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유란 애초부터 불가능했을 지 모른다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도 그대들은 평안하신지? 출근길에 오르며 또 얼굴을 찌푸리며 욕하지는 않았는지? 회사 문을 열면서 험상궂게 일그러진 표정을 풀고 자본주의 미소를 장착하지는 않았는지? 한 주 중에 힘든 요일 중 두 손가락 안에 꼽을 법한 화요일을 지나가는 이 땅의 회사원들을 응원하는 하리하리, 그 하리하리가 쓰는 퇴사일기입니다. 회사 다닐 때만 해도 7시 50분에 알아서 일어나는 것이 그렇게도 싫고 고통스러웠는데 말이죠. 이제 저를 속박하는 것이 없어지니 웃으며(^^) 눈을 뜨고 기지개를 펴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하루를 힘차게 시작했습니다. 이런 하루의 즐거움을 아주 소수의 분들을 제외하고는 느끼지 못할 거 같단 생각에 좀 더 사명감을 갖고 글을 씁니다. 제 글을 보면서 회사 안에서 느끼는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주제의 시발점은 "하리하리의 현직자방" 매니저이자 제 글에 언제나 무한한 응원을 해 주는 바이오님의 사연입니다. 바이오님이 계신 회사 뿐만의 현상은 아니겠지만, 회식부터 점심 그리고 야근할 때는 저녁까지 팀원들끼리 모여서 밥을 먹습니다. 그리고 많은 회사가 그러하듯 그 메뉴 결정권을 막내에게 일임합니다. 떠올려 보면 저 역시도 점심 먹을 때, 메뉴 선정을 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일임이라고 해서 우리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바보같이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저는 언제나 애매한 단어가 나오면 그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는 버릇이 있는데요. 일임이란 단어는 어떤 뜻일까요? 다음과 같습니다.
일임: 모두 다 맡김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한 번 더 사전을 찾아볼게요. 이번엔 "모두"란 단어 뜻입니다.
모두: 일정한 수효나 양을 기준으로 하여 빠짐이나 넘침이 없는 전체.
유사어> 온통, 고스란히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종합해 보면 점심 메뉴 선정이라 함은 막내가 정할 수 있는 기준 한에서 전적으로 막내가 정하라는 의미이죠. 그러나 우리가 막내 때를 떠올려 봅시다. 점심 메뉴를 정말 제가 먹고 싶은 걸 골랐나요? 아니죠.
저희가 먹고 싶은 걸 고르면 절대 안 됩니다. 중간 관리자 분들께서 메뉴를 고르는 것 자체마저 귀찮고, 결정 장애가 있으니 그 권한을 떠넘기는 개념입니다. 우리는 최상위 관리자의 취향, 그 전날 음주 여부, 금일의 신체 상태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회사원의 가장 큰 휴식이자 힐링은 곧 점심이지만, 막내들에게 힐링 타임은 점심을 다같이 먹고 난뒤 커피까지 먹고 나서 사무실에 돌아와 오후 근무를 시작하기 직전 15분 정도에 불과하죠. 여러분, 직장 생활이 이렇게 힘듭니다...

금일자 기사였나요? 주 52시간 근무가 의무화되고 난 뒤 직장 내 풍토의 변화에 대한 기사를 봤습니다. 아연실색할 만한 내용도 있었습니다. 회사가 직원들의 흡연 시간, 화장실 시간, 식사 시간까지 체크한다는 겁니다. 다 큰 성인들에게 이 무슨 망발입니까? 게다가 지금 시대가 4차 산업 혁명을 논하고 있는데 시대에 뒤떨어진 처신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이것만 있나요? 제가 있던 회사에서 6월 1일 부로 복장 자율화를 결정했다고 하더라구요. 뭐 회사의 창의적 발전을 위한 시도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될 여지는 있는데요. 문제는 세부 규칙입니다. 라운드 티셔츠는 지양해 달라는 얘기를 전해 듣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폴로나 난방만이 통용된다는 의미인데요. 진정한 자유도 아니면서 사회 분위기에 편승하기에 급급한 모습, 보여주기식 자유 그게 진짜 자유입니까? 이 글을 보는 전 회사 인사팀 담당자 분들, 반성하시길 바랍니다. 규제를 할 거면 확실히 하고, 자유를 주려면 확실히 주세요. 이도 저도 아닌 모습은 도리어 회사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입니다.
폐쇄적 조직은 물론 엄격한 규율을 기반으로 일사분란하게 구성원들을 통솔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 나라를 세계 11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만든 힘이기도 하죠. 하지만 한 단계 더 올라가기 위해서는 이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회사든 국가든 조직을 이끌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어지게 되었어요. 구성원들에게 진정한 자유를 주고, 그 자유가 구성원들에게 업무 의욕을 북돋아 주고, 그 의욕이 회사의 발전을 이끄는 진정한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기를 기원합니다.
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면 참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