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가장 큰 변화는 대면의 여부가 아닐까 싶다.
그동안은 '당연히' 만나서 해왔던 것들을 이제는 만나느냐 마느냐의 '여부'를 먼저 논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1시간을 달려 서울의 작은 책방에서 작게는 2~3명, 많게는 10명씩 모여 앉아 일주일 동안 쓴 서로의 글을 낭독하고 합평하는 시간을 갖곤했는데, 이제는 수업 시작 10분 전 내 방의 컴퓨터 캠 앞에 앉는 것으로 준비가 끝난다.
또 한 번은, 시대의 흐름에 힙하게 대처하는 내 친구는 제안했다.
"아침 커피타임 하자! O월 O일 O요일 아침 8시! 내가 보내주는 주소로 들어와."
"오예~ 풀메이크업 절대 금지! 머리감기 금지! 부스스한 모습 그대로 들어오기!"
"꼭 커피여야 되는거지? 아침부터 맥주는 좀 그렇지?"
"꺄르르~~~"
이런 류의 대화가 서너번이 넘어간다.
비대면, 온라인 실시간, 랜선 등의 기법은 너무 빠르게, 그리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일상에 침투했고 그동안 이런 기술 없이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로 보편화 되었다.
적응이랄 것도 없이 익숙해진 탓에 이제는 당연히 비대면일 거라고 생각하는 경지에 달해가고 있던 찰나, 최근 <우리는 밤마다 이야기가 되겠지>를 읽다가 홍승은 작가님의 고민이 와닿았다.
홍승은 작가님은 코로나 탓에 온라인 독서모임을 진행하게 되면서 모임 직전까지도 "과연 온라인 상에서 풍성한 대화가 가능할까?" 의심하셨다고 한다.
나도 랜선 글쓰기를 운영하면서 같은 고민을 했었다.
글쓰기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혼자 쓰는 일기도 글이고, 보여지기 위한 에세이나 소설도 글이다.
혼자 쓰는 글이야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보여주거나 함께 나누고 싶은 글은 과연 비대면으로 나눠도 그 의도가 제대로 전해질지, 뜻하지 않게 곡해되어 불미스러운 상황을 초래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결론은 대성공이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그저 키보드로 입력한 글일지라도 글에서는 그 사람이 묻어나온다는 것을 느꼈다.
어떤 사람은 마음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느껴서 내 마음까지 찌릿해짐을 느꼈고, 또 어떤 사람은 하는 일이 잘 풀려 후련해 하고 있다는 것을 느껴서 나도 덩달아 기운이 나는것을 느꼈다.
얼굴을 모르기에 선입견도 존재하지 않았고, 글 쓰는 사람들도 조금 더 솔직하고 대담해 질 수 있었다.
처음엔 자기 이야기만 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댓글을 쓰기 시작했고 대댓글로 이어져서 글로 하는 소통의 장이 되었다.
서로의 얼굴을 몰라도 우리는 얼마든지 소통할 수 있고 감정을 나눌 수 있다.
결국 글이란, 대면이냐 비대면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진심을 다해 쓰느냐, 선입견을 가지고 해석하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니까 쓰자. 글을 쓰자.
코로나 시대에도 굴하지 말고 우리는 계속해서 글을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