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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하리 Nov 08. 2018

입사란 꿈은 과정이지, 결과가 아냐

평생을 걷는 길 위에서 계속 그 길이 옳은지 자문해야 할 지 몰라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온 사람들이 마침내 꿈이 완성되었을 때 느끼는 허무함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곳에 도착하면, 나는 다시 새로운 목적지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산 아래로 굴러 내려온 바위를 다시 산꼭대기까지 굴리는 일이 시시포스의 운명이듯, 목표에 도달하면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하고 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인간의 운명인지도 모른다.


한효정 <지금 여기 산티아고> 中



현재 대한민국에서 취업하기 참 어렵다.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참 많은데, 그에 비해 우리들 눈에 차는 직장의 자리는 한정되어 있다. 이렇게 양측의 관계에 불균형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갑과 을이란 못된 도장이 찍히게 된다. 을은 갑의 지위를 얻기 위해 하루하루 엄청나게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이랑 얘기를 하면 목표가 취업! 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갈망하는 마음은 다 똑같다. 그런데 누구는 취업을 하고, 누구는 서류도 붙지 못해 전전긍긍한다. 오늘 주제는 "누가 취업할 확률이 높을까?"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결론은 "스스로를 제일 잘 아는 이가 취업도 잘 한다"이다.


대부분의 취준생들이 거의 다 SK, 삼성, LG, 현차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 혹은 안정된 공기업 취직을 꿈꾼다. 그런데 역으로 생각해 보면 그 곳에 간 내 모습이 행복할 거라고 쉽사리 장답하기 어렵다. 입사한 지 1년 안에 퇴사한 이들이 많은 현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퇴준생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니까. 취준생 입장에서야 이런 직장에 들어가 월급을 받으며 사회인 구실을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아니다. 중요한 것은, 취준생들도 이 삶이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안다. 말 그대로 우리 눈에 보이는 겉모습만 동경하다 생긴 참사다. 우리나라를 지금까지 성장시켜 왔지만, 한편으로는 벗어나야 할 굴레라고 생각하는 게 바로 이 '겉모습'에 기반한 비교 문화다. 비교 문화 덕분에 우리는 스스로를 채찍질해 왔고, 좁은 땅덩어리에도 불구하고 능력치 만레벨을 찍은 인적 자원을 보유하게 되었다. 


뭐든지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그러다 보니 우리는 평생 경쟁의 칼날을 피할 수가 없다. 경쟁 속에서 조금이라도 앞서기 위해 매일을 노력한다. 하지만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신에게 확신을 갖지 못한다. 사실 지나가는 사람 누구에게 물어봐도 이 부분에서만큼은 내가 자신있다고 한번에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뽑히기 위해서는 내가 다른 지원자들보다 나은 점을 어필해야 한다. 즉, 우리는 여기서 정확히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된다.


확신이 100% 없을지라도 나의 매력/장점을 정확히 알고 어필해야 한다.


그러나 이 매력/장점이 학업 성적, 자격증 등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그런 것 역시 나를 어필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과연 그런 자격증을 갖고 있는 게 본인 하나뿐일까?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이 너무 높아 부실대학을 정리하는 판국이다. 그만큼 당신과 경쟁자들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결국 내가 갖고 있는 본연의 개성을 보여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사실 현직자들에게 어떻게 해서 본인이 합격했냐고 물어보면 태반이 넘는 사람들이 왜 붙었는지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자기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장점을 회사 인사팀에서 파악해 회사와 매칭시켜 봤고 그 궁합이 잘 맞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사원증을 목에 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회사의 기준에 맞춰 사람을 뽑는 사람들이 취준생 여러분들을 속속들이 알기는 어렵다. 내가 2년여 간 만나 본 200여명의 친구들은 각기 자기들만의 매력이 충만하다. 즉, 한 마디로 정의내리기 어려운 애들이다. 고유의 개성을 살려야 하고, 그 개성의 핵심은 자기만 안다. 그것은 누구도 알기 어렵다. 요새 나는 차라리 정신의학과 의사 선생님들이 취준생들이 자기도 모르는 인성을 알려줄 것 같다고 본다. 정신의학과를 가 보면 인간이 갖고 있을 법한 다양한 가능성을 설정해 두고, 자기와 잘 맞을 가능성이 높은 성향으로 방향을 좁혀 주기 때문이다. 이 쪽 일을 하는 내 입장에서 나부터 한 번 가 보려고 한다. 굳이 마음이 아파야 가는 건 아니니까. 비슷한 형태로 심리 상담 서비스들이 요새 많으니 한 번 이용해 보고자 한다.




나는 오늘도 150분 정도 4명의 친구들과 상담 겸 강의하면서 초지일관 강조했던 것은 하나였다. "너희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인적성에 붙어서 면접에 가는 친구도, 서류가 계속 안돼 진로를 고민하던 친구도, 면접에 번번이 낙방해 기계가 되어 버린 친구도 결국 취준이란 인생의 고비 앞에서 자기 자신이 그 동안 걸어 왔던 길이 맞는지 되묻고 있었다. 나는 이제 그들의 옆에서 너네가 걷고 있는 길이 처음부터 너와 맞던 길이었는지 물어봐 주는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이 어느 회사를 가던 행복하게 살아야 이 순간에 함께 했던 나의 보람도 클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힘내라,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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