썼던 글을 돌아보며.
글을 쓰는 습관을 조금 붙이려고 한다.
오랜만에 글을 썼다. 감상문이기라기엔 조금 애매한 구석이 있으니 그냥 수필이라고 불러야겠다.
그러곤 또 한동안 글을 내팽겨쳐뒀다.
시간은 항상 무섭게 지나간다.
예전에, 엄청 어렸을 때. 그러니까 고등학교 시절에
그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시, 였는데. 그런 말을 썼다.
"하지도 않은 사랑에 아파하며"
대강 그런 말이었다. 반어적인 표현이었다.
그땐 참 시를 열심히 썼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일기장과 습작 노트를 겸하던 그 노트를 붙잡고 생각이 떠오르면 뭐든 휘갈겨 썼다. 그 때의 경험이 없었더라면, 나는 정말 가끔이나마 아이폰 메모에 시를 쓰는 사람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렴 어때. 어쨌거나 지금은 입으로만 글쓰는 사람이 돼버렸는데.
그럼에도 누군가 내 글을 읽는 다는 건 참 신기한 경험이다.
내가 평소 보이지 않는 작은 조각들을, 부러 봐주러 와길 바라며 숨긴, 엄선된 조각들을 내 의도따라 와서 봐주는 사람들. 가끔은 읽긴 읽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아무렴 어떻나.
솔직히 글 잘 쓸 자신이 없다. 멋들어진 글은 물론이고, 최소한 습관적으로 쓸 자신이 없다.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놓지도 못하고 빌빌거리는 꼴이 우습다. 글이 내 구원이었다는 사실도 너무 우습다.
나는 언제나처럼 미끄러진다. 내 우유부단함 때문에나, 내 게으름 때문에나, 다양한 이유로.
핑계도 많고 변명도 많고.
그렇지만 시간은 언제나 투정부릴 여유도 없이 흘러간다. 채우지 못한 공책은 스스로 낡는다.
담배 하나를 간절히 떠올리며, 지난 시간들을 생각한다.
나는 내일도 어제의 나일까. 오늘은 어쨌든 어제의 나구나. 변함없는 나구나.
언제나 그런 식이다. 하지도 않은 사랑에 아파한다는 건, 내가 도전하지 못 했다는 소리.
아마 나는 내일도 글을 쓰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어쩌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