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 다녀왔고, 이제 나를 불러 줄 미지의 공간을 찾겠다.
한 편의 가사에는 쓴 사람의 소소한 일상과 요즘의 관심사, 삶과 사랑에 대한 생각, 개인적인 시간의 조각들이 담겨 있는 법이다.
심현보, <작사가의 노트> 中
3주 전쯤인가? 엄마가 웬수같은 아들내미 반찬 해 준다면서 집엘 왔다. 그래도 엄마랑은 얼굴 마주하고 밥이라도 한 끼 해야 할 것 같아 쌀국수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오랜만에 모자가 마주 앉아 먹는 저녁 식사라 약간의 정적이 흐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 정적을 깬 건 역시 엄마의 한 마디였다. 요샌 뭐하고 사냐면서... 이거 저거 말은 하지만,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고 강의/방송/글쓰기를 하는 아들내미의 모험이 곱게 보일 리 없다. 엄마가 했던 여러 가지 말들 중 지금도 뇌리를 떠나지 않는 한 마디가 있다.
어렵게 산다.
그치, 따박따박 월급 나오는 거 받아먹으면서 그거 적당히 아껴 쓰면 되는데, 힘든 길을 가냐는 거다. 그래, 사실 생각해 보면 지금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이 고독하고 많은 수고로움을 요하는 것들이다. 글을 빨리 쓰는 내 장기를 한 명의 사람에게라도 더 알리기 위해 아둥바둥하고, 무료로 쓰는 캠퍼스잡앤조이 칼럼을 스크랩해 가는 대학교 담당자들에게 전화해 나를 PR한다. 기회를 찾아다니는 하이에나 같은 삶이 때로는 피곤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엄마 말처럼.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내 도전을 응원해 주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나는 직장이란 덫에 여전히 갇혀 나오고 싶어도 무기를 마련하지 못해 아직 차디찬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일부 직장인들에게는 희망이다. 회사라는 울타리가 없어도 과감히 나와서 내 두 발로 서서 당당히 외부의 바람과 맞서는 내 모습을 직장인들이 신기하게 봐 주고 있다. 물론 처음에야 하면 얼마나 하겠어? 했겠지만, 그런 게 어느덧 반년이 넘어갔으니 말이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성장이 곧 생존이니까.
이번 주에는 강릉엘 다녀왔다. 강릉 역시 내 발품이 만든 기회였다. 여름쯤이었나? 내가 연재하는 캠퍼스잡앤조이 칼럼을 강릉원주대 여대생 커리어센터에서 스크랩해 간것을 발견했다. 페이스북 검색을 하니 페이지가 있어 뭔가에 홀린 듯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답장이 왔고, 담당 선생님과 통화를 하다가 그 자리에서 좋은 제안을 받았다. 강의하자고. 그렇게 브런치 특강의 한 꼭지를 담당하게 되었다. 원래는 9월이었는데 교내 사정상 두 달 정도가 미뤄지면서 11월까지 오게 된 것이다. 이런 경험들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포트폴리오고, 자산이었어서 강의가 열리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강릉에 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다행인 건, 평창 올림픽 개최 이후로 서울에서 강릉까지 가는 KTX가 생겨서 하루 안에 오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왕복 교통비를 감안해 버스를 탈까도 고민했지만 한 푼이라도 남으면 됐다! 대신 아이들에게 좀 더 밀도 있는 강의를 보여 주기 위해 나의 컨디션이 좋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강릉에 갔다.
그렇게 간 강릉에서의 강의는 좋았다. 12시에서 1시까지 단 1시간 동안만 하는 강의라 많은 이야기를 해 주지는 못했다. 그래도 자기소개서에 대해서 내가 생각하는 관점을 참신하고 빠른 속도로 풀어주려고 노력했다. 서울에서 갔는데 1시간만 하고 돌아가기 아까워서 1시간을 일부러 시간을 더 내서 자소서 첨삭 스터디도 해 주었다. 누가 시킨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라도 열성을 보이고 나의 글이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닿을 수 있다면 기꺼이 시간을 내겠다고 다짐했던지라 그 추가 스터디에 드는 에너지는 전혀 아깝지 않았다. 강의는 100여명 정도가 들었지만, 스터디는 3명이 왔다. 그들에게 한 문항씩 자기들이 썼던 글에서 완전히 바뀐 것을 다시 만들어 주니 우와... 라는 소리들이 절로 나왔다. 나는 그런 반응들이 참 좋다.
나의 짧은 강릉 탐방은 끝이 났다. 일장춘몽 같은 느낌이라 아쉽기는 했지만, 나의 존재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릴 수 있어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 전투적으로 살아가는 나의 하루하루들이지만, 그 하루들이 모여 먼 훗날 나를 완전히 빛나게 해 주는 데 기틀이 된다면 지금의 어려움은 기꺼이 감내할 수 있다. 게다가 나는 이 어려움이 즐겁다. 이 글을 쓰며 또 다른 용기 있는 시도를 해 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자소서 쓰는 플랫폼 회사 자소설닷컴에 나의 이력과 콜라보 제안을 해 볼까 한다. 이전에 이들이 콜라보 했던 유튜버보다 훨씬 더 실질적인 글 갈아 엎기를 시전해 줄 수 있어서 아마도 더욱 의미 있는 협업이 되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 봤다. 거절을 당해도, 무시로 일관해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아니 멈추지 않아야 한다. 내가 걷는 걸음 걸음이 하나의 가사이자 스토리가 되어 줄 거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