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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하리 Nov 10. 2018

대학은 취업사관학교가 아니지만

사회 풍토가 우리를 가만 냅두지 않았다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내놓으며 거창하게 한 마디 했죠. "모든 사람은 연결되어 있다." 실제로 서너 다리 정도만 건너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친구 먹을 수 있다는 네트워크 이론은 그럴싸하게 들립니다. 이게 굳이 대인 관계에만 적용될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제 업이 자기소개서를 도와주고 써주는 일이다 보니 이런 고민을 심심치 않게 토로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내 경험이 이 회사, 이 직무랑 연결 안 된다는 고민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과연 그게 본인만의 문제냐고 생각하면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저 역시 초반에는 뭔가 뾰족한 수를 제시해 줄 수 없음이 굉장히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러다가 생각을 고쳐 먹었습니다. 애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것을 알아 버린 거죠.


왜냐하면 대개의 취준생들이 처음부터 회사 취직을 목표로 푸르른 대학 캠퍼스에 입성한 게 아니거든요. 일부 학교들은 싸트 전담반을 만들어서 학교에서 수업 이후, 싸트 풀이도 시킨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이 얘기는 몇 년 전에 돌던 썰이라 식은 떡밥일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이 정도로 취업률은 대학교별로 생존을 가를 정도로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에 이런 모습들이 일면 이해가 갑니다. 한편으로는 이것이 대학교의 전부가 된 듯한 느낌이기도 해서 속상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수능이란 일생일대의 과정을 거쳐 대학교에 갔고, 어엿하게 법적으로 공인받은 성인이 된 채로 대학에 갔는데 여기에서마저도 이렇게 뭔가 또 다른 목표를 향해서 좁은 책상머리에 앉아서 공부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면 이 얼마나 속상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고시 이른바 변호사, 회계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는 것은 조금 다른 영역인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내가 하고 싶은 것이라서가 아니라 주변의 선택에 맞춰 우르르 떠밀리듯 공부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죽하면 조지 소로스가 우리나라의 공무원 준비 광풍을 보며 미래가 없다고 혀를 끌끌 찼을까 싶은 거죠.


그 와중에도 보면 자기 나름대로의 길을 찾아서 다양한 경험을 했던 이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수능을 4번이나 보다 보니 공부로 뭔가 일가를 이루기는 너무 싫었고, 다른 길을 걸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디자인 씽킹이라는(지금은 흔해진 개념이지만) 것을 토대로 해서 동아리도 만들어 보고, 그 동아리 내에서 사회적 기업이나 캠페인도 해 보는 등 경험을 하며 청춘을 바쳤습니다. 그 와중에 취업을 생각 안 한 건 아니었지만 공부가 싫었던 것은 확실해서 기업 서포터즈, 홍보대사 등도 간혹 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뭐라도 도움 될까 해서. 사실 그걸 통해서 다양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이것으로 이득이 없다고 볼 수는 없겠습니다.


저야 경영학과 출신이고, 이런 경험들을 어떻게 녹이면 충분히 기업의 구미가 맞을 만한 글로 만들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다 경영학 전공한 것은 아닙니다. 특히 우리나라 고등학생들 혹은 N수생들이 대학 혹은 학과를 정할 때, 선생님들고 상담을 하는데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그런 고민 애초에 안 합니다. 점수 맞춰서 학교를 정하고, 좀이라도 좋은 학교를 가기 위해서 소위 말해 배치표에 맞는 과를 씁니다. 그 과정에서 적성은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이런 식의 사고방식과 학교 결정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사회에서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과가 구려도 일단 스카이만 가면 된다는 식이었죠. 그러나 이런 계층 분리가 시간이 지날수록 무의미해지고 있습니다. 연대 경영학과 졸업식에서도 현대카드 정태영이 이런 말을 했죠.


무한도전 출연자가 고시합격생보다 대우받는다.


예전에는 스카이 혹은 고시 합격생이면 소위 말해 인생에서 성공의 보증수표였습니다. 요새는 아니라는 것을 지나가는 어린아이도 알죠? 몇 년 전만 해도 언급도 되지 않던 톱 크리에이터들이 어느새 사회의 새로운 계층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들이 현재 누리고 있는 밝은 면만 보지만 사실 이들도 구독자 혹은 시청자 1명만 있을 때도 있었고 이 방송 뭐하는 거냐며 욕 먹을 때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고시나 명문대생들도 그 결과를 쟁취하기까지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는 것은 공통점이지요. 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크리에이터들은 절대로 멈출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자리에 오르더라도 계속 콘텐츠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이는 고시 합격했으면 이제 됐다는 식의 마인드와는 좀 다릅니다.


다시 취업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평생 직장 시대는 감히 말해 없다고 봐도 됩니다. 결국 나의 삶을 계속 윤기 있게 만드는 것은 나의 행복입니다. 과거 방식대로 정량 스펙, 학벌 등이 성공을 무조건 좌우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물론 그 방식 역시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전과 달리 절대적 부를 주지 못합니다. 결국, 내가 제일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일을 찾고 나의 미래를 구상해야 이것이 나를 지치지 않고 계속 일을 하게 만드는 연료가 되어 줍니다. 그런데 회사를 우리가 선택하기에는 TO도 적고 어떤 회사가 좋을지 다녀 봐야지 알고 있습니다. 사실 현직자 얘기 들어도 모릅니다. 그 현직자의 마음은 내 마음이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입사하기 전에 본인을 뽑는 인사 담당자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해야 합니다. 정말 내 솔직한 모습(물론, 회사와 어느 정도 접점을 맞춰 놔야 해요)을 회사에 보여 주고, 그것을 보고 회사는 당신을 뽑을지 말지 결정하는 거죠. 당신이 떨어지면 인재상 혹은 회사가 현재 필요한 부서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의 자격요건에 본인이 부합하지 않는 거죠. 


이렇게 생각해야 되는 게 회사들은 각 개개인에게 탈락의 원인을 소상히 알려 주지 않습니다. 그러면 그냥 탈락한 게 회사와 내가 다르다는 결론에 부합하게 만들고 넘기게 만들어야 해요. 그러려면 정말 자기소개서 하나를 쓰더라도, 인성 평가 그리고 면접을 보더라도 그 안 내용물에 진짜 나를 고스란히 투영해야 됩니다. 그게 안 된다면 아직 탈조선을 고려하기에는 시기 상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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