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에 핀 꽃, 꽃보다 귀한 너, 나는 학교 엄마

저학년은 오랜만이라 4

by 친절한백쌤

돌봄 교실 가기 전에 여유시간이 있는 희윤(가명)이와 나는 공룡 책을 함께 읽었습니다.
공룡 엑스레이란 책인데 공룡 역할은 희윤이가 읽고 나는 의사 선생님 역할을 했지요.
책을 읽은 후 희윤이를 돌봄 교실에 데려다주었습니다.

희윤이 혼자 알아서 잘 가겠지만 함께 교실문을 나서면서 저도 컴퓨터 앞에서 잠시 해방되고 바깥공기도 마실 겸, 무엇보다도 희윤이랑 잠시 데이트하는 시간이 소중하니까요.

중앙현관을 나서는데 꽃봉우리가 맺힌 작약이 햇빛을 받아 색이 선명했습니다. 저절로 꽃 앞에 다가가게 되었습니다.
"예쁘다 그렇지?"
"선생님 색깔이 다른 꽃도 있어요."
"맞네. 색깔이 다르다. 신기하다. 우리 학교에 이렇게 예쁜 꽃이 있었어? 처음 알았네."
돌봄 교실 가는 길에 꽃을 보느라고 5분 정도 늦었지만 꽃을 보고 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틀이 지났습니다.
모두 집으로 돌아간 교실에 두 명의 학생이 잠시 남아 있었습니다.
희윤이와 은진(가명)이!
은진이는 그림을 완성하고자 남았습니다.
마음대로 잘 안 되는지 눈물을 보였지요.
친구가 도움을 많이 준 것 같아서 다시 그리자고 했더니 더 많은 눈물을 쏟았습니다.
'아! 괜히 다시 그리자고 했나 봐.'
후회를 했으나 은진이 눈물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희윤아 오늘은 혼자 돌봄 교실 갈래? 은진이가 울고 있어서 선생님이 돌봄 교실 같이 못 가겠다."
"네 안녕히 계세요."
돌봄 교실 가는 길, 데이트를 기다리던 희윤이는 혼자 출발했지요.

잠시 후 희윤이가 교실 뒷문으로 다시 들어오네요?
"희윤아? 아직 돌봄 교실 안 갔어?"
"선생님! 꽃이 피었어요! 엄청 예뻐요."
"아 그래? 그런데 어쩌지? 은진이가 울고 있어서 선생님이 지금 꽃 보러 못 가겠는데?"
"......"
"은진아 우리 같이 꽃 보고 와서 계속 울까?"
말없이 은진이가 끄덕뜨덕
"같이 나가자. 희윤이가 꽃이 폈다고 하네."
우리 셋은 중앙현관을 지나 꽃밭에 갑니다.
"와~ 신기하다. 작약이 피어나는 순서대로 다 있네."

희윤이 덕분에 봄날 꽃 사진도 찍어봅니다.

교실로 돌아온 은진이가 한마디 합니다.
"아까 그림 친구가 많이 도와준 것 아니고 제가 했어요."
"아 맞나? 미안 선생님이 잘 몰랐다. 그래서 속상해서 울었어?"
고개 끄덕끄덕

"방금 준 종이는 버리고 아까 그렸던 그림 마무리 하자. 미안 미안"
"그러면 네가 그린 거라고 말하고 울었어야지~~~"

"선생님 색칠하려니 팔 아파요."
"선생님이 조금 색칠해줄게. 그런데 선생님이 예쁘게 색칠할 자신은 없음. 오케이?"

이렇게 은진이 와도 눈물 데이트와 색칠 데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스물일곱 명의 아이들을 동시에 돌보려니 목소리도 높아집니다.
주어진 시간에 방역과 수업을 모두 챙겨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명씩 눈 맞추고 격려하고자 노력합니다.
내가 힘들다 힘들다 하면 내 아이들은 누구에게 위로받고 격려의 말을 듣겠습니까?

아이들을 관찰하고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려고 합니다.
그리고 나도 사람인지라 나의 마음도 좋게 전달해보려고 합니다.

서로가 마음을 나눌 때 학교 엄마와 아들딸의 관계가 되지 않겠습니까?

공룡 책을 읽던 희윤이에게 한마디 해주었지요.
"선생님은 학교 엄마야. 학교 엄마가 희윤이 사랑하는 것 알지?"
"네 알아요."
"그럼 우리 엄마와 아들 사이에 사진 한 장 찍을까?"
"스노우로 만화처럼 꾸며서 인쇄해줄게"
"네"
"어떡하냐? 연구실에 사진 인쇄 안 나왔다. 모르는 연구실 프린트기로 인쇄 보냈나 봐."
"ㅋㅋㅋ"
"선생님이 월요일에 인쇄해서 줄게. 만화로 편집해서 다행이다. 모르는 연구실에 인쇄 나와도 누구인지 못 알아보겠지."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면서 교사 작가의 삶도 꿈꿉니다.
작가가 되기로 한 후 아이들을 더 섬세히 관찰합니다.
교실 속 일상에는 글감이 가득합니다.

글감을 보는 눈을 가지게 해 주신 책 쓰기 선생님께 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