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spinning 기계 이야기 (2/3)

<권고사직받은 억대 연봉자의 사업 도전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by 투워즈

"자네도 알지 않나, 마이클."

필립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100년 전 이맘때, 우리나라는 일부 면 제품을 수입하는 것조차 금지했었다지. 모직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 하에 말이야. 그런데 100년도 채 되지 않은 이 시점에 우리나라는 면직물에 대해 가히 혁명적이라고 부를 만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네."


"그 변화는 사실 우리 같은 공급단으로부터의 변화가 아니라, 강한 수요가 견인한 변화였다네. 국가가 전통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내세웠던 일부 면제품의 수입금지조치마저도, 지속적으로 커지는 대중의 수요를 이길 수 없었지. 그렇기에 십여 년 만에 다시 면제품의 수입을 법으로 허용한 것이 아니겠나.

지난 100년 간 우리 영국은, 그리고 전 세계는 빠르게 면직물의 사용을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지. 이건 단순히 이전의 모직물을 대체하는 수준이 아니라, 이전에는 비용적인 이슈로 만들어 쓰지조차 못했던 새로운 부분들에까지 면직물이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네."


"그리고 나는 이 흐름이 결코 줄어들지 않고 앞으로 더욱더 커질 거라고 보네."


마이클은 동의했다.

'그래, 10년 전 면화작업소를 개업하던 그때, 나도 면직물이 더 커질 거라는 부푼 꿈에 사업에 투자했었지...' 그러나 마이클은 어느덧 매일의 면화작업과 직원의 교육, 관리 등을 이유로 이러한 시대 변화에는 둔감해져가고 있었다. 열심히, 조금 더 열심히 하면 내년에는 또 언젠가는 나도 직원 20여 명을 거느리는 큰 작업공장을 가지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 마이클이 지닌 유일한 꿈이었다.


회상에 잠긴 듯한 마이클을 위해 잠시 대화를 멈추고 목을 축이던 필립이 물었다.

"자네는, 이 엄청난 수요를 대체 누가, 어떻게 충족시키고 있는지 아는가?"


마이클은 대답했다.

"그야.. 우리 같은 면화작업소, 아니면 우리보다 더 큰 규모의 면화작업소들이 아닌가?"


필립은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이 엄청난 수요는 서인도제도와 같은 영국의 식민지를 통해 충족되고 있다네. 가히 엄청난 노동력이 드넓은 땅에서 일하며 끊임없이 면 생산에 동원되고 있는 거지. 그리고 이들에게는 매우 적은 수준의 급여, 사실... 급여가 전혀없는 강제노동이 맞겠지. 아무튼 그와 같은 구조 때문에 우리나라가 아주 저렴한 가격에 원면을 끊임없이 들여올 수 있는 거라네. 물론 자네가 얘기한 우리 같은 면화작업소도 면직물 유통의 끝단에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 엄청난 수요, 그리고 점차 더 커져갈 면직물에 대한 수요는 식민지와 값싼 노동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의 면직 산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두 가지의 축, 식민지의 넓은 땅과 값싼 노동력을 이해해야 하네."


마이클은 필립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열심히 머릿속으로 되뇌고 있었다.

"면직물의 수요 증가는 계속될 것이고, 이 수요를 충족하는 두 가지의 축은 '식민지의 넓은 땅'과 '값싼 노동력'이군."


필립은 다시 얘기를 이어갔다.

"그런데 지금의 면화산업은 두 가지 커다란 변화를 맞고 있다네. 한 가지 변화는 면화산업을 위축시킬만한 변화이고, 다른 한 가지는 면화산업을 엄청나게 성장시킬 만한 변화이지.


면화산업을 위축시킬만한 흐름은 바로, 식민지 노예를 활용한 무역에 대해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준, 그리고 정치 제도가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는 것일세. 사실 그렇지 않은가. 오래전부터 정복 전쟁은 있어왔다지만, 이렇게 한 나라 전체가 다른 지배국가를 위한 생산수단으로만 작동한다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다고만은 할 수 없지. 아무튼 그러한 문제인식이 사회 곳곳에 있던 차에 3년 전 처음으로 노예무역이 금지되었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걸세. "


마이클은 본인도 필립의 얘기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구만. 계속 이렇게 된다면 확실히 면화산업은 계속 위축될 수 있겠구만. 자네가 말한 두 가지 축, 그러니까 식민지의 넓은 땅과 값싼 노동력의 이점이 점차 약화될 테니 말이야."


필립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그러나 마이클, 면화산업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판단은 이다음 얘기를 듣고 난 후에 해도 늦지 않네. 앞선 얘기, 다시 말해 노예무역을 위축시키는 흐름만 있다면 면화산업은 앞으로도 계속 위축될지 몰라. 그러나 위축되는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는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다네."


마이클의 눈이 빛났다.

"Spinning! 바로 그 기계 말이로구만!"


필립은 슬며시 웃었다.

"맞네, 그런데 spinning은 역시나 이 큰 변화의 한 요소일 뿐이지. 왜냐하면 spinning은 수입해 온 원면으로부터 실을 뽑고 면직물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뒷단에 위치하고 있으니 말일세. spinning 또한 엄청난 변화 중 하나임에 틀림없지만, 앞단, 그러니까 원면을 공급하는 식민지에서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또 다른 기계가 이미 생산지에서는 활용되고 있다네. 바로 이전까지 원면 생산에 큰 걸림돌이 되었던 목화 수확 후 씨를 제거하는 작업, 바로 이 병목을 자동으로 해결해 주는 기계지. cotton gin이라는 조면기일세."



필립은 힘주어 말했다.

"답은 바로 자동화일세. 면화산업의 부흥을 이끌 커다란 하나의 흐름, 노예무역 금지로 인한 위축을 넘어서는 커다란 생산성의 혁명이 바로 cotton gin과 spinning 같은 기계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거지!


게다가 이러한 기술의 혁신을 혁명으로 바꾼 것이 바로 에너지라네. spinning(방적기)만 하더라도 초반에는 사람이 직접 돌려야 했다 보니 사람이 노동시간에 얽매여 있을 수밖에. 그러던 중 사람이 아닌 수력, 그러니까 커다란 물레방아를 통해 기계를 돌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지금은 증기기관이라는, 사람의 노동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물레방아를 돌릴만한 큰 물길이 필요하지 않은, 엄청난 에너지원을 얻게 된 걸세."


수력 방적기를 돌리기 위한 물레방아 (출처: History Hit - https://www.youtube.com/watch?v=hY4ptEzxNwM)


"마침내 사람이 필요하지 않은 모든 것이 자동으로 돌아가는 기계를, 아니 기계들을 얻을 수 있게 된 거야. 이것이야 말로 혁명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출처: 벌거벗은 세계사 EP.47 (tvN 220517 방송)
출처: History Hit - https://www.youtube.com/watch?v=hY4ptEzxNwM


필립은 다시 힘주어, 이전보다 더 큰 소리로 말했다.

"마이클, 이것은 비단 기술의 혁명이 아닐세. 이것은 바로 노동력의 혁명, 그러니까 생산성의 혁명이야!"


그리고 필립은 마이클의 눈을 보며 물었다.

"이제 자네는 노예무역 금지라는 변화에 주목할 것인가, 아니면 이 엄청난 생산성 혁명에 주목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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