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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을 통해 성숙해지는 나

2019년의 목표

by 하리하리

"당분간 여기서 살련다. 좁은 집이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나카자와 히나코 < 아버지와 이토씨> 中



2019다. 새로운 해이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여전히 나의 마음은 어지럽고, 그 마음 속에서 뾰족하게 답을 구하지도 못했다. 마음이 아무리 어지럽다고 해도 삶은 살아 나가야 한다. 사실 12월까지만 내 개인적 고민을 마치고 이후에는 가열차게 2019년을 헤쳐 나가겠다고 다짐했건만, 막상 1월 1일이 오니 똑같다. 여전히 똑같은 잘못을 하고, 그 잘못을 한 나를 스스로 질책하는 것은 똑같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되겠지'란 말은 마음이 황폐해져 가는 나에게 찾아 온 단비 같다.


나에게 다가온 고뇌의 순간들은 단 1초 전이라 할지라도 과거라고 템플 스테이에서 배웠다. 과거에 얽매이는 것만큼 불운한 것도 없다. 과거와 지금이 충돌하면 나는 주로 과거를 선택하고, 후회라는 감정에 빠진다. 흑역사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친한 후배가 홍콩에서 본 카우보이 비밥이란 애니메이션에서는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그 과거에 직면했던 문제를 해결한 뒤, 앞으로 나아간다고 우리는 대개 우리가 했던 과거의 선택을 좋아하지 않는다. 필히 과거의 나는 현재의 나보다 덜 성숙하다. 성숙함은 내가 겪는 경험과 자극의 정도나 양에 따라 결정된다고 믿고 있다. 당연히 하루 하루 살면서 쌓이는 깊이는 무시할 수 없다.


과거를 반면교사 삼는 자세는 좋지만, 그렇다고 과거의 기억에 계속해서 괴로워할 수도 없다. 나는 또 나의 삶을 살아야 한다. 하루하루 나를 진보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다만, 작년과 올해의 차이를 들자면 그것은 흔적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뭔가 매일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 흔적을 어떻게든 기록으로 남겨 두기 위해서 글을 썼다. 글이란 것이 애초에 나의 고민을 깊숙이 집어넣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흔적을 남기는 것만이 우선순위라고 착각해 왔다. 혹시 나의 글을 꾸준히 읽는 분들이 있다면 알겠지만, 글 올라오는 속도가 처음에 비해 현저히 줄었음을 알지도 모르겠다. 이는 곧 나의 변화된 가치관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소위 말해 글을 뽑아내는 것에 마음을 쓰지 않는 대신 생각하는 데에 에너지를 쏟는 비중이 커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행동 우선주의에 휩싸여 있다 보니 신중함 대신 신속함이 나를 지배했다. 신속함이 갖고 있는 장점도 분명하지만, 단점 역시 확실히 있다. 깊이가 떨어진다. 내 결과물을 사람들이 이렇게 봐 줬으면 하는 마음 속의 계획이 있다. 고민을 얕게 하고 쓰여진 글은 사람들마다 반응이 갈린다. 내가 예상했던 반응대로 글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나는 그 반응들에 가슴 아파 하면서 그것을 외면했다. 그래, 외면이란 표현이 적합해 보인다. 이 얼마나 유아적 발상인가? 세상이 내 뜻대로 안 된다고 외면이라니. 그렇다고 그런 반응의 빈도를 줄이기 위해 신중을 기하는 것도 아니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나의 말과 글이 누군가에게 상처였다면, 미안하다. 올해의 목표는 내 DNA에 조금이나마 신중함을 내재화시켜 보는 것이다. 쉽지 않을 지도 모른다. 30여년을 그렇게 살던 사람이 아닌데,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당연할 수 있지만 나에게는 정말 큰 도전이다. 오히려 퇴사보다도 더 큰 도전일 수도 있다. 그래도 해 보려고 한다. 내가 어느 환경에서든 좀 더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리고 이런 노력이 당신에게 닿아 나의 진정성이 좀 더 뚜렷하게 들어갈 수 있다면 말이다. 이렇게 다짐을 해도 여전히 잘 안 된다. 약간의 시행착오가 있어도 너그러이 봐 줄 수 있는 독자 분들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내 마음속 고민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된다. 그렇다고 해서 글을 세상에 내놓지 않는다면 나란 사람이 잊혀지니까. 나는 고뇌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글을 써야 한다. 예전에 비해 좀 더 생각하는 라이터가 되겠다. 하루하루 고민하다 보면 내가 사는 이 공간, 내가 쓰는 이 글의 분위기가 달라져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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