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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하리 May 22. 2020

전국민 고용보험에 대해 생각하다

혁신과 평등이라는 두 가치가 오묘하게 얽혀 있는 문제

포스트코로나 시대, 우리는 이전보다도 더한 고용 불안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전국민 고용보험을 화두로 올리고 있다. 유튜버/프리랜서/크리에이터로서 정부의 이야기에 눈길이 간다. 나 역시 수익이 불규칙적인 만큼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관련 내용을 공부해 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은 사회적 고찰이 필요한 주제다.


일단 사회의 대변혁 속에서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노동자, 직업들이 생겼다. 배달 앱의 보편화로 생긴 플랫폼 노동자와 같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는 이들을 지켜 줄 보호막이 없거나 옅다는 거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계층이 바로 이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이 분들 외에 일용직 근로자들 분들도 고용 불안의 위협에 놓여 있다. 하지만, 그 분들은 이미 사회적으로 노출이 돼 있는지 시간이 오래 된 터라 나름대로의 장치막이 있다. 고용보험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니까. 이외에 예술 관련 종사자 분들도 작금의 사태로 인해 큰 타격을 입다 보니 이들을 지켜 줄 법안이 빠르게 통과 절차를 밟고 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방역 문제도 방역 문제지만, 더 심한 건 이후 우리나라 경제가 겪을 충격파를 꼽는 분들이 많다. 많은 이들이 제2의 IMF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다행인 건 현재 대한민국 주요 리더들이 이에 대한 인식을 하고 있다는 거다. 일단 인터뷰만 보면, 무책임하게 쌓아 둔 예산을 탕진하는, 일단 눈앞의 문제만 해결하고 보자는 식은 아닌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은 든다.


주요 언론 및 리더들의 입에서 나오는 소득 중심의 조세 방식으로의 대전환도 이번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이전까지의 고용보험료는 고용한 사람 수 중심으로 내는 거였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수익은 적은데, 고용한 직원 수가 많으면 보험료를 많이 내야 했다. 급격한 IT 대전환 속에서 자동화는 흔한 풍경이 되었고, 고용을 조금만 하는데 수익을 내는 회사들은 고용보험료 납부에서 자유로웠다. 소득 중심의 보험료 전환은 누군가에게 상대적 역차별을 가져올 게 뻔하다. 그래서 정부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말하고, 점진적/단계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게 과연 이뤄질 지가 걱정이다.


이는 좀 더 근본적 고민일 수 있는데, 우리나라 임금 구조가 사실 너무 비현실적으로 불평등하다(물론 HR 분야에 종사하는 이로서 그 덕분에 내가 상대적 혜택을 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본과 달리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임금 격차가 너무 크다(이건 논문이 아니니까 구체적 근거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들 대기업에 가고 싶어 하고, 대한민국 경제 자체도 대기업 중심으로 돌아간다. 파이를 열심히 나누려고 국가에서 노력 중이지만, 오랫동안 누적되어 왔던 관습을 단번에 타파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참 어렵다. 하지만, 전국민 고용보험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주장하는 나의 대안은 두 가지다. 첫째, n잡의 보편화다. 둘째, 개개인이 하나의 비즈니스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대안 모두 우리 사회의 역동성과 다양성을 높이는 것과 연결된다. 미래 사회는 변화, 혁신과 필수적으로 마주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이 혁신과 변화로 인해 사회 구성원 누구라도 사지로 내몰려서는 안 된다. 내가 보는 우리 사회의 밥그릇 크기는 그리 커지지 않았기 때문에 누군가 그 밥그릇 바깥으로 밀려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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