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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usikfreunde

허전한 옆자리

마리스 얀손스 &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

by Joo Mi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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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18 TUE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연주 곡목]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E단조 Op.95 '신세계로부터'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라벨 관현악 편곡)


공연 시작 전, 공연 후 두 손 모아 기도했다.
마리스 얀손스 님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지휘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락스타보다 더 멋진 마리스 얀손스. 양팔을 쫘악 펼치거나 점프 후 하늘을 향해 한쪽 팔을 들 때는 "멋있다" 나도 모르게 입이 헤~ 벌어진다. 공연 내내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단원들을 집중시키고 이끌면서 객석까지 휘어잡는 부드러운 카리스마!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단원들을 향해 박수 쳐주길 원하는 따뜻한 리더! 이러니 더 많이 사랑할 수밖에!
자유로운 분위기(조금은 정신없어 보이던-배치, 의상 탓!)의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은 뱃사람처럼 박력 넘치다가, 양볼이 발그레 물들 정도로.. 몸이 배배 꼬이게 로맨틱하기도 하고. 화려한 서커스를 보는 착각을 갖게 하다가.. 지독한 쓸쓸함을, 두려움을 느끼게도 했다. 정신없이 그들의 연주에 휩쓸리다 보니 공연 끝이란다. 앙코르 두 곡이 끝난 후에도 아쉬워서 자꾸만 뒤돌아보다 나왔다.
다행이다. 남은 공연이 있어서! 슈트라우스와 쇼스타코비치를 기대하며 꿀잠 자야지~!



2014. 11. 19 WED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연주 곡목]

- R. 슈트라우스 '돈 주앙', '장미의 기사' 모음곡

-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지휘자 얀손스 님과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의 연주자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박수만으로는 부족해!

얀소스 님은 '내 온 힘 여기에 다 쏟아붓고 이 무대 위에서 쓰러지겠소!'라는 마음가짐으로 무대에 서는 걸까?

공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쉴 새 없이 연주해야 하는 현악기. 얼굴이 벌겋게 불타오르며 연주하던 중 아주 잠깐 호흡이 흐트러지기라도 하면 "틀렸다"를 모두에게 들켜버리는 관악기. 발소리 안 내고 무대 이동하기는 이 분들 이길 자가 없지 않을까? 가장 뒤에서 묵묵한 기다림을 가지다 강약 조절해서 정확하게 때리고 남겨진 음 달래기까지.. 볼수록 더더더 매력적인 타악기. 어느 하나 쉬운 악기가 없다. 내가 저 무대 위에 선 연주자가 아닌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한 번 그들에게 감사함의 박수를 힘껏 치련다!!!


이번 공연을 보며 "눈이 가요 눈이 가" 베스트 3 꼽아본다면.. 지극히 개인 취향으로 슬쩍 적어본다.

-첼로:수석, 부수석? 잘생기고 잘생기고 잘생기고.

-콘트라베이스: 한국사람? 멋지고 정말 멋지고 최고 멋지고.

-타악기:팀파니와 작은북? 진지하고 신중하고 난 그들을 신뢰하고.


차곡차곡 소리를 쌓아 올려서 터트릴 때 그 짜릿함. 그리고 태권브이가 출격해 올 것 같던 비장함. 모두 참 좋았다.


집에 오는 길, 오늘따라 옆자리가 허전하다. 좋은 공연을 보고 나오면 집에 오는 내내.. 집에 와서도 내 옆에서 쉬지 않고 공연 리뷰를 했을, 지금은 오스트리아에 살고 있는 친오빠가 보고 싶다. 로비 담소 나누었던 그리운 분들.. 그분들과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이 더해지니 행복하면서도 쓸쓸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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