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휴식, 균형있는 사업가의 지혜

<권고사직받은 억대 연봉자의 사업 도전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by 투워즈

세 달 전 갑작스런 권고사직을 마주한 후, 브런치 1화부터 16화까지 다양한 주제들로 생각들을 정리하고 글을 발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글을 잘 쓰지 않고 있네요. 그간 생각해 온 사업 모델을 실제 서비스로 열심히 구현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몇 차례 글쓰기를 미루며 생긴 부담감, 거부감 때문이 큽니다. 무언가 적고 싶은 내용이 있더라도 이것저것 끄적이기까지는 해도, 브런치에 들어와 첫 문장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용기를 냈습니다. 다시 조금씩이라도 글을 쓰기로 말입니다.

특별히 기록할만한 내용이 없거나 글로써 생각을 정돈할 정도의 주제가 없다면 굳이 숙제처럼 글을 쓸 필요는 없겠으나, 간혹 글로 꼭 남기고 싶은 주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씀드린 부담감의 허들로 인해 글쓰기 자체를 꺼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느낍니다.


다시금 글을 적기로 다짐한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바로 사업가로서의 균형을 갖추기 위함입니다. 며칠 전 친구에게 추천을 받아, 마이클 거버의 도서 <사업의 철학>을 읽고 있습니다. 10년 전 출간되어 전 세계적으로 스테디셀러가 된 이 책에서는, 어떤 사람이라도 '기술자'의 인격과, '관리자'의 인격, '사업가/경영자'의 인격, 총 세 가지의 인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2025-09-14_07-37-10.png 기술자는 '실행하는 사람', 관리자는 '계약과 질서 속에서 무언가를 예측하는 실용적인 사람', 기업가는 '미래라는 불꽃을 당기는 상상력이자 변화의 촉매제인 사람' (책 인용)


사업이 유아기, 청소년기, 성인기를 지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세 가지 인격의 균형이 무척 중요합니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이, 기술자/관리자/사업가의 인격 중에서 어느 하나의 인격에 치우치고 잠식되면, 그 사업은 축소될 수밖에 없고 근근이 유지하다가 결국 소멸됩니다.

대부분 창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기술자의 인격으로 사업을 시작한 후 관리자의 인격과 특히 경영자의 인격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사업가 열병'에 걸린 채로 사업을 대하는 창업자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입니다. 사업가 열병은, 이제껏 누군가의 밑에서 주어진 일을 책임감 있게 수행해온 기술자가 "내가 하면 더 잘해", "왜 남을 위해 일해야 하지? 이제 나를 위해 일할 거야"라는 마음으로 사업에 착수하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만일 사업자 열병에 걸린 기술자가, 사업가로서의 인격을 개발하지 못하게 되면, 곧 사업이 곧 자기 자신이 되어버리는 아주 부정적인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이 사례를 찾기 위해 멀리 갈 필요가 없습니다. 저의 첫 사업이 꼭 이런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제 경우 "어쩌다 보니 제가 곧 사업이 되어버린 것"이 아니라, "날마다 제가 곧 사업이 되고자 노력한 케이스"입니다. 물론 고객의 입장을 아주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투자 유치를 위해 미래의 북극성을 떠올려 보고 구체화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아니 사업을 하는 대부분의 시간에 저는 대표이사의 직함을 가졌으나 그저 '기술자'이자 '노동자'로서 일했습니다.

어떻게 현재의 서비스를 더 개선할지, 머릿속에서만큼은 완벽히 작동하는 기능들이 내 서비스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더 개선해가야 할지만 생각했습니다. 지금 귀한 시간과 자원을 쏟아붓고 있는 이 기능들에 대해, '정작 고객들이 원할까?', '그리고 이 기능들이 우리 서비스의 존폐에 정말 크리티컬 한 요소인가?'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매일의 일과는 대부분 컴퓨터에 앉아 인도의 개발팀들과 신규 기능의 구현에 집중하고, 기능들에 정비례하여 증가하는 무수히 많은 버그를 수정하느라 모두 소진되곤 했습니다.


되돌아 보면, 첫 사업 당시 정기적으로 글을 썼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기술자로서 일과 제품에 매몰되었던 시간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또 의지적으로 분리되어하고 있는 일들의 가치를 멀리서 조망하고, 다다르고자 하는 목적지를 더 선명히 상상하는 시간을 가졌더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그랬더라면 아마도 당시 최선을 다해 만들어 갔던 그 서비스가 고객의 지갑을 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을, 그리고 애초에 목표로 했던 디지털 콘텐츠의 시장 영역과, 전개하려던 사업은 기관투자를 기반으로 지속하고 확장될 수 없는 사업이라는 것을 일찌감찌 깨달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더 이상 자금이 없어 사업을 멈추는 대신, 빠른 손절과 피벗으로 제2, 제3의 도전을 해봤을지도 모릅니다.




그때의 교훈을 이번 사업에서는 적용해보려 합니다.

그 첫 단계로서, 기술자로서의 박윤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관리자로서의 박윤수는 무엇을 개선하려 하는지, 또 사업가인 박윤수는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는지 짚어보려 합니다.


1. 기술자인 박윤수는 현재 다음의 작업들을 해왔고, 하고 있습니다.

- 먼저 지난번 포스팅을 통해 간략히 소개한 바 있는 음성비서 서비스를 구현하였습니다. 이는 음성기반으로 일정과 할 일, 노트, 타임스케줄 등을 관리하는 서비스이고, 상용화가 아닌 토이 프로젝트 성격으로 만들어본 서비스입니다.


예를 들어, 아래는 n8n을 활용하여 만든 간단한 노트관리 워크플로우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특정 문장들을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또한 이를 간직할 뿐 아니라, 이후 관련된 의사결정을 할 때, 지금 알게 된 정보들을 기반으로 의사결정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이럴 때 휴대폰에 메모할 내용을 음성으로 남겨놓으면 이 정보들이 출처와 함께 지정된 노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됩니다. 이렇게 저장된 내용들은 추후 해당 영역의 멘토 Agent를 활용할 때, Agent가 조언에 앞서 우선적으로 참조(RAG 방식)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현재는 슬랙에서 음성으로 입력하고, 이 내용을 노션에 기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추후 슬랙이 아닌 앱을 통해 사용자 입력을 받도록 할 예정입니다.)


- 두 번째로, 투자비스라는 주식 매매(특히 단타매매, 스윙매매) 시 간결한 의사결정을 돕기 위한 서비스를 개발 중에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음성을 통해 특정 기업의 실시간 최신 뉴스 또는 관계자들의 SNS 포스팅을 한 번에 요약하여 보여주는 서비스입니다. 차트 및 거래량 보기 기능, 매매일지 관리 기능 등 부가기능도 있습니다. (아직은 프로토타입 단계이고, 실제 데이터가 아닌 가상의 더미 데이터를 출력하고 있습니다.)


몇몇 증권사의 커뮤니티 공간을 통해 이런 서비스가 있다면 유료로 사용할지에 관해 물어보았고, 약 30~35% 인원이 월 5천 원 정도의 금액으로 사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을 받았습니다. (246명의 응답자)

물론 설문에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오류가 많기에 이를 전적으로 믿진 않습니다. 그래도 프로토타입을 출시하면 긍정적으로 응답한 81명 중 10%에 해당하는 8명 정도는 곧바로 전환이 되지 않을까 싶긴 했습니다. 또한 큰 틀에서의 사용자 니즈가 있음을 확인했으니 기본적인 기능 구현 이후 점차 뾰족하게 서비스를 개선해 가면 더 많은 유저를 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 관리자인 박윤수는 다음의 영역을 관리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 그때 그때의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매일 주어진 시간에 작은 점(dot)들을 찍어 나가는 하루가 되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아내의 둘째 임신이나 아이의 수족구 발병처럼, 예상치 못한 외부 변수로 인해 집중하던 것을 잠시 멈추어야 했을 때 이전의 모멘텀을 잃어 버리게 되었고, 다시 이전의 몰입을 되찾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그때마다 욕심내지 않고, 오늘 할 일을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고 다독이며 다시금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 매일 어디에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트래킹 하기 위해, 여러 템플릿을 만들어 사용해보기도 하였는데, 현재는 아래와 같이 트래킹 중입니다. 멀티스톱워치 앱을 통해 항목별 시간을 트래킹 하고, 모든 스톱워치를 텔레그램으로 '내보내기'하면, 아래와 같은 n8n 워크플로우를 통해 시간관리를 하고 있는 구글스프레드시트에 입력이 됩니다. 입력된 시트 값들은 아래와 같이 대시보드 형태로 관리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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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업가, 경영가인 박윤수는 아래와 같이 미래를 꿈꾸고 있습니다.

- 몇 달간의 배움들 (n8n, AWS bedrock 등)을 기반으로 빠르게 수익을 만들기 위한 방향 조정을 하고 있습니다. 기술자인 박윤수가 계속하여 특정 기능 개발에 몰두하려고 할 때마다, 이게 이 서비스의 성패를 가름하는 핵심 요소가 맞는지에 관해 질문하고, 핵심이 아닌 것들은 이후로 미루려 노력합니다.

- 지금 개발 중에 있는 '투자비스' 서비스를 적정 수준에서 결제모듈을 붙여 커뮤니티 등에 출시하고 빠르게 반응을 살펴, 지속할 서비스인지 결정할 것입니다.

- 투자비스 이후에도 구상하는 수익 창출 서비스가 2개 있습니다. 하나는 앱이고, 다른 하나는 플랫폼 형태인데, 이 내용을 주기적으로 구체화하면서 투자비스 이후에 컨택스트 스위칭을 최소화하여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또한 당장의 수익창출은 아니지만 사회적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간단한 서비스도 구상 중에 있습니다. 관련해서는 조만간 별도 포스팅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 바이브 코딩의 놀라움 및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고, 그럼에도 한계들을 하나씩 부딪혀가며 넘어가는 중입니다. 바이브코딩의 한계를 잘 다루어서 온전한 서비스를 하나둘씩 출시하다 보면, 1년에 의도대로 working 하는 서비스 10개~15개 정도를 출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중에서 2~3개 정도의 서비스를 제대로 시장에 안착시키면, 이를 기반으로 현금흐름을 만들고 또는 적정 금액에 매각 (한국 시장은 어렵고, 아마도 flippa.com 등의 소규모 서비스 매매 플랫폼을 통해 미국에서 매각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하는 경험을 하려 합니다.

- 현재는 당장의 생계걱정, 내년 3월 둘째 출산 등으로 시간적인 압박을 받고 있지만, 이러한 압박들로 인해 꿈꾸기를 멈추지 않을 수 있도록 하루 5분~10분이라도 미래를 상상하는 시간을 가지려 노력 중입니다.

- 현재 개발에 매몰되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하루 10분, 20분이라도 경영 서적을 보며 큰 틀의 관점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이 세 개의 인격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휴식'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몰입을 통해, 단기간 내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삶에서 여러 번 경험하였습니다. 그러나 길이 정해져있는 곳에서는 몰입, 몰입, 몰입만 지속해도 무방하나, 길이 정해지지 않은 곳을 갈 때에는 몰입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느낍니다.

또 때때로 감정에 매몰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긍정적이고 확신에 찬 감정에 매몰되고, 또 어떤 날은 자신감을 잃고 주눅들고 한치 앞조차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그러나 '휴식'을 통해 일상에서 잠시 멀어져 있다보면, 감정의 격동은 어느새 점차 잦아들고 감정 아래에 여전히 존재하는 삶의 요소 요소들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어느 때보다 바빠야할 것 같은 요즘이지만 멍청한 두 세 걸음보다는, 지혜로운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 휴식하고, 균형을 갖추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오랫동안 글을 적지 않아 타임랩스 업로드가 많이 밀렸습니다. 이제껏 촬영한 부분들은 두 개 포스팅으로 나누어 올리려 합니다. (전혀 흥미롭지 않은 영상들이지만, 그래도 기록 차원에서 남깁니다.)



8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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