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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윤 Aug 24. 2016

시스젠더 헤테로

성, 젠더, 연애/성적 지향 이야기 (1)

 쌍고등어, 게임을 좋아하고 현재 연애 중인 20대 남성. 서울에 거주 중이고 고향은 경남 진주이다. 이런저런 고민이 많고 감성적이며, 술과 담배를 좋아한다. 게으름 피우길 좋아하고, 늑장 부리다 타는 택시에서 자본주의의 단맛을 느끼는 사람이다. 좋아하는 인용구는 드래곤 라자의 "나는 단수가 아니다."

 이번에는 자신에 대한 글을 써보기로 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그런 의문 속에서 멍하니 키보드를 두들겼더니 이런 글 조각이 화면에 번져 있었다. 썩 나라는 사람을 잘 나타낸 글 같으면서도,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나 자신을 설명한답시고 쓴 것은 "사소한 것."들이다. 어쩐지 그 말이 눈에 계속 밟힌다.

 알 수 없는 답답함에 조금 더 궁리를 해보기로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사람은 "사소한 것"의 집합인 것 같다. 외적 요인, 관점, 기호 등등 다양한 특질과 경험이 모여 한 개인을 이룬다. 개별 특질이나 경험이 개인에게 있어 다른 것보다 더 중요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이 압도적일 수는 없다. 개인마다 스스로 규정하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것" 또한 마찬가지고. 누군가는 자신이 사회주의자나 채식주의자임을 중요하게 여길 것이다. 젠더나 연애/성적 지향 역시 마찬가지다. 누구는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중요하게 여길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나"를 대변해줄 수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건 "오만과 편견"이다.

 

 어제 소설을 쓰던 중, 나는 주인공을 동성애자라고 설정하고 그를 묘사하려고 했다. 별안간 내가 동성애자를 제대로 묘사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정치적 올바름이나 이런 것들은 집어치우고라도, 나는 동성애자가 아니니까. '동성애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까?' 친구에게 "소설 주인공을 게이로 하고 싶은데, 게이가 아니라서 좀 어렵네." 같은 멍청한 소리를 짓거리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멍청한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동성애자는 개인의 연애/성적 지향일 뿐이다. 그 개인을 이루는 "사소한 것" 것 중 하나. 누군가는 자신의 연애/성적 지향이 자신의 중요한 특질 중 하나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를 설명하는 데에 있어서 압도적인 요인이 될 수는 없다. 내가 동성애자인 인물을 묘사하려고 했을 때, 나는 그런 종류의 의문을 가져서는 안 됐다. 동성애자도 나랑 똑같이 사랑하고, 먹고, 자기 취향에 따라 문화생활을 즐기는 존재니까. 그건 "사소한 것"이다. 사랑을 느끼는 대상이 동성이라는 점 외에는 아무것도 다를 바 없는 한 인간이다. 그저 다른 등장인물과 동일한 방법으로 만들어내면 되는데, 나는 편견에 사로잡혀 헛짓거리를 하고 있었다. 굳이 전형적인 등장인물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는데도! 그 등장인물이 "동성애자"라는 것 때문에 나는 묵은 편견을 꺼내 들고 있었다. 지난 몇 년이 무색할 정도로,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편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연애/성적 지향은 사소한 것이다. 어떤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지에 대해 파악하기에는 사소한 것. 타인이 들었을 때, 내가 담배와 술을 좋아한다는 말과 크게 무게가 다르지 않아야 하는 것이고.


 시스젠 더 헤테로. 젠더가 생물학적 성과 일치하는 이성애자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가 지금 사는 사회는 절대적으로 시스젠더 헤테로의 관점에서 서술되어 있다. 그것도 다른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시스젠더 헤테로의 관점으로. 나 또한 알게 모르게 그런 관점을 많이 학습했다. 등장인물을 만드면서 내가 겪은 일이 바로 나의 그런 학습된 관점을 보여주는 예시이다. 교육의 힘은 참 무서워서, 시스젠더 헤테로도 아닌 나 역시 아직도 학습된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굳이 성소수자들에 대해 알려고 하지도 않고, 시스젠더 헤테로가 당연하고 일반적이라고 여기는 그런 관점들.

 어떻게 글을 마무리 지으면 좋을지 모르겠다. 타인에게 보여주기보단 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글이라.... 일단 여기서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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