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에르케고르가 주식투자를 한다면

주식투자에서 불안을 이용하는 방법

by 구대은

키에르케고르가 주식투자를 한다면, 그는 아마 시장을 이기려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자기 자신을 먼저 다루려 할 가능성이 크다. 그에게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수익률이 아니라 선택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는 아마 투자에서 불안을 없애려 하지 않을 것이다. 불안을 느끼는 순간을 실패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정상 상태로 받아들일 것이다.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마음이 흔들린다는 것은 아직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는 불안이 사라질 때를 오히려 경계할 것이다. 확신에 가까운 상태는 대부분 판단이 아니라 기대나 의존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확실한 종목”이라는 말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확실하다는 말은 대개 생각을 멈추기 위해 사용된다. 판단을 대신해 주는 말이 늘어날수록 선택의 책임은 흐려진다. 그는 편안한 확신보다 불편한 판단을 택할 것이다.


그가 투자를 한다면, 기준은 반드시 사전에 정해 둘 것이다. 시장이 열려 있는 상태에서는 기준을 세우지 않는다. 가격이 움직이는 순간에 기준을 만들면, 그 기준은 언제든 감정에 따라 수정되기 때문이다. 그는 매수와 매도에 대한 조건을 숫자와 상황으로 단순하게 정해 두고, 그 조건이 충족되면 실행하고, 충족되지 않으면 기다릴 것이다. 결과가 어떻든, 기준을 지켰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는 결과로 자신을 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수익이 났다고 판단이 옳았다고 믿지도 않고, 손실이 났다고 판단 자체를 부정하지도 않을 것이다. 좋은 선택이 항상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오직 판단 과정만을 되돌아볼 것이다. 이 선택이 그 시점에서 충분히 검토된 선택이었는지, 감정이 개입하지는 않았는지를 점검할 뿐이다.


정보에 대해서도 매우 조심스러울 것이다. 그는 많은 정보를 소비하는 행위를 지식으로 착각하지 않을 것이다. 불안할수록 사람은 더 많은 정보를 찾지만, 그 대부분은 결정을 돕기보다 책임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를 정하고, 그 범위를 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손실을 대하는 태도도 다를 것이다. 그는 손실을 피해야 할 실패로 보지 않고, 구조 안에서 관리해야 할 비용으로 볼 것이다. 손실을 절대 악으로 여기면 판단은 경직된다. 그는 손실을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로 다룰 것이다. 손실을 줄이기 위한 장치가 작동했는지, 규칙이 지켜졌는지만 확인할 것이다.


그가 주식 투자를 한다면, 아마 이런 원칙을 가질 것이다.
1. 불안을 없애려 하지 말 것.
2. 기준은 미리 정할 것.
3. 결과로 자신을 평가하지 말 것.
4. 책임을 남에게 넘기지 말 것.


이 원칙들은 시장을 이기는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스스로를 무너뜨리지 않는 방법은 알려준다. 그는 아마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주식 투자는 돈을 버는 기술이기 전에, 선택을 감당하는 훈련이라고.

그래서 키에르케고르가 주식 투자를 한다면, 그는 가장 화려한 투자자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가장 쉽게 흔들리는 투자자도 아닐 것이다. 그는 시장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관리하는 데 집중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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