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밀리의 서재 유료회원으로 책을 받았습니다.
이기주 작가의 《인문학 산책》입니다.
상대는 당신의 입이 아니라 귀를 원한다.
이 문장을 읽는데 더 이상 넘어가지 않습니다. 귀도 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저는 듣는 것보다 말하는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2014년 함께 근무한 옆반 선생님과 커피를 마실 때면 제가 많은 얘기를 했지요. 그저 들어주시는 옆반 선생님에게 고마웠습니다. 실컷 얘기하면 업무 스트레스가 풀렸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말하는 대신 워드를 칩니다. 그러면 어느 정도 말하고자 하는 욕구는 충족되지요. 귀를 쉬고 워드를 계속 치고 싶은데 가족이 말을 걸어옵니다. 말이 고픈 가족이지요. 저는 오전 내내 입도 바쁘고 귀도 정신없지요. 특히, 아이들의 하소연에 일일이 귀 기울여야 합니다. 진심으로 대하는 것도 맞습니다만 업무이기 때문입니다. 집에 돌아오면 학교에선 말 못 하고 살았는지 둘째가 학교 얘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때 전 손으로 말하고픈 시간이거든요. 막내가 집에 오기 전에 손으로 말을 쏟아내야 하는데 둘째의 얘기를 듣다 보면 한 문장 쓴 후 생각의 흐름이 끊어집니다.
엄마 생각하고 있거든.
잠시 후에 동생 데리러 가야 해.
그전에 이거 써야 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말을 이어갑니다. 아이 입장에서 재잘재잘하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귀가 되어주어야 하는데 오늘도 나는 입이 하고픈 말을 손으로 쓰느라고 바빴네요. 입과 귀 모두 한가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경청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