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잔잔 Jul 28. 2020

여섯 번째 인터뷰 : 선비 (1)

선비와 나의 이야기

한 때 운 좋게 창업에 성공한다면 이런 사람을 동료로, 부하직원으로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안되면 직장 상사로라도.


Q1.

이곳에서 불리고 싶은 이름과 그 이유를 말해주세요. (본명도 물론 가능합니다.)

-

게임할 때 가장 고민된다는 별명 정하기군요…

별명은 선비님으로 할게요ㅎㅎ. 지금의 나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게 무엇인가, 라고 생각했을 때 공부뿐만이 아니라 여러 의미에서 대학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저의 대학 생활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데요, 유생은 티가 너무 티가 많이 나고 선비 정도가 적당한 것 같네요.

온라인 상에서의 선비는 사실 필요 이상으로 진지하고 융통성 없이 고지식한 사람을 지적할 때 쓰이는 말이기도 한데, 불편해하는 주제도 참 많고 점잔을 빼는 면도 있어서 아주 적극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궁금한 것도 많고 언제나 배우고 탐구하고 알고 싶어하는 학구적인 면이나, 올바름이 무엇인지 자꾸 고민해보고 지키려고 한다는 점에서는 이상적으로 여겨지는 선비의 모습을 닮고 싶고,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Q2.

현재 인터뷰를 응하고 계신 장소와 시간이 궁금합니다. (장소 자체를 묘사해주셔도 좋고 혹은 이 장소에서 인터뷰를 하게 된 연유나, 장소가 지니는 의미가 있다면 덧붙여주셔도 좋아요.)     

-

로테르담 오후 10시 학교 기숙사 방에서, 가늘고도 길었던 시험 기간이 이제야 겨우 끝난 덕분에 깨끗하기 그지없는 책상 앞에 앉아서 행복을 곱씹으며 쓰고 있습니다. 이제 이곳에서 살 수 있는 날이 불과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직은 실감이 안 나지만 벌써 어렴풋이 슬퍼지네요.     


Q3.

고개를 돌려 잠시 하늘을 봐볼까요? 오늘의 날씨는 어떤지 자세히 묘사해주세요.     

-

지금은 바깥이 어두워 보이지 않지만, 오늘의 날씨는 전반적으로 흐리딩딩하고 이따금씩 소나기를 뿌리기도 한 전형적인 네덜란드의 여름 날씨였답니다. 네덜란드의 여름은 7월의 막바지인데도 서늘해서 (오늘도 최고기온 21도) 열대야 같은 건 상상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왜 유럽에서는 ‘한여름밤의 꿈’이 성립할 수 있는지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비를 예고도 없이 자주 흩뿌려서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변덕스럽게 쏟아지더라도 가늘고 잘게 내리기 때문에 우산 없이 나가서 맞아도 되는 이 곳의 비오는 날씨를 좋아합니다. 흔히 말하는 정취 있는 비가 오는 날씨란 이런 걸 말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물론 객관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긴 함...)          


Q4.

요즘의 기분을 날씨에 빗대 표현해본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저는 모든 날씨를 모두 공평하게(?) 사랑하기 때문에 특별히 무슨 날씨를 콕 집어서 기분을 표현하기는 쉽지 않네요. 그 날의 날씨가 곧 제 기분인 느낌입니다. 오늘은 아침에 부슬부슬 비가 내리긴 했어도 오후에는 선선하게 바람이 불며 한국으로 치면 가장 팔자 좋다는 초가을 날씨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오늘의 기분은 그렇게 평화롭고 잔잔한 날씨였답니다.     


Q5.

오늘 했던 생각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생각을 찾아 이곳에 풀어본다면?     

-

앗 벌써 10시다 알람을 몇 시에 맞춰놨더라? 하여튼 빅스비 얘는 알람 맞춰놓겠다고 대답만 잘하고 가끔 안 울린다니까. 뭐 사실 울렸는데 내가 그냥 무시했을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내가 몇 시에 잤더라 마지막 기억이 아 근데 방금 꾼 꿈 뭐였지 바로 전까지만 해도 기억났는데 갑자기 기억 안 나네. 그래서 내가 지금 몇 시간 잔 거지 일어나야 하나 아 맞다 시험 끝났지 안 일어나도 되겠네 히히 안 일어나도 된다!!! 더 자도 돼!!! (행복) (암전)          


Q6.

세상에는 셀 수 없을 만큼 저마다 다른 사랑(愛)의 모습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가족, 형제, 친구, 연인처럼 대상도 제각각이고 애증, 정렬, 헌신 등 담고 있는 감정도 달라요. 인생에서 당신이 꼭 경험해보고 싶은 사랑의 모습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잠시 생각해보고 그 이유와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해주세요.     

-

과분하다고 생각할만큼 행복한 사랑

꼭 성애적이 아니어도 동반자로서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느끼게 되는 사랑

물론 성애적인 것도 환 영     


Q7.

내 인생의 전체나 한 부분을 영화로 만든다면 어떤 제목과 장르로 만들고 싶나요? 왜 그런지, 꼭 넣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해주세요.     

-

너무 어려운 자소서 질문ㅠㅠ 제 인생은 영화로 만들면 너무 상업성이 없어서 간판 내려야 될 것 같아요…

연출하기 어려울 것 같긴 한데 무언가 깨달을 때의 희열이 굉장해서 가끔씩 기록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뜬금없긴 한데, 수학자들 사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식이라고 불리는 오일러의 등식은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 모두 들어가는데, 수학자들이 이 공식을 볼 때의 뇌파를 분석했더니 보통의 사람이 명화나 아름다운 그림을 볼 때 느끼는 것과 비슷한 신호를 보여줬다고 합니다… 상당히 질리는 이야기지만 누군가에게는 학문이나 무언가를 알아가는 것이 아름다움이라는 영역에 있다는 것이겠지요. 느낌이나 정도는 다를지 모르지만 조금은 그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8.

특별하게 여기는 물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물건에 담긴 이야기도 함께 해주세요.     

-

한없이 많다가도 하나도 없는 느낌이네요.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을 기준으로 하자면, 제가 여행을 다닐 때 항상 들고 다니는 여행용 크로스백이 있는데, 이 가방이 특별한 건 여행에 다니면서 그 추억을 함께하기도 했기 때문이지만 제가 여행지마다 배지를 사 모으고 있는데 그 배지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대개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배지보다는 제가 그 여행에서 느낀 점을 테마로 배지를 사곤 해서 하나하나 의미가 더욱 특별합니다.

이를테면 삿포로에 여행 갔을 때는 ‘까마귀 조심’이라는 표지판을 봤는데 ‘아니 까마귀가 크면 얼마나 크다고-’ 라고 생각했으나 실물 영접한 다음 납득한 다음 까마귀 배지를 샀어요. 벨기에에서는 방문한 박물관에서 너무 인상적으로 본 영상 작품에 왕관이 나와 있길래, 이를 기념하고자 왕관 배지를 샀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보기엔 배지만 봐서는 어디에서 산 건지 감이 안 잡히거나 의미를 모르겠다 싶은 것들도 많을 거예요. 그래서 저에게는 정말 정말 특별하답니다.          


Q9.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중 가장 예민한 곳을 순서대로 꼽자면?

(ex. 시각 > 후각 > … )     

-

시각 > 촉각 > 청각 > 미각 > 후각     


Q10.

어린 시절의 가장 강렬한 기억은?     

-

현실의 사건보다는 오히려 꿈이 더 강렬하게 남아 있는 것 같아요. 그냥 어렸을 때 흔히 꾸는 악몽들이요. 특별히 없어서 사실상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당,,          



*본 인터뷰는 분량 상 두 편으로 나누어 구성했습니다. 다음 편에서 나머지 질문에 대한 답이 이어집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다섯 번째 인터뷰 : 거북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