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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은서른아홉부터 Aug 06. 2024

마음을 보관하는 가게

1. 그리움(1)

옛날옛날, 리움마을에 마음속에 항상 지나간 것들을 그리워하며 담아두고 살고 있는 노스라는 아이가 살고 있었어요.  그 아이는 현재를 누리지 못하고 지나간 마음들과 상황들을 그리워하며 불평과 불만 슬픔과 외로움을 침구 삼아 사는 아이 었답니다. 노스에게는 유일하게도 아낌없이 주는 나무되어주는 사람이 있었는데, 사람은 바로 할머니였어요.


"노스야, 오늘은 무슨 일이니?"

"할머니, 오늘은 날씨가 너무 예뻐서, 날씨가 너무 좋아서 그래서 슬퍼요."

"얘야, 오늘 날씨가 너무 좋지? 그렇다면 오늘을 맘껏 즐기려무나. 오늘 같은 날은 내일도 그리고 모레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쭉 이어질 것이란다. 가끔 먹구름이 낀 날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 날은 그런 날대로 잘 견디면 된단다. 오늘은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이니 오늘을 맘껏 즐기고 오늘을 맘껏 누리려무나."

"하지만..."


노스는 뾰로통한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문을 쾅 닫고 거리로 나섰어요. 


꼬불꼬불 산길을 몇 개쯤 돌고 돌아 큰 광장으로 나온 노스는 마을 광장 한 복판에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는 파니를 보게 되었어요. 그런 파니를 보고 금방 심통이 노스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파니에게 다가갔답니다. 


"쳇. 너는 뭐가 그렇게 즐거운데?"


"응? 오늘은 날씨도 좋고, 거기다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 좋아. 들판에 핀 꽃도 예쁘고 모든 것이 다 행복한 날이야. 노스야 오늘은 나랑 같이 시냇가에 가서 물장난하지 않을래?"


항상 즐거워 보이는 파니를 보며 왜 자신은 불행과 슬픔 그리고 외로움만 가득하지 노스는, 더 심통이 나 버렸답니다.


"됐어! 됐다고!"


심통이 났지만 기가 죽은 노스는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다시 터덜터덜 걸음을 옮겼답니다.


항상 마을은 기쁜 사람들이 모여 있었지만, 노스는 마음속에서 미련과 그리움을 가지고 사는 아이라 모든 일이 불행하게만 느껴지고 슬픈 일들만 가득한 채 그렇게 무의미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답니다.


그렇게 몇 날, 며칠. 노스는 어느덧 스무 살이 되었고 곁에서 아낌없이 주던 할머니마저도 노스의 곁을 떠나버리고 말았어요.


처음엔 눈물만 주룩주룩 흘렀지만 한동안은 아무렇지도 않았고,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가면 지날수록 할머니가 떠나버렸다는 허무함과 슬픔과 그리움에 노스는 매일매일 술과 그리고 담배와 외로움을 친구 삼고 마음이 조금씩 낡아가고 있는 걸 모른 채, 아침이면 술에 취해, 저녁엔 마을사람들 몰래 창고에 가득 찬 술을 꺼내 마시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허비하며 살았어요.


그렇게 하루하루 파릇하던 들판이 황금빛 들녘을 몇 번 맞이하고 그렇게 몇 년을 허비하며,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채 터덜터덜 술을 사러 마을로 향하던 노스의 눈에 반짝거리는 작은 조약돌을 보게 돼었어요.


에잇! 하며 발로 툭 차는 순간!


"아얏!!!!"


반짝거리는 요술봉을 든 조그만 난쟁이가 노스를 매섭게 노려봤어요.


"왜 가만히 있는 나를 발로 차는 건데!!!"


노스는 깜짝 놀라 그만 뒤로 뻥! 나 자빠졌어요. 그리고 무슨 일인지 눈이 휘둥그레 번쩍 뜨이고 멍하던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오호라, 너는 저기 산속에 사는 노스라는 놈이구나. 이 요정님께 혼나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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