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란성 쌍둥이와 평행우주

합리적인 삶에 대하여

by 구대은

일란성 쌍둥이 이야기는 『이기적 유전자』의 관점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그리고 이 연결 지점에서 자유의지와 평행우주에 대한 생각도 함께 정리된다.


『이기적 유전자』가 말하는 핵심은 자연선택의 중심에는 개인이 아니라 유전자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한다고 느끼지만 그 바탕에는 유전자가 만들어 놓은 성향과 반응 구조가 깔려 있다. 개인은 주인공이라기보다 유전자가 살아남기 위해 만든 하나의 운반체에 가깝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일란성 쌍둥이는 같은 유전자를 가진 두 사람이 동시에 세상에 배치된 사례이기 때문에 두 명의 ‘나’라기보다는 하나의 유전자가 두 개의 삶을 통해 자신을 시험하는 모습에 가깝다. 같은 버릇, 비슷한 호불호, 비슷한 판단이 반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 같다. 무슨 텔레파시가 있어서가 아니라 같은 설계도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우리는 평행우주라는 스토리로 가끔 “다른 선택을 한 또 다른 나”를 상상한다. 하지만 『이기적 유전자』에서는 ‘다른 나’가 아니라 같은 유전자가 다른 조건에서 작동한 또 하나의 결과다. 즉 평행우주는 자아 중심의 상상이고, 이기적 유전자는 유전자 중심의 설명이다. 그래서 일란성 쌍둥이는 이 두 관점을 현실에서 동시에 보여주는 거의 유일한 사례이기도 하다.


여기서 우리는 과연 자유의지가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선택한다고 느끼지만 쌍둥이 사례를 보면 선택의 방향은 생각보다 좁다. 같은 환경에서 비슷한 선택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환경에서도 유사한 경로로 수렴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자유의지가 유전자가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작동하는 능력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중요한 점은 『이기적 유전자』가 운명을 하나로 고정한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유전자는 경향을 만들 뿐 결과를 단일하게 결정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일란성 쌍둥이도 완전히 같은 삶을 살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유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 차이가 더 중요하다. 같은 설계를 여러 환경에 흩어 놓고 각기 다른 결과를 얻는 것은 매우 효율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실패 위험을 줄이고 성공 가능성을 넓히는 전략이다.


말하자면 일란성 쌍둥이가 평행우주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초자연적 발상이 아니라, 인간이 주체라고 믿고 싶어 하는 영역에 유전자라는 보이지 않는 설계도가 이미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조건에서 출발했음에도 삶이 달라진다는 사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를 그 설계도에 따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걸 깨달으면 우리가 왜 늘 비슷한 선택을 반복하는지, 왜 어떤 길은 유난히 어렵고 어떤 길은 자연스러운지 이해하게 해준다. 오히려 현실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하여 스스로를 과대평가하지도, 과소평가하지도 않게 한다. 이는 아마도 우리 스스로가 가장 끌리는 일, 오래 붙잡아도 버티는 일, 자연스럽게 반복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 삶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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