글들은 배경과 스토리를 막론하고 사람과의 관계, 꿈을 이루는 노력, 흐려지지 않는 희망의 메시지를 품고 있습니다. 때론 아주 다른 세상의 이야기를 엿보는 것 같고, 또 때론 당장 내 주변에서 일어날 이야기인 것 같은 구성들 속에 가슴을 따뜻하게 데우는 희망과 사랑이 콕콕 박혀 있습니다.

 


가끔 소설을 읽다 보면 작가의 의도를 알아차리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고뇌하고 썼을 문장에 미안해지고 소설을 온전히 이해하는데 아쉬움이 남곤 합니다. <오렌지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 엽편 소설 모음은 임자경 작가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짧은 소설이지만 진한 여운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우리는 경찰이다>에서는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와 <우리는 경찰이다> 주인공들의 움직임을 오버랩해 실감을 배가 시켰고, <해피 해피 옐로우>에서는 화가 ‘고흐’의 작품을 묘사하면서 예술에 문외한인 독자의 이해를 돕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14편의 작품에는 빠짐없이 음식이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연어 베이글, 마늘 치킨, 라즈베리 스콘, 스팸과 갓 지은 밥 등이 등장하고 <홍콩에서 온 페이>는 마치 홍콩 여행 중에 메뉴를 고르는 것과 같은 미각을 자극합니다. 베이글도 그냥 베이글일 수 있음에도 연어 베이글로, 치킨도 그냥 치킨이 아닌 콕 집어서 마늘 치킨이라는 섬세한 표현력이 돋보입니다. 마치 입안에 연어의 맛, 알싸한 마늘의 맛이 감도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탁월한 표현력입니다.



<오렌지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 엽편 소설 모음은 흐름이 섬세하고 촘촘하게 구성된 책이지만 짧은 길이감이 다소 아쉽습니다. 짧게 마감하기엔 조금 아쉬운 소재와 아이디어들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짧은 글 속에서도 메시지가 분명하고 다양한 표현력이 돋보이지만, 짧게 마감해야 한다는 데에 집중해 문장 간의 풍성함이 결여된 느낌이 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오렌지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 엽편 소설 모음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엽편 소설이 드러낼 수밖에 없는 가장 아쉬운 점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에도 <오렌지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 엽편 소설 모음은 충만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헤이 유진>의

자신이 만약 재능이 있는데 성실하기까지 하다면, 운 좋게 발견되리라 생각한다. -p96

라는 말처럼 임자경 작가의 재능과 성실함은 모두에게 발견되리라 생각합니다.



임자경 작가는

감수성과 철학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글을 쓰고 싶다.

고 말합니다. <오렌지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 엽편 소설 모음에서 우리는 임자경 작가는 선한 마음과 감수성을 통해 독자들도 함께 따뜻한 마음과 살랑살랑한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서평단으로 선발되어 로앤오더의 출판 브랜드 달꽃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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