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선택과 변화 등을 주제로 쓰려 한 에세이.
인간은 착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태어나지만 어떤 사람은 선량함을 붙들고, 어떤 사람은 악의 매력에 깊이 빠진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붙잡아야 한다. 매 순간 우리의 삶을 선택해야 한다.
김중혁 <무엇이든 쓰게 된다> 中
한국 드라마만큼 선악의 대립이 확실한 것도 없다. 일일 드라마 같이 안방에서 온 가족이 함께 보던 것에 나오는 악역은 시장 바닥에서 장사하는 할머니들에게 그러지 말라고 된서리를 맞기도 한다. 악역이라면 대개 사람들이 가졌던 편견이 바뀌는 계기가 있었으니 '왔다 장보리' 속 연민정이 나온 뒤부터이다. 이 역할을 맡은 이유리가 워낙 뛰어난 연기력으로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납득 가도록 만든 게 크다. 그러나 사람들도 어느 순간 착하게만 살면 된통 당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뿌리내려서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오죽하면 주요 일간지들에서도 지금의 한국 사회를 정의내리는 키워드가 '각자도생'이라고 했겠는가? 이런 식의 사회 풍토 변화가 사람들로 하여금 예전에는 욕만 하던 악역에게서 동질감을 느끼게 만든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렇듯 바뀌는데, 내가 나 자신을 보는 것은 오죽하랴? 살면서 나 역시도 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고, 분명히 예전에는 같은 상황에서 A와 같은 선택을 했다면 지금은 B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어느 누구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예를 좀 더 들어 보겠다. 어렸을 때까지 내성적인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자신의 내성적 성향을 어떻게든 고치고 싶어한다. 그런데 마음먹은 것처럼 잘 안 된다. 물론 포기하고 본성대로 살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친구는 그 성격과 결별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군대도 장교로 자원입대하거나 전투부대로 가기도 한다. 뭔가 거친 환경에 나를 던지면 더 정확하게 자기 표현을 하고 싶을지 모르니까.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환경이 바뀐다고 내 성격이 일언지하에 바뀌지 않는다. 결국 변화를 위해 이 친구는 쉬는 날에도 일부러 사람들 많은 데를 가고, 조기 축구도 하는 등 쉴 때에도 자신의 성격을 바꾸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조금씩 적극적으로 바뀌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친구에게 적극적이냐? 소극적이냐? 라고 단편적으로 규정지을 수 없다. 하나의 예시지만, 사람은 이처럼 복합적이다. 그런 복합적 성격은 매 순간 나의 선택들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위 얘기대로라면 당신이 인성 평가를 할 때, 솔직한 - 정말 솔직한 - 당신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말이 쉽지 나는 이 기업에 붙고 회사에 다니고 싶은데 솔직하게 인성 평가를 한다면 불합격이란 후폭풍이 나에게 불어 닥칠 지 모른다는 내적 우려를 갖고 있다. 이해한다.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아래 내가 소개한 기사를 보고 뒤이어 내가 할 말을 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거다. 당신이 아무리 당신의 성격을 감추려 해도 빅데이터로 위시되는 기술력은 당신을 속속들이 파헤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술은 진화해 우리의 안을 들여다 볼 게 뻔하다. 그것도 훤히..
기술은 진화하고 있다. 당신이 쓴 글/자소서에 반영된 성격을 위 기사처럼 분석하는 프로그램까지 진작에 나왔다. 4년 전 기사이니 기술은 좀 더 발전되었을 것이고, 분석 툴 역시 좀 더 정교화되었을 거다. 인재상이나 직무에 맞추고, 뭔가 당신 성격 중 부정적인 것은 글에 넣고 싶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인성 평가의 분석은 이런 거짓말을 그냥 보고 용납하지 않을 거다. 애초에 마음을 비우고 내 안의 소리에 집중하는 것을 추천한다. 자기 소개서-인성평가-인성 면접-최종합격 이 라인을 잇는 중추가 인성평가이다. 그렇다면 인성 평가를 좀 더 잘 하려면 어찌 해야 할까?
문장 속 어휘/조사의 의미에 집중하라.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 할 거다. 사실이다. -만, -뿐, -밖에 없다 등 우리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조사들에 대해서 정확한 사전적 의미를 찾지는 못하더라도 평소 일상 대화를 할 때, 그런 조사들을 언제 쓸 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같은 거짓말을 다루는 인성 문장이라도 그것을 감싸는 조사들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문장의 의미는 천차만별이다. 그 상대적 의미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
종합적인 결론을 내려 보겠다. 일단 자기소개서부터 똑바로 나의 본심을 다루며 작성해야 한다. 그 다음에 인성 평가 준비 전, 그 자기소개서를 재검토하며 나의 본성을 쭉 정리한다. 가치관이나 성격은 충분히 변화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 변화의 흐름을 재구성해 본다. 잡플랫 같이 결과만 보여 주는 유료 인성 평가 사이트를 가서 시험 본다고 해서 달라질 거 없다. 그 시간에 시중에 있는 인/적성 문제집 뒤켠에 있는 인성 문장들을 하나씩 되짚어 보며 그 문장들이 나랑 맞는지 안 맞는지 분류한다. 당연히 그 전에 문제 한번씩은 풀어 봐라. 정답이 없다고 툴툴대지 마라. 대부분 대기업 공채에 합격한 사원들 모두 자기도 자기가 왜 뽑혔는지 모른다. 그러나 기계나 데이터, 기술 등은 나름대로 그 사람들을 인재 유형화시켜 놓은 상태다. 다만 그들이 정답인 이유에 대해 시시콜콜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업들이 그렇게까지 친절하게 모범 답안을 알려 줄 의무는 없다. 우리가 추론해야 한다. 추론이 어렵다면 그냥 내 자신에게 집중하자. 정확하게 분석하고 들어간 내가 떨어졌다면 그냥 그 기업과 내가 안 맞다고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