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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윤 Feb 27. 2017

각련에 관하여

1.

각련, 다른 말로 하면 롤링 타바코나 말아 피우는 담배.


각련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대학동 근처 홈플러스 건너편 담배 전문 매장 덕분이었다.

원래 겉멋을 중요시 여기는 나는, 옛날부터 파이프를 펴보고 싶었고, 유튜브나 나무위키 따위를 뒤지며 정보를 수집했다. 운 좋게도 집 근처에 전자 담배나 파이프, 시가를 취급하는 매장이 생겼고, 더 운 좋게도 그 곳에는 파이프 입문자를 위한 다양한 가격대의 파이프와, 관리 도구를 판매하고 있었다.

그렇게 처음 맞이한 파이프는 뭐랄까, 음. 한국에서는 여러모로 즐기기 까다로운 물건이었다. 당시 만나던 애인은 내가 흡연하는 것을 싫어했으며, 파이프는 그 긴 끽연 시간으로 집이 아니면 피기가 좀 어려웠으며, 여러가지지 요령이나 준비물들로 인해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나무위키(꺼라) 말마따나 돈 많고 시간 많은 사람의 취미물로 적합한 것이었다.

이제야 파이프를 피는 지인도 생겼고(공교롭게도, 그 사람과 친분이 생기기 전에 그 사람이 파이프를 핀다는 사실을 먼저 알게 되었다.) 집 근처에 스모킹 카페라고 실내 흡연이 가능한 카페도 생기어 여건만 생긴다면 파이프를 즐길 수 있겠지만 글쎄, 역시 요령 없는 내게 파이프는 까다로운 취미다.

그러던 어느날, 아는 동생이 집에 놀러 왔을 때, 호기심에 롤링 타바코를 구입하게 되었다. 그 동생놈이 돈이 생겼던가 그래서였다. 대강 초코맛인가 커피맛이나는 연초를 사고, OCB 롤링기 사용법을 떠듬떠듬 배워 우리는 카페로 향했다. 대학동 카페베네는 커피는 맛없지만, 테라스처럼 생긴 곳에서 앉아 흡연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담배 피기에는 적합한 장소이다. 우리는 그 곳에서 연거푸 담배를 말아 피웠으며, 뭐랄까, 그 때는 지금처럼 담배맛에 민감할 때는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내 내면의 세계에서 무언가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기분이었다. 쾅!

비로소 최근에, 나는 드디어 내 손으로 각련을 사게 되었다. 한동안 주구장창 피우던 담배가 어느순간부터 너무나도 맛없게 느껴졌고, 위장도 안 좋아졌기 때문이었다.

각련에는 여러가지 장점이 있는데, 대체로 연초에 수분이 남아있기 때문에 보관만 잘 하면 향과 맛이 오래간다. 거기다가 그 향과 맛은 4500원짜리 궐련과는 비교 불가능하게 풍부하며, 궐련이 레쓰비라면 각련은 TOP라고 할 수 있겠다. 고소한 맛과 역하지 않은, 첨가물이 없는 담배 본연의 향. 연기까지 풍부하니 더 바랄게 없다. 거기다가 전에 쓰던 파이프 연초를 섞으면 라즈베리 향까지 즐길 수 있다....


젠장 글을 도대체 어케 마무리해야할지 모르겠네. 어쨌거나 나는 이제 각련 흡연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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