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윤 Aug 29. 2016

여자 친구 대신 애인

계속 쓰는 생각 쪼가리.

 트위터에는 한번 썼던 내용.


 평소 "여자 친구"라는 표현을 별로 안 좋아한다. 내가 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싫어한다. 자연스럽게 쓰게는 되지만 입에 붙어서 그런 것이라 고치려고 노력하고도 있다. 뭐 이유야 굉장히 다양한데, 몇 가지는 생각해볼거리가 있고 몇 가지는 조금 쓸데없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여자 친구를 애인이라는 표현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여자 사람 친구" 같은 기괴한 단어를 만들어 써야 한다. 여자 친구가 애인 대신 사용되는 맥락에서 볼 때는 그 조어가 재치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싫다. 게다가 이성 관계 전반을 의미해야 할 단어가 연인을 나타내는 단어로 쓰이는 것, 들을 때마다 어쩐지 만나는 이성을 잠재적 연애 대상자로 생각했던 과거(몹시 흑역사)가 떠올라서 싫기도 하다. "이성 관계에 친구가 어딨어?" 같은 공허한 말로 느껴진다. 그래 뭐 이러니까 굉장히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표기해야 한다고 하는 국립 국어원이 오버랩되긴 하는데.... 일단 나는 싫어.

 그리고 두 번째, 여자 친구라는 표현에는 로맨틱한 것이 전혀 없다. 사랑이 담겨 있지 않다(적어도 단어만을 봤을 때에는). 많은 연인들이 서로를 다른 애칭으로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여자 친구"라니. 여자+친구의 구조는 그저 사실 관계만을 공허하게 나열할 뿐이다. 심지어는 그 관계를 정확하게 표현하지도 못한다. 여자+친구라니. 연인 관계에 우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서로 사랑함을 좀 더 어필해도 되지 않을까? 여자 친구.... 공허하기 그지없다.

 세 번째. 성별 지칭어가 싫다. 이건 정말 개인적인 취향 문제일 것이다. 전에 "커밍아웃?" 글에서 밝혔다시피, 젠더는 "사소한 것"이다. "애인"이라는 단어와 "여자 친구", "여 애인" 같은 단어를 비교해보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칭할 때 성별을 굳이 특정할 필요가 있을까? 은연중에 이성애자를 디폴트 취급하는 느낌도 든다. 두루두루 마음에 안 드는 표현이다.


 그렇다고 해서 타인이 여자 친구라는 말을 쓰는 것이 잘못됐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그걸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여자 친구라는 표현이 더 적합한 관계도 있을 것이고. 나는 연인 관계에서 자신의 애인을 "여자 친구"나 "남자 친구"라고 지칭하는 것을 싫어 하지만 그건 개인적인 기호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에게 강제할 생각도 없으며, 타인이 쓴다고 고나리질 할 생각도 없다. 다만 이런 생각을 어떻게 가지게 되었는지 추적해보고 싶었을 따름이다. 


 애인 애인 애인.... 이건 좀 억진데, 여자 친구보다 더 달달한 표현 같다. 목에서, 그리고 내 귀로 들리는 그 울림이 훨씬 달콤하다. 어쨌거나 여자 친구 대신 애인이라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어머니와 글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