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차 췌장암 환자입니다.

그해 겨울

by 다정오

2022년 12월.

회사에서 주관하는 연말 행사 준비로 인해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나는 행사 준비와 더불어 다른 업무도 병행해야 했기에 화장실조차 제 때 가지 못 한채 의자에만 주구장창 앉아 키보드를 두드려야 했.


날짜와 시간이 큰 의미가 없어질 만큼 반복됐던 일상. 매일이 일, 일, 일이었다. 여느 때처럼 아침이 되 또다시 일하러 가기 위해 몸을 일으키는데, 어라? 내 오른쪽 다리 갑자기 이상졌음을 느꼈다.

좀 더 묘사하자면, 투명한 모래주머니가 내 오른 다리에 꽉 매달려 있는 것 같았다. 아님 다리 속에 피 대신 모래들이 잔뜩 쌓인 느낌이랄까. 여하튼 다리 감각이 확실히 이상하고, 무겁고, 힘이 들어가지 않아 걸을 때 질질 끌어야 했다. 마치 장애인처럼.


사실 이 현상의 원인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허리디스크. 나의 허리디스크 질환은 건선만큼이나 오래 앓던 병이었다. 간혹 허리 통증이 급성으로 찾아올 때면 걷지도, 앉지도, 눕지도 못할 만큼 아파 병원에 실려가다시피 한 적도 더러 있었다. 그간 물리치료는 말할 것도 없고 신경주사까지 맞아 봤으나 완치되지 않았다.

그래도 언제부턴가 통증 횟수가 줄어 나름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내 순진했던 예상과는 반대로 어마어마한 일이 내 몸속에서 벌어지고 었다.


얼마 전부터 허리가 아팠다. 업무로 인해 의자에 오래 앉아있었기 때문일까. 허리가 너무 아프니까 통증을 피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자세가 바뀌어진 날 보고 어떤 동료가 말했다. "OO 씨, 꼭 허리가 돌아간 것 같아."

화장실로 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봤다. 진짜로 내 오른쪽 어깨에만 누가 줄을 매달고 위에서 들어 올리기라도 하는 듯 오른쪽 어깨와 엉덩이까지 전체적으로 어딘가 삐뚤게 위로 솟구친 모습이었다.


게다가 밤에는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할 수만 있다면 허리를 잘라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나는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근처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다. 엑스레이 검사지를 본 의사는 수술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고 도수치료와 진통제 복용을 권유했다. 하루 이틀정도는 나아진 듯했지만 통증은 다시 되살아났다.


몇일째 잠을 못 잔 채 출근해야 했다.

하필이면 외근 스케줄이 잡힌 그날. 잘 걷지도 못하는데 차도 오래 타야 되고 여기저기를 쏘다녀야 했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차를 타는데, 순간 "삐---"

내 몸 안에서 이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마치 오른 다리에 있는 모든 센서들이 한순간에 셧다운 되는 느낌이랄까. 그야말로 다리가 사라져 버린 듯 무감각해졌다.

그런데 여기서 희한한 건 허리 통증이 한결 괜찮아졌다는 것이다. 다행이라기보단 오히려 이 아이러니한 상황 전개가 무서웠다.


하는 수 없이 예전부터 다녔던 정형외과로 갔다. 엑스레이 말고도 여러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의사는 진료의뢰서를 써 줄 테니 빨리 큰 병원 가서 수술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빨리 수술받지 않으면 다리 감각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말과 함께..







keyword
작가의 이전글4년 차 췌장암 환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