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권고사직 후 2개월을 회고하며

<권고사직받은 억대 연봉자의 사업 도전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by 투워즈

2025년 6월 10일, 1년 간의 육아휴직을 마치는 날이자 권고사직일이었다.

2025년 8월 17일, 권고사직일로부터 2달 하고도 한 주가 더 지났다.


지난 아홉 주를 복기하고, 이후의 삶을 정돈한다.


먼저 권고사직 첫 주는 비장했다.

나의 브런치 첫 글에서 볼 수 있듯 “잘 살아야 한다”라고 다짐했던 시간이다. 잘 살기 위한 방편으로 내 일상을 나누는 방법을 선택했다. 하루의 모든 일과를 휴대폰의 타임랩스로 기록하고 이것을 올리는 방식이었다. 또한 매일의 삶을 기록하고, 한 주의 일정을 정리했다. 이 방식은 권고사직 이후 삶의 체계를 잡고, 나의 생각과 에너지를 한 곳에 모으는데 큰 역할을 했다.


2주 차부터 7주 차까지, 약 7월 말까지는, 첫 주에 갖춰진 삶의 체계를 유지하는데 집중했다.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뻔한 꾸준함’이라고 보았다. 하루하루 시간의 밀도가 쌓이면서 점차 효능감이 생기고 조금씩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방향이 보였다. 이렇게 집중하면 빠른 시간 내에 사업을 시작하고 수익을 만들고, 이제껏 꿈은 꾸었으나 경험하지 못했던 더 큰 세상으로 갈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 기간에는 두 곳의 초기 스타트업 대표님들과 두 번, 세 번씩 만나며, 합류를 조율했다. 적극적인 형태의 구직을 하고 있진 않았지만 동시에 좋은 팀과 좋은 사업의 합류 기회가 있다면 최대한 열린 마음으로 기회를 탐색하려 했다. 동시에 이전과 같은 직장인의 삶이 아닌, 초기 창업멤버로서 사업 자체를 함께 구상하고 성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한 곳의 회사는 국내 1위 대형로펌의 시니어 변호사님과 서울대 교수님 및 박사 인력으로 구성된 AI 리걸테크 팀이었다. 다른 한 곳은 카이스트 학사, 석사 출신이자, 두 번의 엑싯 경험을 가진 대표님과 삼성전자 연구원 및 블록체인 스타트업 CTO 출신의 경영진으로 구성된 AI 뷰티커머스 팀이었다. 두 곳 모두 매력적인 사업 영역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계셨고 내가 가진 이제까지의 경험과 역량이 이 분들의 강점과 충분한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월 실수령 기준으로 300만원 수준을 받으면서, 최대한 지분을 많이 받는 초기 창업멤버로서 합류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두 곳 모두로부터 제안받은 지분은 5% 이상 10% 미만이었다. 여러 가지로 고민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합류하지 않았다. 비록 유능한 팀 안에 소속되었을 때 나홀로 사업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영향력 있는 사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급변하는 AI 영역에서 1인 사업가로서의 자유도를 가진 채 좀 더 다양한 탐색을 하고 싶었고,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은 조금 덜하더라도 조금 더 빠르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서비스 또는 도구를 만들어, 가정의 생계를 우선 해결하고 이후에 좀 더 확장된 생각을 하고 싶었다. 또한 제안받은 지분이, 각 회사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지분 제안이었을지는 모르겠으나, 함께 회사를 경영한다고 느낄만한 나 스스로의 절대적인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직장인도 아니고, 회사 경영진도 아닌, 그 사이의 모호한 숫자라고 생각했다.)


8주 차부터 9주 차까지, 8월 1일부터 현재까지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삶을 재조정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변수란 '둘째의 임신'이다. (아직 가족과 정말 친한 지인 외에는 공개하지 않은 임밍아웃을 이곳 브런치에서 한다.) 아내와 둘째 준비에 대한 얘기를 나눈 지는 몇 개월 되었다. 그러나 아직 결정을 내리진 않은 시기였고 대략 2026년 1~2분기쯤 임신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내가 몸살 기운 비슷하게 있어서 병원을 다녀오고 하루 이틀 휴식을 하던 중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임신 테스터를 해보았고 2개 모두 두 줄이 나왔다. 이후 산부인과에서 임신 확인서를 받음으로써 둘째의 임신이 확정되었다.

아내의 임신확인 후 약 2주 간의 시간이 흘렀다. 2주 동안 아내의 입덧이 조금씩 심해지면서,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까지의 시간에 나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되었다. 때문에 새벽 4시 30분부터 시작하던 나의 일과에도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었고, 가정에 대한 조력과 이전의 생산적인 삶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 조금 혼란스러웠다. 절대적인 시간으로만 놓고 보면 아침 7시부터 9시까지의 약 2시간을 제외하면,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시간 활용을 할 수 있었지만, 지난 몇 주간의 삶의 리듬이 깨지자 이를 다시 잡기까지 조금 어려웠다. 때문에 최근의 두 주는 나의 무언가보다는 아내와 자녀의 니즈에 맞춰 움직였다. 여전히 아내의 입덧은 심한 상태이고, 일반적으로는 이러한 입덧 증상이 12~14주까지 지속될 수 있다 하니 (첫째 아이 때는 아내의 입덧이 매우 심하고 또 오래가서 거의 22~24주 차까지 입덧을 했다), 앞으로 최소 한 두 달 이상은 아내와 자녀를 더 우선순위에 두는 삶을 보내야 할 것 같다.

가장 생산적이었던 시기만큼은 못되더라도, 삶의 균형을 가진 채로 최대한 생산적인 삶을 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엊그제 8월 15일부터 17일 현재까지의 연휴 기간에는 (첫째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지 않다 보니) 정말 하루 종일 집안일과 첫째 육아를 했고, 그렇게 저녁을 맞다 보니 주어진 자유시간에 심취한 나머지.. 늦게 잠들어 다음날의 육아 난이도를 극강으로 올리는 악순환을 범하기도 했다.




권고사직 후 지난 2달은 이렇듯 울퉁불퉁했고, 여전히 그렇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직 어떤 사업을 해야 하는지 그 윤곽이, 대략이라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행복한 것은, AI로 급변하는 시기에 이 변화의 흐름을 오롯이 느끼려 노력하고 n8n, Bedrock, MCP 등의 툴들을 배우고 사용해 가며 다음 스텝을 고민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만일 이 시기에 직장에 있었다면 지금처럼 이 흐름을 제대로 탐색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지난 두 달간 내가 번 수입은 15만원이 고작이다. 이마저도 고용센터에 수입을 신고함으로써, 198만원의 실업수당에서 차감되었다 보니 더 적은 수입이다. 그러나 행복한 것은, 우선 먹고사는데 지장은 없다는 것이다. 6월 권고사직과 함께 받은 위로금, 퇴직금으로 당장의 생계를 해결할 수 있고, 곧 개인사업자를 내고 AI 자동화에 관련된 외주를 조금씩 하면서 수입을 만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가끔 그런 생각도 한다. 이러한 행복감이 자기 합리화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닐까? 아니면 현실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안전불감증 같은 걸까? 그러나 그러면 또 어떠하리.. 자기 합리화든 안전불감증이든, 우선 나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하고, 또 앞 날에 대한 걱정보다는 기대감이 더 큰 것이 사실일진데.. 굳이 이러한 심리상태를 쿨 다운 시켜 현실인식을 빙자한 우울감으로 간다 한들.. 그게 더 나은 것은 아니지 않은가? (갑자기 말투가 왜 이러지..?)


아무튼 그렇다. 뭔가 맺어지는 지난 2달의 회고록은 아니지만 현재의 상태가 이렇다는 기록을 남긴다. 7월 말까지 잘 유지해 오던 타임랩스 기록이나, 주간 스케줄 등도 제대로 하지 못한 때도 많다. 그러나 그냥 있는 대로 업로드한다. 그리고 다시 내일(8/18, 월)부터는 지난주, 지지난주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겠다.




7월 28일(월)~ 8월 5일(화)까지의 일과를 나눕니다.

- 지난 한 주는 매우 생산적인 한 주였습니다. 업무적으로도, 신앙적으로도, 가정적으로, 신체적으로도 모두 계획했던 것만큼의 노력을 했고 이대로만 지속적으로 유지하면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 토요일에는 갑자기 새벽 3시경에 깼는데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평소 같으면 이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거실로 나가 비몽사몽 간에 휴대폰을 보며 시간을 낭비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곧바로 방으로 들어가, (비록 하나도 정돈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휴대폰 타임랩스를 켜고 매우 밀도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효능감을 얻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자신감을 더 얻게 되었습니다.

- 지난 주말 (8월 3일, 일)부터 아내와 저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아내의 경우 몸살 기운이 있고 상태가 더 좋지 않아서 우선 며칠간은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8월 4일(월)에는 정신적으로 조금 힘든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제야 조금씩 삶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하고 집중도도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를 마주한 상태에서 갑작스레 그 흐름이 끊기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업무적으로 볼 때, 오전 7시~9시에 가족들의 아침식사와 딸 등원시키는 일을 하느라 이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되었고, 또 사무실에 있을 때보다 훨씬 집중도가 낮아진 상태에 있다 보니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하루를 가장 밀도 있게 사용해 왔던 지난주의 감각이 그대로 있다 보니 이렇게 한 시간 두 시간이 그저 흘러가는 것이 매우 조급하게 느껴졌습니다. n8n 토이프로젝트를 위해 컴퓨터를 켰다가도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딸 하원 시키러 가야 하는 등 업무 흐름이 끊기고 일과에 대한 통제가 제 밖에 놓이게 되었다고 생각되니 머리가 계속 아파왔습니다.

- 그러나 8월 4일(화) 마음을 다시 잡습니다. 우선 저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여, 아내 간호와 딸 케어, 집 정리, 그리고 n8n 구현 등까지 변화된 환경 내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하였습니다.

1) 우선 아내가 계속 누워있는 가운데 몸 상태가 좋지 않다 보니 휴대폰을 계속 보고 있기에 스텐바이미를 당근에서 구매하여 더 나은 환경에서 쉴 수 있도록 제공하였습니다.

2) F45에는 사정을 설명하고 한 주 정도 연기해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부탁 전에는 죄송한 마음에 선뜻 요청하기도 쉽지 않았는데 흔쾌히 요청을 들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F45 운동 일자가 소진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도 사라졌습니다.

3) 집에서도 사무실처럼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키보드, 마우스, 모니터를 집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또한 삼각대도 가져와서 집에서도 타임랩스를 촬영할 수 있도록 세팅하였습니다.

4) 변화된 환경에 따라, 1주간의 일과 스케줄을 다시 계획했습니다.

비록 오전 7시~9시 30분까지 가족 케어를 제가 해야 한다는 것과, 사무실이 아닌 집에서 집중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 이렇게 두 가지의 큰 제약이 생기게 되었지만 이 상황에서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자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만약 이 상황에서도 제가 집중도를 잘 유지해갈 수 있다면 저 스스로 한 단계 성장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새로운 도전을 맞이한 기분입니다.


7/28 ~ 8/2 타임스케줄


8/4 ~ 8/10 타임스케줄 (8/4~8/5은 actual, 이후는 계획된 일정입니다.)


7월 28일 타임랩스

7월 29일 타임랩스


7월 30일 타임랩스

7월 31일 타임랩스

8월 1일 타임랩스


8월 2일 타임랩스


8월 4일로 추정되는 타임랩스

8월 11일로 추정되는 타임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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