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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Oct 07. 2024

욕심, 내려놓기가 힘들 때

내 마음 레시피_욕심에서 자유롭게 사는 방법

뜬금없는 고백이지만, 나는 참 욕심이 많다. 

특히 '견물생심'이란 말처럼, 남이 하는 걸 보면 나도 따라서 덩달아 욕심을 내게 된다. SNS를 잘 안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인데, SNS를 하다 보면 가만히 잘 살고 있는 '나'를 굳이 '남'과 비교하게 된다. 남이 하니 나도 하고 싶고, 남이 먹으니 나도 먹고 싶고, 남이 가니 나도 가고 싶어지는, 욕망의 무한궤도에 올라탄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흠칫 놀랄 때가 있다. 이는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심리적 헛헛함을 채우기 위해 우리는 잠들지 못하고 좀비처럼 누워 얼마나 많은 것들을 구경하고 욕심내는가. 물론, 다음날이면 내가 뭘 보고 뭘 샀는지 까맣게 잊어버릴 수도 있겠지만 오늘밤엔 그냥 잠들 수 없는 것이다. 한 치 앞도 모르는 불나방처럼 바야흐로 '욕망의 시대'에서 우리는 욕망의 불꽃으로 날아가고 있다.


이런 나에게 어둠 속 등불처럼 귀감이 되는 말이 있는데,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지 마라!"


어디에서 본 건지 누구에게서 들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라캉의 '욕망이론'에서 나온 말임은 나중에 알았다), 이 말에 나는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내가 원하고 욕심부리던 게 그래도 내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인 줄 착각했는데, 욕심조차 내 것이 아닌 남들의 것을 베끼고 답습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사실이 나는 참으로 허무했다. 욕심에 허덕이던 내게 미안하기도 했다. 이 말에 정곡을 찔리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욕망의 불꽃으로 향하는 속도를 줄이게 됐고,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깊은 고민이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했다(신해철의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를 반복해서 들으며...). 




상담을 하면서 내담자가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은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그들의 모습이 욕심 많은 나의 모습과 너무나 겹쳐 보여서 거울을 보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비슷한 처지이고 내가 그들보다 티끌만큼도 나은 점이 없지만, 상담사라는 역할에 충실하고자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위로하며 자주 하는 비유가 있다.


어린시절에 어머니가 기분이 좋으면 자주 하는 개인기 중 하나가 저글링이었다. 즉흥적으로 눈앞에 있는 물건을 집어서 노래를 부르며 저글링을 하셨는데 나는 그걸 호기심 가득 찬 눈으로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주로 과일로 많이 하셨는데, 처음엔 한 개로 시작했다가 이윽고 두 개로 늘렸다가 다음엔 세 개로 늘려서는 손과 눈을 바쁘게 움직이셨다. 그러다 네 개까지 늘어나면 손과 눈이 엄청 바빠지지만 과일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는 순간이 찾아오고, 결국 과일들은 바닥에 떨어지고 저글링은 끝나고 만다. 이 걸 보며 배운 게 하나 있다.
손은 두 개이고, 잡을 수 있는 과일은 한계가 있다는 것. 다른 과일을 잡으려면 손에 든 과일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 나는 이 것이 아직까지도 나에게 유효한 인생의 진리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잘 안 되서 고민이라는 내담자에게 내가 묻는다.

"저글링을 보통 몇 개까지 할 수 있을까요?"
"한 3개 정도 아닐까요? 정말 잘하면 4개까지 되려나?"
"그러면 지금 OO님이 하고 있는 일은 몇 개나 되나요?"
"하나, 둘, 셋... 네 개가 넘네요. 제가 이미 많은 걸 하고 있었네요..."


욕심은 나쁜 것이 아니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라면 삶의 동력일 있다. 다만 욕심에 매몰되어 지금의 내가 힘들게 무리하고 있다면, 욕심은 나에게 해로운 것이다. 쓸데없는 욕심을 내다가 정말 중요한 놓치게 된다면,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것이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알고보니 남의 욕망을 욕망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 욕심은 누구의 것이고 누구를 위한 것인가?


당신의 저글링은 어떤지 묻고 싶다.

몇 개를 손에 집었는가, 몇 개를 더 욕심내고 있는가?

당신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그 중에 무엇이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인가, 떨어뜨리고 싶지 않은 것인가?


헛된 욕심을 내려놓아야 진정한 욕심을 지속할 수 있다는 아이러니한 삶의 모습이 묘하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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