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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Min Park Sep 02. 2015

우리 무서운 사람 아녜요. 베토벤과 말러 드림

정명훈 &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Myung-Whun Chung & Sächsische Staatskapelle Dresden
with Sophie Karthäuser, Soprano
Donneratag, 4 Juni 2015  

Großer Saal, Musikverein, Wien, Austira


베토벤 교향곡 2번. 2악장을 들으면서 엄마 생각이 나면서 괜스레 뭉클했다. 요즘 새벽 5시면 내 방 창문 앞에서 수다 한마당 펼치는 새들이 이 공연장까지 찾아온 것 같은 착각도 불러 일으켰다. 어느 악기도 쉬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고, 긴장을 늦출 수 없어 단원들은 힘들겠지만 듣는 청중 입장에서는 연주 소리가 경쾌하고 시원시원하다가도 간질간질한 느낌까지 주니 참 재밌는 곡이다. 그동안 베토벤을 심각하고 괴팍하게만 봤는데 이처럼 다정스럽고 유머러스한 사람이구나.. 그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된 연주였다.


말러 교향곡 4번. 말러 성격대로 얼마나 꼼꼼하게 분석했을지 상상하며 웃음 지었다. 이 악기로는 이런 소리까지 낼 수 있어요. 이렇게 연결하면 자연스럽게, 이건 긴장감을 주는 부분이죠 라며 상세히 설명해주는 것 같다. 1, 2악장을 들으며 우주대탐험 떠나는 기분도 들고, 유치원 아이들과 함께 들어도 좋겠단 생각도 들었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연결된 음, 어긋나는 듯하면서도 묘하게 어울리고 악기별 연주법도 다양해서 보는 즐거움은 덤이다. 4악장에서 소프라노가 많이 아쉬웠고, 단원들도 집중해서 마지막 음을 길게 뺀 채로 곡을 조심스레 마무리 중인데 갑자기 브라보를 외치는 사람 몇 명이 호흡을 다 흐려놨다. 에효.


 정명훈 선생님은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때로는 내가 그 뒤까지 다 보고 있음을 어필하시며  정중앙에 소통하는 지휘자로 우뚝 서 계셨다. 곡을 마친 후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든 공을 단원들에게 돌리시는 선생님. 서울에서 뵐 때보다 뮤직페라인의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에 서 계신 모습이 더 멋지더라! 자랑스럽다!


[연주곡목]
1> L. v. Beethoven - Symphonie No.2 in D Major, Op.36
2> G. Mahler - Symphonie No.4 in G Maj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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