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레시피_우울해서 힘들 때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우울증.
환절기에 감기를 앓듯 우리는 종종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진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조차 힘겹고, 한때 즐겼던 일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가벼운 감기를 앓듯 며칠 힘들다 좋아지면 다행이련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우울이 내 마음에 스며들어 감정뿐만 아니라 생각과 행동까지 잠식되는 기간이 몇 주 혹은 몇 달이 넘게 길어진다면 가히 '비상사태'라고 볼 수 있다.
어둔 동굴에 갇힌 것처럼, 깊은 늪에 빠진 것처럼
우울해지면 세상이 어둡게만 보인다. 매사에 비관적이고 판단력도 흐려진다. 희망을 잃고 절망으로 향한다. 나도, 세상도, 미래도 말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상담에 오게 되면 다행이지만, 와서도 막상 대화가 수월하진 않다. 동굴에 갇힌 것처럼 이야기는 닿지 않고, 깊은 늪에 빠진 것처럼 우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우울함을 우울해하는 내담자도 많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일 때, 나는 우울증을 신호등에 비유해서 설명하곤 한다.
우울증, 내 마음의 빨간 신호등
우리가 어딘가를 향할 때 마주치게 되는 신호등. 초록색이면 가고, 빨간색이면 멈춘다. 지극히 단순한 이치로 수많은 차량과 도로가 통제된다. 빨간 신호등을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신호등은 신호를 보내는 도구일 뿐이다. 초록색이든 빨간색이든 좋고 나쁜 것은 없다. 빨간 신호등은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는 도구이고 약속인 것이다. 우리가 약속한 대로, 초록색에서는 가고 빨간색에서는 멈춘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는 신호를 따르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 초록색 신호등에서 가지 않거나 빨간색 신호등에서 멈추지 않는다면 오히려 큰 장애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신호등이 빨갛다면 멈추었다가 가는 것이 우리를 위한 안전한 길이다.
우리의 마음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우울과 무기력으로 일상생활에 변화가 크다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멀쩡히 잘 다니던 학교나 직장이 갑자기 가기가 싫거나 힘겹고, 그게 한두 번이 아니라 일주일, 한 달, 두 달 계속 이어진다면 내가 힘들다는 명백한 신호이다.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지금 내가 받는 스트레스가 지금껏 경험했던 것과 확연히 차이가 나서 견디기 버겁고 힘겹게 느껴진다면, 자신의 주관적인 고통과 어려움이 심하다고 할 수 있다. 도움을 받아야 한다.
당신의 문제도 다르지 않다. 당신에게 찾아온 고통과 어려움을 발견했다면 빨간 신호등에서 멈추듯이 잠시 멈춰야 한다. 멈춰 서서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지금 상태가 어떤지 점검해야 한다. 만약 도움이 필요하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해야 한다.
'남들도 다 그런데 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겠지'하고 방심하다가 오히려 큰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가 사고 나면 수리하거나 폐차하면 되겠지만, 우리의 삶은 훨씬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 남들이 그렇게 안 산다고 하더라도, 내가 좀 더 잘 살기 위해서 멈추는 것이 그렇게 유별난 것일까? 오히려 현명하고 지혜로운 행동이 아닐까?
자, 당신 앞에 어떤 신호등이 보이나? 만약 빨간색이 보인다면 잠시 멈추자. 그리고 도움을 청하자.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한줄기 빛만 있어도 나아갈 수 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