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은 왜 다르게 느껴질까?

언제든 새해 첫날처럼 사는 법

by 구대은

새해 첫날의 공기는 묘하게 가볍다.

어제의 해와 오늘의 해가 물리적으로 다를 리 없고, 나를 둘러싼 현실도 그대로인데 마음만은 왠지 모를 기대감으로 부풀어 오른다. 현실은 제자리에 있는데 마음만 한 박자 늦게, 그러나 사뭇 다르게 따라온다. 그 기분 좋은 느슨함이 바로 새해 첫날이 부리는 마법이다.


이 붕 뜬 마음은 단순한 착각이 아니다.

행동과학자 캐서린 밀크먼(Katherine Milkman)은 우리가 새해, 생일, 혹은 매주 월요일 같은 날을 만나면 과거의 나를 분리하고 리셋 버튼을 누르려는 본능이 있음을 밝혀냈다. 이름하여 ‘새출발 효과(The Fresh Start Effect)’다.


우리의 의지가 갑자기 강철처럼 단단해져서가 아니다. 단지 그 날짜가 우리 앞에 ‘새로운 출발선’을 그어주었기 때문이다. 그 선 앞에 서면, 지난날의 실패는 지나간 챕터로 넘겨버리고 다시 뛸 용기가 생긴다. 행동의 문턱이 거짓말처럼 낮아지는 것이다. 그 출발선을 선명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작은 의식(Ritual)’들이다.


매서운 새벽바람을 맞으며 해돋이를 기다리고, 떡국을 챙겨 먹고, 덕담을 건네는 일들. 솔직히 춥고 번거롭다. 하지만 그 비일상적인 수고스러움이 뇌에게 끊임없이 신호를 보낸다. “지금은 평소와 달라. 이제 진짜 시작이야.”


철학자 폴 리쾨르(Paul Ricoeur)는 인간은 시간을 기계적으로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낸다고 했다. 우리 인생이라는 글에서 밋밋하게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을 끊어내고, 마침표와 문단을 나누어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늘 새해 첫날처럼 설레며 살고 싶다면 답은 의외로 간단할 것 같다.

굳은 결심으로 자신을 채찍질하는 대신, 일상에 작은 ‘이벤트’를 선물해야 한다.

한 달에 한 번 낯선 곳에서 하루를 보내거나, 계절이 바뀔 때마다 서랍을 정리하거나, 평소와 다른 길로 출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럴 때 거기에 새출발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건 거창할 필요도 없고, 단지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거부하는 ‘단절’이면 족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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