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이식
"바로 수술 준비해." 강태준이 텅 빈 눈의 남자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서현이 막아섰다. "위험합니다. 회장님. 초기화된 육체에 타인의 에너지를 주입했을 때, 인격이 온전히 자리를 잡을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임상 실험을 한 번 더..."
"이 아까운 걸 또 쓰라고?" 강태준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만한 물건 구하는 게 쉬운 줄 알아? 게다가 기억을 지우는 과정에서 뇌가 녹아버릴 확률이 절반이 넘었어. 기적적으로 성공한 이 샘플을 고작 테스트용으로 날리자고?"
"만약 실패하면 회장님은 돌아올 곳이 없습니다." 서현은 냉정하게 경고했다.
"돌아올 곳이라..." 강태준이 비릿하게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철컥-! 수술실 구석에 대기하고 있던 경호원 넷이 일제히 품에서 권총을 꺼냈다. 총구는 정확히 서현, 김도윤, 이연수의 머리를 겨누고 있었다.
"서 선생. 자네는 날 너무 물로 보는군. 내가 안전장치 하나 없이 맨몸으로 뛰어들 것 같나?"
강태준이 김 실장을 눈짓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내 심박 모니터와 뇌파는 실시간으로 감시된다."
강태준이 서현의 멱살을 잡고 으르렁거렸다. "잘 들어. 에너지를 뽑아서 저 젊은 놈한테 넣어. 그런데 만약... 거부 반응이 일어나거나 10분 안에 내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다?"
서현은 침묵했다. 강태준의 눈빛에서 살기를 느꼈다.
"그럼 즉시 중단하고, 내 에너지를 다시 이 늙은 몸으로 원상복구 시켜." "......!"
"새 몸이 안 되면 헌 몸이라도 다시 입어야지. 썩은 몸이라도 죽는 것보단 나으니까. 알겠나?"
김도윤이 사색이 되어 외쳤다. "회장님,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한 번 뽑아낸 에너지를 다시 넣으려면 심폐소생술부터 다시 해야 하는데, 뇌 손상이 올 수도..."
"그러니까 실수하지 말라고!!" 강태준이 고함을 질렀다. "내가 깨어나서 암호를 댈 때까지, 내 옛날 몸도 절대 훼손하지 말고 최상의 상태로 대기시켜. 만약 내가 영영 눈을 못 뜨면... 너희와 너희 가족들도 세상에서 지워질 줄 알아." "아, 그리고 10분 안에 내가 다시 돌아오지 못해도 너희 중 가장 필요없는 한 사람이 먼저 죽게 될거야."
B1층 중앙 수술실.
살벌한 침묵 속에 두 개의 수술대 사이를 굵은 튜브와 케이블이 연결하고 있었다. 김 실장은 권총을 든 채 감시하고 있었고, 이연수는 울먹이며 메인 콘솔 앞에 앉았다.
"우회 경로 활성화. 양방향 전송 준비 완료."
서현이 강태준의 머리맡에 섰다. 만약 실패하면, 뺐던 에너지를 다시 이쪽으로 돌려야 한다. 난이도가 두 배로 뛰었다.
"마취 시작합니다." 김도윤이 떨리는 손으로 마스크를 씌웠다. 강태준의 의식이 흐려지고, 심박수가 안정적으로 떨어졌다.
"시작해."
서현의 지시와 함께 김도윤이 강태준과 남자에게 심정지 유도제를 투여했다. 대한민국 재계 거물의 심장이 멈추는 순간이었다.
[삐----------]
"타이머 작동! 제한시간 10분!" 김 실장이 차갑게 외쳤다.
서현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포획."
강태준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에너지. 평생을 의심과 탐욕으로 살아온 괴물의 영혼이 기계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전의 실험체들과 달리, 그 에너지는 검붉고 끈적해 보일 정도로 밀도가 높았다.
"전송."
이연수가 레버를 올렸다. 튜브를 타고 검붉은 에너지가 옆 침대의 남자에게로 이동했다. 텅 비어있던 '그릇'. 주인 없는 집에 새로운 주인이 입장하고 있었다.
"주입."
서현이 남자의 호흡기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남자의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쿵... 쿵... 쿵.
남자의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뇌파 모니터가 요동쳤다.
"5분 경과." 김 실장의 목소리가 건조하게 울렸다.
남자는 눈을 뜨지 않았다. 뇌파는 안정되었지만,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김 실장이 불안한 듯 강태준의 옛 육체 쪽을 쳐다보았다. "8분 경과. 2분 남았습니다."
"준비해." 경호원들이 총의 안전장치를 푸는 소리가 들렸다. 철컥.
김 실장이 서현에게 총구를 겨누며 말했다. "실패다. 원상복구 해. 회장님을 다시 원래 몸으로..."
"기다려!" 서현이 소리쳤다. "데이터를 읽어들이는 중이야! 지금 빼내면 양쪽 다 죽어!"
"9분 30초!"
김 실장의 손가락이 방아쇠에 걸리는 순간, 남자의 손가락이 움찔했다.
"움직였어!" 서현이 외쳤다.
남자가 천천히 눈을 떴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과연 누구일까. 기억을 잃은 백치일까, 아니면 강태준일까.
남자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았다. 탄탄한 근육, 젊은 피부. 그는 상황을 파악하려는 듯 주위를 둘러보다가, 총을 겨누고 있는 김 실장과 눈이 마주쳤다.
김 실장이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십니까? 암호를 대십시오."
남자는 멍하니 김 실장을 바라보았다.
"......"
"이거 실패한 거 아닙니까?"
김 실장의 총이 김도윤에게 향하였다.
"잠깐." 남자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리고 입꼬리를 천천히, 아주 기괴하게 말아 올렸다. 앳된 얼굴에 깃든 중년의 표정.
"제우스."
김 실장의 눈이 커졌다. 그것은 강태준만이 알고 있는 코드였다. 김 실장이 즉시 총을 내리고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회장님... 돌아오셨습니까?"
"그래." 남자의 몸을 입은 강태준이 침대에서 내려와, 가볍게 목을 풀었다. 관절이 삐걱거리는 소리 대신, 활력 넘치는 근육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전망이... 아주 좋구만. 훨씬 잘 보여."
그는 방금 전까지 자신이 누워 있던,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산소호흡기를 달아둔 늙은 육체를 내려다보았다.
"플랜 B는 취소다."
그가 늙은 자신의 시체를 가리키며 킬킬거렸다. "내 시체를 내 눈으로 보게 될 줄이야!"
"이제 필요없게 됐으니 성대한 장례식만 잘 치르면 되겠군."
성공이었다. 악마가 젊은 가죽을 뒤집어쓰고 지옥에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