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하나의 미지의 세계다
인터뷰집을 내기로 했다.
한 사람도 아닌 여러 사람을 인터뷰하는 글. 유명하고 대단한 업적이 없어도 그저 내가 궁금하면 인터뷰 대상자로 합격이다. 질문 작성부터 섭외까지 직접 발로 뛰는 것은 물론이고 그 사람만을 위한 컬러 일러스트를 그려 함께 수록한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그림과 답변들이 담겨있는 아주 멋진 인터뷰가 될 것 같다.
1.
나는 개인주의로 흘러가는 세태를 반가워하면서도 역설적으로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내면을 궁금해하는 사람이다. 혼자 있는 게 좋지만 연락이 오길 기다리고, 모임을 귀찮아하면서 어느 날은 스스로 모임을 만들어서라도 나간다. 이런 나의 모습은 어쩌면 개인적인 성향을 넘어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흔한 특성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나의 욕구는 그 역사가 꽤 오래되었다.
관심이 가는 사람이 생기면 언제나 적당히가 아니라 진득하고 깊숙하게 알고 싶어 질문을 쏟아냈다. 매번 결과가 별로였던 소개팅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를 알기 위해 최선을 다해 묻고 대답했다. 한 번은 낮에 만난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져 미리 끊어둔 기차표를 세 번이나 취소하고 밤새 이야기를 나눈 이도 있었다. 그를 떠올리면 기차가 올 때까지 어둑어둑해진 승강장을 함께 걸으며 나눴던 질문과 대답들이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른다. 덕분에 오래도록 그를 기억할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3.
그렇게 나에게 사람은 물어도 물어도 끝이 없는 하나의 미지의 세계와도 같았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천태만상이라는 말이 실감될 정도로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이 제각각 달랐고 천 가지, 만 가지의 그림자를 지니고 있었다.
그랬던 내가 언제부터인가 막상 곁에 있는 이들을 궁금해하지 않게 되었다. 몇 번 가본 길이라는 이유로 더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갑작스러운 질문을 던지기엔 너무 잘 알고 있다 자신했기 때문에 좀처럼 '묻지' 않게 된 것이다. 친밀함이 가져다준 선입견과 착각으로 인해 그들을 너무 모르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자 더 이상 생각만 하던 이 일을 미룰 수 없었다.
그래서 어느 날 문득 인터뷰집을 시작하게 되었다. 대상은 가까운 친구부터 조금 먼 이들까지, 내가 평소 더 알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시도해보고 싶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은 인터뷰 일순위였다.
당장 매거진을 만들고 인터뷰 계획을 세웠다. 먼저 아주 괜찮은 나만의 질문들이 필요했다. 며칠을 몰두하며 약 스무 개의 인터뷰 질문을 하나하나 정성껏 작성했다. 너무 부담스럽지도, 공개하기 어렵지도 않아야 했고 나만 일방적으로 묻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인터뷰 대상자에게도 답을 하는 시간이 의미 있길 바랐다. 그렇게 인터뷰지가 완성될 동안 지인들에게 조심스레 섭외 연락을 했다. '당신을 더 알고 싶다'는 내 진심에 그들도 흔쾌히 예스라는 대답을 보냈다.
이제 내 손을 떠난 인터뷰 지는 한동안 여러 사람을 거쳐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날 것이다. 잡초처럼 보이는 풀 한 포기 한 포기가 다르게 생겼듯이, 저마다 다른 대답을 다채롭게 피워낸 꽃다발로 돌아올 것을 믿는다. 내게서 시작되어 결국은 그들의 입으로, 손으로 맺어낼 인터뷰집의 모습이 너무나 기대되고 궁금하다.
*다음 편에서는 대망의 질문지를 공개하고, 첫 번째 인터뷰 주인공이 등장할 예정이다 :)
202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