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레시피_불안해서 힘들 때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 티베트 속담
'걱정'이란 행위는 얼마나 쓸모 있을까?
사람들이 하는 걱정을 연구한 미국의 심리학자 어니 젤린스키(Ernie Zelinski)에 따르면,
-우리가 하는 걱정의 40%는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고
-30%는 이미 일어난 일들이며
-22%는 사소한 고민이라고 한다.
-4%는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들이고
-나머지 4%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한다.
즉, 우리가 하는 걱정의 96%는 불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불안 없이 걱정 없이 사는 게 마냥 좋고 행복할까?
전 세계 80억 인구가 얽히고 설켜 살아가는데 세상 일이 내 뜻대로 풀릴 리 없는 건 당연하다. 특히, 한국처럼 인구밀도 높고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더더욱 말이다. 무슨 일을 하든 내가 세운 계획은 조금씩 틀어지고, 예상치 못한 상황과 새롭게 등장하는 변수(혹은 빌런) 앞에서 우리의 멘탈도 흔들리기 마련이다.
흔들리는 '멘탈' = '불안을 느끼고 걱정을 한다'는 이야기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기에, 살아가며 불안하고 걱정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 같다. 불안하고 경계하기에 우리는 흔들리면서도 주의를 기울이고 각성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오히려 불안이나 걱정이 없다면 조심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방심하다가 실수하거나 크게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얕보다가 큰코다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건 아닐 터.
우선, 경계심과 주의력이 높아진다. 불안은 우리 감각을 예민하게 만든다. 이는 잠재적인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대비할 수 있게 해 준다. 마치 어둡고 으슥한 골목을 걸을 때 조금 더 주의 깊게 주변을 살피는 것처럼, 불안은 우리의 생존본능을 일깨운다.
동기 부여와 성장의 기회이기도 하다. 적당한 불안은 우리를 행동하게 한다. 시험 전날의 불안이 더 열심히 공부하게 만들고, 발표 전의 긴장김이 더 철저한 준비로 이어지듯이 위기의식은 한계를 뛰어넘게 한다 . 이러한 불안은 우리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자기 인식의 도구로 삼을 수도 있다. 불안은 우리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려주는 지표가 된다. 특정 상황에서 느끼는 불안은 우리의 가치관과 우선순위를 무의식적으로 반영한다. '물가에 내놓은 아이'라는 말처럼 무언가 소중하면 소중할수록 잘못될까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운전할 때 파란불이면 가고 빨간불이면 멈추다가, 노란 신호등에서는 긴장을 하고 주변을 살피게 된다. 지금의 내 속도와 교통상황을 고려해서 계속 가는 게 나은지 멈추는 게 나은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다. 불안이란 감정도 마찬가지다. 만약 불안을 느낀다면 좀 더 주의깊게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고 주변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 적절한 선택을 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불안과 두려움은 진화적으로도 생존과 적응에 매우 필요하다. 위험한 상황에서 각성을 돕는다는 점에서 생존적이고 적응적일 수 있는 힘을 우리에게 준다. 주의를 요하지만,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라는 신호이기도 한 것이다.
다만 불안과 두려움이 너무 지나쳐서 생기는 '불안장애'까지 악화되는 이유는, '불안을 불안해하고 두려움을 두려워하는' 것에서 온다. 그것이 불안이란 적응적인 감정을 부적응적으로 만들게 된다. 불안이 나쁘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불안과 두려움이 느껴진다면 너무 겁내지 말고 적응적으로 활용해 보자. 다만, 너무 불안이 지나치다면 잠시 브레이크를 밟고 휴식을 취하며 긴장을 푸는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 그리고 걱정하는 것이 '사실'이 아닌 자신의 '생각'이라는 걸 알아차리자. 앞에서도 말했듯, 삶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불안을 활용하는 4가지 방법
1. 불안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불안을 부정하거나 억누르려 하지 말자. 대신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나는 지금 불안하다. 그리고 그래도 괜찮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해보자.
2. 불안의 메시지 경청하기
불안이 당신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귀 기울여 보자.
준비가 필요한 부분이 있나?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이 있나?
불안의 메시지를 해석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자.
3. 불안을 에너지로 전환하기
불안으로 인한 심장박동 증가, 호흡의 가빠짐 등의 신체반응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재해석해보자.
'나는 지금 흥분되고 준비되어 있다'라고 생각하면 실제 수행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4. 균형 잡힌 시각 유지하기
불안이 제시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만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인 결과의 가능성도 함께 고려하자.
이를 통해 더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할 수 있다.
불안은 우리 삶의 일부이고 뗄레야 뗄 수 없는 감정이다. 그러니 불안을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우리를 돕는 감정으로 이해하면 어떨까? 신호등의 노란불이 우리에게 주의를 요구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라고 알려주듯이 말이다.
당신의 불안을 무시하지 말고, 불안이 전하는 메시지에 귀 기울여보자. 우리는 어쩌면, 그토록 나를 도우려는 친구를 오해했는지도 모른다.
당신에게 불안과의 화해를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