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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은서른아홉부터 Aug 06. 2024

마음을 보관하는 가게

1. 그리움(2)

잔뜩 화가 난 요정은 노스의 주위를 뱅글뱅글 돌며 반짝거리는 요술봉으로 노스를 찌르기도 하고 툭툭 치기도 했어요.


그리고 노스가 검지와 엄지로 조그만 요정을 들어 올렸어요. 손가락만 한 키와 그리고 조개껍데기를 뒤집어쓴 요정의 모습을 보고 금세 눈이 휘둥그레! 하고 뜨였답니다.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감히 여기 꼬부랑길을 지키는 나 스노스노 요정을 건드린 대가를 톡톡히 맛보고 싶어?"


요정은 노스의 손가락에서 벗어나려는 듯 온몸을 비틀며 발버둥을 치더니 요술봉을 뱅뱅 돌려 노스의 손가락을 향해 뿅! 휘둘렀어요. 그러자 조그맣고 반짝이는 빛이 가시처럼 돋아 노스의 손가락을 꽁! 찔렀답니다.


"아얏!"


따끔한 맛에 놀란 노스가 손가락에서 요정을 놓쳐 버렸고 바닥으로 톡! 하고 떨어진 요정은 데굴데굴 구르더니 금방 길옆에 있는 풀숲으로 숨어 노스를 매섭게 노려봤어요.


"넌 뭔데?"


깜짝 놀란 노스가 빨간 딸기코를 쓱쓱 문지르며 수풀 옆으로 다가갔어요.


"다가오지 마! 다가오면, 진짜 혼을 내준다?"


다시 요정이 빙빙 요술봉을 휘두르자 조그만 빛이 뿅 하고 나와 잔뜩 빨개진 노스의 코를 딱! 하니 맞췄어요.


"아이코!"


깜짝 놀란 노스가 뒤로 나자빠진 순간을 기회삼아 요정은 수풀속으로 파르르 날아 숨어 버렸답니다. 하지만 반짝거리는 요술봉 탓에 요정은 노스의 손에 다시 붙잡혔어요.


노스는 소중하게 요정을 두손안에 담아 터벅터벅 걸어 집으로 다시 돌아갔어요. 그리고 방에 아무렇게나 나동그라져 있는 술병안에 요정을 담아 넣고 코르크마개를 삐걱삐걱 다시 닫아 버렸답니다.


출처 : bing AI 그림 생성


그 순간. 깜깜하고 축축하던 집안이 요정의 요술봉 빛 때문에 잠깐 밝아졌다 잠깐 까매졌다. 깜빡깜빡. 찌륵찌륵 거리는 풀벌레 소리에 이상하게도 노스의 깜깜하고 축축하던 마음이, 단단하게 걸어잠겨진 빗장이 조금조금 살금살금 풀려가는걸 느끼는 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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