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기 어려우니까 '초'심이지

tvN <온앤오프>를 보고

by 백디요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기존 제품과 비교해보는 건 당연하다. 갤럭시 s20가 나오면 s10보단 뭐가 좋아졌나, 새로 출시된다는 아이폰 12은 또 어떤가 살펴본다. 예능도 마찬가진 듯싶다. 새로 나온 tvN 예능 <온앤오프>를 보면 기존 프로그램들과 비교하게 된다. <온앤오프>는 ‘성시경, 김민아 등 연예인들의 바쁜 일상(ON)과 일상에서 벗어난(OFF) 모습으로 그들의 ‘멀티 페르소나’를 관찰해보는 예능’이다. 얼핏 들었을 때 MBC <나혼자산다>가 떠오르는 것처럼 많은 사람은 <온앤오프>를 <나혼자산다>와 비교한다.



온앤오프의 초심, 사적 다큐


<온앤오프>의 초반 평가는 호의적이다. 성시경, 김민아 등 그동안 일상을 드러내지 않은 연예인들을 MC로 섭외했다는 점이 관심을 끌었다. 볼빨간 사춘기 안지영, 심은우, 윤아처럼 예능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출연진을 섭외한 것도 화제성을 이어가는데 한몫했다.


섭외력뿐만이 아니다. <온앤오프>의 가장 큰 매력은 출연진을 어떻게 화면에 담는지에 있다. 출연진들의 일상을 담백하게 담아 <나혼자산다>의 초창기 모습을 보여준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확실히 ‘사적 다큐’라는 프로그램 컨셉에 맞춰 <온앤오프>는 예능적 요소를 많이 덜어냈다. 대체로 화이트, 블랙 톤으로 자막을 넣었고, 색감을 써도 연한 색이다. BGM이나 효과음도 VCR 속 연예인의 일상에 잘 묻어난다.


무엇보다 중간중간 출연자가 제작진과 대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다큐멘터리 3일>이나 <인간극장>에서 볼 법한 작법으로, 개인 인터뷰를 따로 촬영해 VCR 중간에 삽입하는 데 그치는 기존 예능과 다르다. <온앤오프>는 관찰 중에도 제작진과 대화를 허락하며 ‘일상을 보여주기 위해 관찰당하는 일상’마저 인정한다. 이런 장면은 리얼함을 더하고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인다. 최근 JTBC <부부의 세계> 종영으로 2배 이상 오른 시청률을 보며 <온앤오프>가 충분히 매력적인 예능이란 걸 느낀다.




지켜지는 초심이 있나


그렇다면 <온앤오프>의 긍정적인 초반 평가는 앞으로도 이어질까? 7화까지 방송된 지금, 스타의 소소한 일상을 담겠다는 <온앤오프>의 초심은 지키기 어려워 보인다. 이미 VCR에서 일상이 아닌 ‘사건’들을 다루기 시작했다. 김민아와 조세호는 ‘조남지대’ 뮤직비디오를 찍었고, 최귀화는 5시간 넘게 운전해 전남 신안의 갯벌로 갔다. 오마이걸 효정은 숙소생활을 끝내고 생애 첫 독립생활을 시작했다. 이런 모습들은 일상적인 일터에서의 모습(ON), 일이 끝나고서 휴식의 모습(OFF)이라기보단 몇 개월에 한 번, 몇 년에 한 번 있을 법한 ‘사건’이다. 연예인이라는 특성상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하고 일반 대중의 그것과도 다르지만, 분명한 건 화면 속 ‘사건’들이 그들의 일상처럼 보이진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OFF를 위한 ‘사건’들이 <온앤오프> 촬영을 위한 또 다른 ON이라는 걸 시청자는 안다.


물론 재밌으면 되지, 소소한 일상만으로 어떻게 재미를 매주 뽑아내겠냐는 생각도 든다. 다만 아쉬운 건 8년 차 예능 <나 혼자 산다>도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는 점이다. 1인 가구의 일상을 담다가 모든 출연진이 함께하는 대형 이벤트로 중심 스토리를 바꾸면서 <나 혼자 산다>가 아닌 ‘다 같이 산다’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아쉬움들의 핵심은 초심으로 내세운 ‘1인 가구의 모습’을 일상이 아닌 ‘사건’들로 채웠기 때문이다.


최근 <나 혼자 산다>에서 배우 경수진의 테라스 캠핑 편이 화제가 됐다. 그 이유는 테라스 캠핑이 경수진의 ‘진짜’ 일상이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텐트 앞에 앉아 목공예로 버터칼을 만들고, 불을 보며 멍때리는 그녀의 모습에서 시청자는 그녀의 인생에 일어난 ‘사건’이 아닌 진짜 그녀의 ‘일상’을 봤을 거다.



온앤오프가 보여줄 일상은?


시청자는 <온앤오프>가 보여줄 일상을 기대한다. 바쁜 일터에서의 ON한 일상일 수도 있고, 일터에서 벗어난 OFF 일상일 수도 있다. 어쨌든 중요한 건 ‘사건’이 아닌 일상이다.


<온앤오프>는 이미 인상적인 일상들을 보여주고 있다. 김민아는 5년 동안 기상캐스터로서 매일 새벽 5시에 출근해 왔다. 택시에서, 사무실 의자에서 쪽잠을 잤고, 피곤을 견디지 못해 OFF 때는 모텔을 대실해 잠을 청했다. ON과 OFF가 모두 김민아의 일상이었다. 성시경은 요리를 하고 인스타에 인증샷을 올리는 게 일상이었고, 심은우는 매일 요가를 하고, 배우가 OFF일 때는 요가강사로 ON을 보냈다. 모두가 그들의 인생에 잠깐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일상이었다.




<온앤오프>는 회차마다 출연진의 일상적인 ON & OFF를 시간 단위로 적절히 배분할 필요가 있다. 가장 가치 있는 건 하루 단위로 일어나는 일상의 ON & OFF이다. 그다음은 일주일, 한 달, 분기 단위로 찾아오는 일상이다. 시간 단위가 짧을수록 시청자에게 매력적인 ON & OFF일 것이고, 몇 개월, 몇 년에 한 번 일어날 법한 일은 일상이 아니라 ‘사건’이다. ‘바쁜 일상의 ON과 사회적 나와 거리 둔 일상 OFF’를 보여주겠다는 초심을 지키는 게 <온앤오프>의 일상이 많은 사생활 관찰 예능 중에서 돋보이는 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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