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더 이상 정량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지난 번 예고대로 오늘은 제가 취업을 2번 거치면서 기업을 고르는 기준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가 굉장히 대단한 사람이라고만 알다가 현실을 빠르게 파악하고 스스로 세운 원칙을 지키며 신중하게 서류 지원부터 한 단계씩 밟아 나갔기 때문에 취뽀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28살 처음 취업 준비할 때로 거슬러 올라가 봅니다. 그 당시 저는 학점은 낮았지만, 자신감만큼은 하늘을 찔렀습니다. 전국 단위의 캠페인도 앞에서 이끌면서 그것이 나름의 성과라고 착각했었구요. 게다가 그 캠프가 당시 SK플래닛과 업무협약을 맺었다는 것을 알고 이를 전면에 내세워 서류 작성을 합니다. 지원한 곳도 SK플래닛 Biz란 직무였습니다. 신사업 및 파트너쉽을 하는 것이 주요 업무란 것을 보고서는 내가 했던 캠페인이 SK플래닛과 만들어 갈 시너지를 예상해 볼 때, 충분히 내가 그 속에서 일한다면 둘 사이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큰 기대 하면서 서류 지원을 했고, 공교롭게도 서류 발표 날 SK플래닛과 제가 기획하고 참여했던 캠페인 사이에 업무 협약을 맺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 자리에 참석도 했고, 그 날 저녁 서류 발표만을 기다렸죠. 솔직히 서류는 당연히 붙고 그 뒤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까지 상상의 나래를 펼쳤습니다.
자 대망의 서류 발표 날! 저는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서류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분명히 내가 기획한 캠페인이 전국 300여개 가게가 참여할 정도의 규모로 성장했고, SK플래닛과 업무협약까지 맺었는데 대체 내가 왜 떨어졌을까? 이런 상념이 저를 너무 힘들게 했습니다. 그 고민의 답은 두 번째 취업 준비를 하면서 금세 찾았습니다. 제가 참여했던 캠페인과 업무 협약을 맺은 곳은 SK플래닛 윤리경영실입니다. 사회 공헌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부서와의 협업이었던 겁니다. 나를 뽑기 위해 서류 및 자기소개서를 검토하는 곳은 SK플래닛 인사팀입니다. 우리 캠페인이 회사의 경영 성과에 지대한 공을 끼친 것이 아닌 이상 이 일에 대해 속속들이 알기 어렵습니다. 제가 아무리 잘났고 SK플래닛과 어떤 연결 고리가 있는지 어필해 봤자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쓰디쓴 자기 반성을 거친 후, 2가지 기준에 입각해 회사에 넣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1)직무와 나의 일관성 2)채용 인원이 많은 계열사
우리가 예를 들면 롯데그룹, LG그룹에 지원한다고들 하지만 이런 그룹은 대한민국 내에서만 통용되는 명사입니다. 롯데 내 계열사만 해도 50여개에 육박합니다. 그 계열사 내에도 수많은 직무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우리는 단 한 군데만 지원할 수 있습니다. 정확히는 계열사 하나, 직무 하나! 간혹 그룹 공채 지원하는 경우에 한해 1순위 2순위로 나뉘어져 있는 경우도 있지만, 상식적으로 볼 때에도 1순위 지원자가 2순위 지원자보다 우선시되는 것은 당연하단 것을 알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서류 지원의 기회는 공채가 떠 있는 회사의 가짓수에 비해 희소한 편입니다.
그래서 가장 많이 뽑는 계열사, 그리고 영업 직무에 치중해서 저의 지원을 집중했습니다. 실제로 롯데그룹 공채 당시 롯데정보통신을 지원했는데 000명을 뽑는다는 기사만 보고 IT영업에 덜컥 서류를 넣었습니다. 지금 와서야 나이도 차고 다양한 기업도 직간접적으로 겪어 보면서 익숙해졌지만 당시만 해도 SI 산업군에 대한 이해는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했습니다. 저는 그룹 내에서 가장 많은 숫자의 사람을 뽑는다는 공고만 보고 지원했습니다. 이후 합격을 하면 공부하면 되지~! 란 마음만 제 안에 가득했습니다. 이 회사, 결국 최종 합격했습니다.
제 취업 지원 역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두 곳의 지원 역사만 공유해 드렸지만, 기억을 되짚어 보면 정말 웃기는 이유만 갖고 지원했는데도 불구하고 당연히 서류가 붙을 거라 기대했던 곳도 많았고(예: 롯데백화점 마케팅) 현실적 판단 기준을 갖고 기업을 정해 최종합격을 한 곳도 있습니다(예: LG서브원 MRO 영업) 제가 취업 준비를 하던 2014~2015년에 비해 회사들은 사람을 더 적게 뽑고, 점점 쌓이는 취준생들의 수도 하루가 다르게 부쩍 늘고 있단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2번의 취준 과정을 거치며 확립했던 기준들은 지극히 상식적인 선에 입각했던 결과물이었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자신에 대한 파악도 명확히 하지 않고 지원한 뒤, 떨어지면 괴로워하는 형국이 반복되는 것을 보니 답답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이 여러분들에게 작은 불씨가 되어 스스로를 좀 더 냉정히 보고 잘 지원해 직장인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