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의 장단점을 진정성 있게 접근하는 방법
오늘 글에서는 성격의 장/단점을 다룬다. 시작하기 전에 그간 내가 이 항목을 위시로 자소서란 것에 대해 어떻게 접근했는지 고해성사를 하면서 시작하겠다. 처음 내가 친구들의 자소서를 도와주는 일에 발을 담그게 된 게 입사 직후였으니까 한 2016년쯤이었다고 보면 된다. 그 때 내가 생각하던 자소서란 한 마디로 기술적 글쓰기였다. 성격의 장단점이란 문항을 바라보던 내 시선도 기술적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가장 연관성 있게 봤던 것은 직무였다. 취준생이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 담당자라고 상상하고, 그 직무를 가장 잘 해내기 위해선 무슨 역량이 필요할까 고민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장점으로 끌어올렸다. 그 장점이 지원하는 친구의 실제 성격과 맞지 않는다 해도 상관하지 않았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경험이 그 친구가 실제로 한 거였으면 만사 오케이였다. 이런 글쓰기 방법은 자기소개서를 쓰지 못해 막막해하는 학생들에게 딱딱 맞아 떨어지는 솔루션을 제시해 주었다. 그러나 문득 고민에 빠졌다. 이것이 과연 이 친구들의 진짜 성격이라고 볼 수 있을까? 200여편 정도의 자기소개서 작성을 가이드해 준 지금, 나는 성격의 장/단점 문항을 이전과는 완전히 새롭게 바라보고 있다.
우선, 각자의 성격은 어떤 이유에서든 무조건 존중받아야 한다. 회사 한 번 붙어 보겠다고 성격을 바꾸는 것처럼 미련한 짓은 없다고 생각한다. 당장 최종 합격을 해서 기쁠 순 있겠지, 그러나 거짓의 탈을 쓰고 회사에 붙고 회사에서 당신의 거짓 성격에 근거해 일을 주고, 그 일을 받은 당신은 – 섣부른 예상일 수 있지만 – 절대 행복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미 취준생들은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한 곳만 붙으면 된다. 그 한 곳이 당신의 진짜 성격을 알고서도 당신이 필요하다고 해야 그 곳에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 일례로 최근에 유럽에 진출한 축구선수 이재성 얘기를 해 보겠다. K리그 MVP 출신에 탈아시아급 기술을 갖고 있다고 해 유럽 진출 0순위로 꼽히던 선수이다. 하지만 체력적 문제 때문이었는지 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세간의 관심에 비해 중소 리그라 할 수 있는 독일 2부리그에 진출했다. 다만 그 팀이 이재성을 강력하게 원했다. 선발 자리를 보장했고, 팀 창단 이후 제일 많은 이적료를 지불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는 현재 그 곳에서 데뷔골을 넣는 등 2경기 연속으로 맹활약 중이다. 아직 섣부르게 결과를 판단해서는 안 되겠지만, 이재성의 진가가 뿜어져 나올 수 있는 여건의 팀에서 그가 뛰고 있기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자신의 역량을 인정하고, 명예보다는 실리를 택한 것이다. 경우는 좀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가 일하게 될 직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내 성격을 솔직히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필요로 하는 곳, 그 곳이 우리에게 최종 합격 통보를 해 줄 것이다. 자, 이제 성격의 장/단점 관련해서 실용적 조언으로 들어가 보자. 사실 조언은 그다지 대단한 건 아니다.
당신이 생각했을 때, 내 장점 얘기하면 그만이다. 이렇게 말하면 간혹 나는 성격이 소극적인데 영업 지원하고 싶다, 괜찮냐? 와 같은 너무도 뻔한 질문이 들어온다. 올 초 나온 책 중에 ‘나는 내성적인 영업자입니다’란 제목의 책도 있다. 내가 일하던 회사에서도 전에 모시던 팀장님 중 한 분이 수줍음을 많이 타는 분이 있었다. 부하/후배들에게 일도 잘 시키지 않던 분이었다. 그러나 승진은 굉장히 빨랐다. 싫은 소리를 못하다 보니 본인이 직접 총대를 메고 일했고, 책임자가 실무를 직접 하니 더욱 꼼꼼했다. 위에 평가도 좋았던 데다가 부하 평가도 좋았다. 싫은 소리를 안 하니까. 퇴사하고 난 뒤에는 어떻게 지내시는지 모르겠지만 그 때 내가 봤던 영업팀장님은 분명히 내성적이었다. 그러나 영업 잘만 하고 다녔다. 회사에 다녀 보지 않은 우리가 우리 성격이 회사/직무와 맞지 않는다고 처음부터 벽을 치는 것은 섣부른 행보이다. 또 내성적인 사람이라면 경청이나 자료 분석 등에서 더 나은 역량을 보일 수도 있다. (참고: 경청/배려는 성격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지만, 자료 분석력은 성격은 아니다. 이것은 업무상 강점이다.) 고로 내 성격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놓고 차분히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하나씩 pick하기만 하면 된다. 그 이유를 대신 설득력 있게 풀어 놓으면 된다. 이유를 쓰면서 지원 직무와 이 성격이 얼핏 봤을 땐 연결되지 않는 것 같지만 내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임을 설명한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렇다면 약점은 어떻게 쓰면 될까? 간단하다. 사람이 갖고 있는 장점이 커지게 되면 필연적으로 도드라지는 단점이 생긴다. 즉, 모든 성격엔 빛과 어둠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나 같은 경우에는 적극적이지만, 모든 일에 시도부터 먼저 하다 보니(즉, 발부터 들이댄다고 해야 하나?) 꼼꼼함이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실제로 면접에서도 나에게 어떤 면접관이 “정준씨는 계획을 세우는 편이에요?” 라고 물은 적이 있다. 나는 성격부터 인성평가 문항에서까지 계획 세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던 생각이 나 아니라고 답했다. (보통 이런 경우엔 계획을 세우는 편이라고 한다. 그게 좋아 보이니까.) 이러면 면접관 당연히 궁금해 하면서 꼬리 질문을 한다. 그 때, 가수 이소라의 다이어트 비결을 기자가 묻자 “그냥 굶었다.”고 했던 그녀의 인터뷰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빠른 시도가 빠른 성과를 낼 가능성을 높이는 만큼 계획을 세우는 편은 아니라고 답했다. 그것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 면접은 통과했다. 단점 역시도 받아들여야 한다. 억지로 그것을 감추려 하는 모습이 더 어색해 보인다. 이 점 염두에 두고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나를 보여 주는 데 좀 더 집중하길 바란다. 결국 취업을 하려면 나를 매력적으로 PR해야 하고, 이것을 위해서는 내 장점과 단점을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