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수고해야겠지만, 그간의 수고로도 박수받아 마땅합니다.
산다는 건 그 자체로 빛나는 일입니다.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너무나 눈부십니다.
미즈노 케이야 <그래도 나는 꿈을 꾼다> 중
이 글은 어제-오늘 공교롭게 비슷한 유형의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난 뒤, 그것에 대한 제 생각을 풀어내고자 쓰게 되었습니다. 분명히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을 놓지 못해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부디 이 글 덕분에 어깨 힘 빼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여러분들은(나 포함) 충분히 잘 해 왔고, 잘 하고 있고, 잘 할 거니까.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고 조바심 내지 않기를. 길고 꾸준하게 자신의 에너지를 써서 결과물을 쌓아 가다 보면 분명히 그것들이 어우러져 내는 빛이 강렬해 사람들이 한번은 돌아보게 될 거니까. 그렇게 믿고 가야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으니까.
어제 면접을 도와 줬던 친구는 자기 삶에 대한 비전이 뚜렷하게 세워져 있는 편입니다. 무엇을 해야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될지 잘 알고 있었고, 그 신념을 유지하면서 정말 성실히 살아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다 보니 너무 걱정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고생이 스스로를 혹사시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신도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속상했습니다. 조금만 스스로에게 브레이크를 걸어 주고, 주변을 한번만 돌아보면 생각보다 훨씬 멋진 세상이 내 앞에 있는 것도 알게 될 것이고, 그 세상을 보며 내가 얼마나 빛나는 존재인지를 자연스럽게 알 텐데 힘들어하면서 힘을 빼지 못하는 친구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이 많이 없어 참 미안했습니다.
그 다음 날인 오늘 아침에도 모임하는 와중에 리더 친구가 똑같은 고민을 했습니다. 매주 열심히 주어진 일을 하고, 잠자는 시간까지 쪼개며 사는데 눈에 보이는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안쓰러웠습니다. 사실 저 역시도 엄청나게 대단한 결과를 만든 게 아니라 이런 말을 해도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니, 오히려 뭘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게 좀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겠네요. 결과보다는 과정에 의미를 좀 더 부여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예전보다는 많이 그런 경향성이 짙어졌지만, 여전히 우리는 결과의 망령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JTBC에서 시작한 드라마, 스카이 캐슬입니다. 명문대에 자식들을 보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저 역시도 약간 여기에 해당되다 보니 마음이 아렸습니다. 특히 의대에 간 아들이 부모에게 의대 입학증서 줬으니 이제 내 인생 살겠다고 하는 장면에서 심장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저도 수능을 4번이나 보는 정말 고되고 힘든 과정 끝에 소위 말하는 명문대에 갔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제 삶은 명문대 출신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지요. 오죽하면 우리 어머니가 "힘들게 키워서 K대 보냈더니 아프리카TV 방송하냐." 고 울던 수화기 속 목소리는 아직까지 저에게 남아 있습니다(상처는 아닙니다. 어머니 입장에선 충분히 슬퍼할 만 하시죠. 게다가 입시 과정 속에서 받았던 아버지의 압박으로 인해 어머니 역시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새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사람들에게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간 당신의 삶은 어땠냐?"고요. 당신이 선택하는 삶의 과정 하나하나가 어떤 의미이고, 어떤 이유로 그 삶을 선택했냐는 식으로 꼭 되묻습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들의 선택이 충분히 의미 있었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든 당신에게 분명히 약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 좌절하지 말고, 후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나 그리고 당신들의 선택이 옳다고 믿어야 그것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견지하며 이 힘든 하루하루를 버텨 나갈 것이고, 그 삶의 흔적들이 쌓여 당신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거라 생각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