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로 삼길
오늘은 16일에 마감하는 도로교통공단 신입 직원 채용 자기소개서 문항 분석을 해 보려고 합니다. 문항들이 거지같단 얘기가 하도 많아 문항 하나하나를 봤는데, 역시 거지 같습니다. 이 문항들을 하나 하나 뜯어 보면서 어떤 접근법을 머리 속에 박고 답을 적어 내려 가야 할지 같이 고민하는 '하리하리의 취업일기' 시작해 보겠습니다. 아래 URL 속 방송을 보면서 제가 글에서 얘기하지 못한 것을 챙겨 보시는 똑똑한 구독자들이 되세요.
방송 잘 보셨나요? 이번엔 텍스트로 좀 더 자세히 풀어가 보겠습니다. 문항부터 보시죠.
* 7. 지원자께서는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어떻게 입수하고 관리하고 있습니까?
- 어떤 정보를, 어떤 수단과 방법을 통해서 입수하십니까?
- 입수된 정보는 어떻게 처리하고 관리하십니까?
- 해당 능력이 지원하신 직무를 수행하는데 어떤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이 문항에서는 자신만이 갖고 있는 정보의 입수/관리 방법을 묻고 있습니다. 이렇게 3단계의 소질문이 있는 질문들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합니다. SK나 NCS가 이렇게 질문이 구체적이거나 세부 조건을 줄줄이 사탕처럼 달고 있습니다. 뭐 정확하진 않지만 저도 글을 쓸 때에는 그 조건들을 모두 내용에 포함시키려고 노력합니다. 그게 머리를 짜내 문제를 만든 인사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세 가지 중에 하나라도 빠진다면, (물론 제가 인사담당자나 평가관은 아니기 때문에 단언하긴 어렵지만) 좋은 점수를 받기는 어렵습니다. 예전에 수시 논술 아르바이트를 할 때에도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모든 답안에 세부적 요소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지를 채점 기준표와 대조해 가면서 봤다고 하시는 교수님이나 입학처 직원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기서 포함해야 하는 건 4가지입니다. 첫째, 어떤 정보인지 / 둘째, 그 정보를 입수하는 수단과 방법 / 셋째, 그 정보를 처리하고 관리하는 방법 / 넷째, 그 능력(당신의 정보 처리 경험을 통해 입증된 능력)이 직무 수행에 어떻게 도움될지. 질문에 있는 소리를 반복한다고 눈살을 찌푸리더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 이 글 보시는 취준생 분들은 제 오랜 경험상 이렇게 한 번 더 짚어 주지 않으면 인지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질문을 쪼개고 음미하는 것은 여러 모로 중요합니다. 자, 이제 내용 들어가 볼까요? 300자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이 역시도 시사점이 큽니다. 긴 글자수를 충족시키는 문항 말고 이렇게 짧은 글자수를 채우라고 하는 문항엔 어떻게 다가갈지 제가 쓴 샘플을 보면서 함께 알아 봅시다.
[무의미한 데이터에 정리란 숨결 불어넣기]
저는 취업 준비생들의 자기소개서를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의 다양한 경험을 담은 글이 제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이 글들은 분명 데이터적으로 크나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쌓아 두고만 있다 보니 그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업별, 문항별로 자기소개서 샘플들을 모아 놓고 관리중입니다. 이 경험은 도로교통공단에서 접할 도로나 차량 등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나씩 설명 드리죠. 저는 자기소개서 작성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경험이 담긴 자기소개서 샘플 데이터가 쌓입니다. 자소설닷컴에다가 회사의 손길이 1도 안 닿은 자소서도 그들이 빅데이터화 해서 쓰는데 저는 제 머리와 정성이 들어간 샘플이다 보니 그것을 데이터라고 접근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정보는 우선 개인 컴퓨터에 저장해 놓는다고만 했습니다. 그 데이터들도 하나 둘씩 쌓이다 보니 관리가 어렵고, 의미 있는 데이터로 승화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고 쓰면서 데이터의 체계적 정리를 통해 내가 처한 문제를 해결한다고 썼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은 분량을 떠나서 반드시 들어가 줘야 합니다. 마지막 소질문에 대한 저의 답이죠.
결론부터 말합니다. 저거 팩션입니다. 즉, 일부는 진실, 일부는 구라란 뜻이죠. 제가 이렇게 제 민낯을 까집어 내면서 이 얘기를 하냐면 이렇게 조건이 세분화되어 있는 질문에 딱 들어맞는 당신의 경험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왜냐하면 그 경험을 할 당시로 시간을 돌려 보면 당신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경험을 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약간의 MSG 첨가를 통해 질문/조건에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럼 당연히 다음 질문으로 나오는 게 있습니다. "선생님, 면접은요?" 여러분 그걸 대비하는 게 면접입니다. 약간의 구라를 치셨다면 그 구라에 책임지는 당신이 되기 위해 체계적으로 시나리오도 짜고 얼개도 구성하는 거죠. 그거 자신 없다면 그냥 솔직히 쓰세요. 장담컨대, 솔직한 경험을 늘어놓는다면 당신의 매력을 극대화시킬 리도 만무할 겁니다. 그냥 면접 날짜만 기다리면서 '어,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괜히 걱정만 하다가 아무 준비도 안 하고 면접장 갈 겁니다. 그보다 제가 더 보는 것은, 당신의 솔직한 경험만을 자소서에 적어 낸다면 서류를 붙을지를 잘 모르겠네요... 여튼, 뭐가 됐든 전 당신의 행운을 기원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