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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윤 Aug 29. 2016

어머니와 글쓰기

(Mother and Writing) - 일기

 글(brunch.co.kr/@kindjiyun/1)을 다 쓰면 어머니께 보여드린다는 약속을 잊고 있다가 오늘 보여드렸다. 글을 다 읽은 어머니가 카톡으로 느릿느릿 답장하셨다. 답답해서 전화를 걸어보니 어머니가 울고 있었다.

 내가 떠나온, 거의 20년 전의 그 좁고 컴컴한 방을 어머니는 미처 못 떠나 있었다. 어머니의 죄책감. 흉터 아래 그렇게 깊고 무거운 상처가 아직 낫질 않으셨구나. 반복해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며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어머니는 계속 글을 쓰라고 하셨다. "음울한 글만 쓰는 건 아니에요."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가 들어갔다. 나는 당신의 아픔을 알기에는 아직 너무 어린 것 같다. 전이되어 오는 어머니의 감정은 내게 너무 벅차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어머니를 울리려던 것은 아니었어요. 공허한 대답 밖에 할 수 없었다.

 두 가지 목표가 생겼다. 하나는 다른 사람도 울게 할 글을 쓰는 것. 맥락이 약한 내게 구체적이고 도전적인 목표다. 다른 하나는 어머니의 상처를 치료할 글. 감도 안 잡히지만 첫 번째 목표를 통해 내 이기적인 글쓰기 습관을 고친다면 어느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입맛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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