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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하리 Jan 03. 2019

경험 선정의 기준

진솔한 것은 좋지만, 어필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은 저와 오프라인 수업을 열심히 진행하며 취뽀를 향해 달리고 있는 벨라와의 에피소드에서 나왔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글을 씁니다(벨라, 땡큐!). 그 친구와 입사 후 포부 항목을 쓰고 있었습니다. 해외영업 직무와 관련된 입사 후 포부였습니다. 해외 바이어들과의 소통을 전제로 하는 해당 업무에서는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얘기의 주제를 문화권으로 옮겨가고 있던 찰나, 이 친구가 뭔가 번뜩 떠오른 게 있었는지 저에게 말을 겁니다.


쌤, 나 생각난 거 있어요!


자기가 교환학생으로 있던 시절 얘기를 해 주는 것입니다. 자기는 하나가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외국 친구들에게 다가갔는데, 아무리 친하더라도 개인의 입장도 존중해야 한다면서 팔짱을 끼는 행위에 대해 극도로 예민해 한다는 얘기를 해 주었습니다. 제가 그 글을 쓰면서 던지려고 했던 화두인 문화 상대주의에는 부합하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고민 끝에 그 경험을 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그 친구가 어떤 의미를 얻었는지는 확실히 알겠지만 이것이 이 친구를 뽑아야만 하는 이유를 전달하기에는 분명치 않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람들에게 자주 말하는 것이 뭐든지 경험으로 뒷받침하라입니다. 내가 얼마나 잘나고 대단한 사람인지 떠들어 봤자 보여지는 것이 없으면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이 믿지 않을 것은 뻔합니다. 경험을 제시해 자신이 얼마나 회사에 기여할 만한 거리가 많은지 보여줘야 합니다. 대개의 기업들이 자기소개서를 받을 때, 항목별로 글자 수 제한이 존재합니다. 한정된 글자 수 안에 자신의 매력을 응축시켜 표현해야 합니다. 만약 경험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진다면 자신의 매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에 있으면서 내가 겪었던 모든 순간들이 곧 경험인 것은 맞습니다. 그렇다고 회사, 산업군, 직무 그리고 내가 제시하는 나의 강점이랑 굳이 부합하지 않을 법한 경험까지 던질 필요는 없습니다. 자소서에 쓰기 가장 좋은 경험이라 함은 나의 존재나 역량으로 어떤 상황에서 문제를 타개했다는 논리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의 경험처럼 어떤 상황에서 내가 뭔가 누군가로부터 나의 부족한 점을 깨달았다는 내용은 자소서에서 나를 어필하기에는 적절치 못해 보입니다.


만약 제가 저기서 경험을 끄집어 내려고 했다면 아마도 다른 나라 문화권 친구들이 나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내가 미리 노력했고, 그 덕분에 그들이 저에게 기대 이상의 감동을 했다는 경험을 쓸 것 같습니다. 혹은 처음에 한번 그들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실수를 했지만, 그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더욱 몸을 삼가고 조심해 나중에 그 친구들이 저의 잘못을 보완하는 노력에 더욱 마음을 터놓았다는 식으로 풀어 내는 것이 제가 봤을 때, 문화 상대주의(?)와 관련한 경험이면서도 저를 어필할 수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험을 조작하는 것인가요? 아뇨. 같은 상황이라도 어떻게 그것을 다시 보고 재편집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봅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망각의 동물이라 과거의 기억을 고스란히 머릿 속에 보존하고 있지 않습니다. 조작되는 과정에서 흔히 말해 그 경험들은 제가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되기 마련이죠. 하지만 시간을 들여 그 경험을 조금만 깊이 파고들어가다 보면 다른 관점으로 그 경험이 재해석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작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뿐입니다. 저는 항상 말씀드리지만 여러분들의 가능성을 무조건 믿고 있고, 여러분들이 못나서 더 좋은 경험을 하지 못한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조금만 템포를 죽이고 나를 깊이 들여다 보세요. 경험의 또 다른 얼굴은 그 순간 빼꼼 내밀 것이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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