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든 취업이든 소개팅이든 그것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
모든 일을 할 때, 처음의 중요성은 굳이 제가 긴 말을 하지 않아도 다들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만약 회사에서 사람들에게 첫 인상이 좋았더라면 더 일에 열정을 가졌을 것이고 퇴사 기한이 연장되었을 것입니다. 처음에 일을 헤매고 조직에서 엇나갔던 모습들을 결국 극복하지 못했고(극복 의지도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3년이 조금 안 되는 시점에서의 퇴사를 결정하게 만들었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처음이 중요하지만 회사를 가기 위해 준비하는 (이 글을 보는) 취업 준비생 여러분들도 처음은 중요합니다. 특히 자소서를 전문적으로 쓰고 가르치는 하리하리에게는 다른 것보다도 자소서의 처음이 갖는 중요성을 설파하려고 합니다.
우선, 소제목의 중요성부터 들어가 보도록 하죠. 간혹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굳이 소제목이 필요한가요?” 그들에게 제가 하는 말은 하나입니다. 인사 담당자의 입장이 되어 보라고. 솔직히 우리가 해 봤자 얼마나 차별화된 경험을 했겠습니까? 저도 3년여 간 많은 취준생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눠 봤지만, 그들의 경험 차이는 거의 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여러분들이 쓰는 글이 엄청나게 매력적인가요? 스스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요, 우리는 소재도 비슷하고, 글도 비슷합니다. 이것을 읽는 인사 담당자의 마음은 어떨까요? 제가 다니던 회사 경쟁률이 약 300대1이었습니다(회사 인트라넷에 고지되어 있던 경쟁률로 믿어도 됩니다). 당시 제 동기가 17명이었으니 단순하게 수치로만 추론해 봐도 5천여 명이 저희 회사를 지원했습니다. 인사 담당자는 5천장의 비슷한 자기소개서를 보고 있어야 합니다. 보는 내내 얼마나 짜증이 날까요? 자소서를 봐야 한다고 하니 억지로 보는 데다가 제목마저 없다면 이 친구가 핵심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일지 모릅니다. 중언부언하는 글을 보고 나서 생각할 것입니다.
그래서 얘가 하고 싶은 말이 뭐지?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당신의 자소서는 아웃입니다. 그나마 소제목이라도 있으면 당신의 글을 읽기 전에 예상은 해 볼 수 있습니다.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거죠. 흔히들 취업 과정을 소개팅에 비유하는데 소개팅에 나갔을 때, 외모를 가꾸는 것이 소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멀리서 여깁니다! 라 말하며 손을 들 때, 상대가 보는 당신인 거죠. 소제목부터 기괴하게 쓴다면 그 역시도 감점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간혹 가다가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현학적이거나 파격적 어휘나 표현으로 시선을 끌 수도 있죠? 이것은 가수 노라조의 조빈이 요즘 하고 나오는 사이다 머리를 생각하면 됩니다. 시선은 끌겠지만, 그것이 이성적 매력으로 작용될 수 있을까요?
자, 외모는 합격점을 받았다 쳐 봅시다. 하지만 외모만 내 스타일이라고 해서 소개팅에서 상대의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없죠. 세계적 축구 선수였던 데이비드 베컴, 섹시한 외모만큼이나 깨는 목소리로 유명합니다. 그 목소리마저 감싸안은 빅토리아 베컴은 그를 정말 사랑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자소서에서 목소리는 곧 소제목 뒤에 이어지는 첫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떨어지는 외모라도 매력적 목소리가 귀를 휘감아 금방 상대에게 빠질 수도 있으니까요. 첫 문장을 잘 쓰는 것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사실 저도 매력적 첫 문장을 쓰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원래는 질문에 맞는 답을 직관적으로 던지는 데 급급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안전한 첫 문장 사용법이기도 하죠. 하지만 계속 글을 쓰고, 고민하고,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알게 모르게 많은 표현들이 머리에 들어왔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두괄식 문장을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좀 더 세련된 표현을 쓸 수 없을까 고민하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개인적 관점에서도 매력적인 첫 문장이 이후 글을 호의적으로 읽도록 만들 거라는 생각입니다. 또 하나 매력을 증진시키는 요인은 여러 칼럼에서 말씀드렸던 ‘일관성’입니다. 외모와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져야 시너지를 내며 상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처럼 소제목과 첫 문장(혹은 글)이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고, 그 메시지가 질문이나 기업이 선호하는 인재상과 연결되어야 함은 두말하면 잔소리죠.
이것은 면접에서도 이어집니다. 면접의 첫 포문을 여는 것은 (기업마다 다르지만) 대개 1분 자기소개입니다. 예전에 1분 자기소개를 할 때, 많은 이들이 ‘00같은 남자/여자’로 자기를 설명하는 게 (누가 그것이 정답이라 한 적도 없는데)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여겨졌던 때가 있습니다. 항상 제가 취준생 친구들에게 말하는 게 또 있어요. 차별화입니다. 남들이 다 맞다고 생각하는 것은 때로는 ‘비틀어 보기’를 시전할 필요도 있습니다. 과도한 비틀기는 역효과를 유발할 수 있지만, 남들이 하는 것을 무조건 추종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죠. 결국은 솔직함입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솔직함을 무기로 1분 자기소개를 끌고 가면 내용은 타당하지만, 분명히 꼬리 질문으로 들어올 구멍이 생기게 됩니다. 우리는 그 동안 면접 보고 있는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대학교 생활을 한 게 아니니까요.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그 꼬리 질문들에 대해 나름의 답변을 준비해 가는 것입니다. 꼭 완벽한 정답을 얘기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추후에 이어지는 꼬리 질문에 유려하게 답변을 하면 매력적 자기소개로 달궈 놓은 분위기를 이어 갈 수 있습니다. 다대다 면접이라면 그 면접장 분위기를 내 위주로 끌고 가는 것이죠. 이것만 봐도 면접에서의 처음 역시 중요합니다.
처음에 어필한 당신의 매력을 끝까지 이어 가 지원한 회사와 커플이 되는 순간이 얼른 도래하기를 하리하리가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