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결심, 그 이면에는 누구보다 오랜 고민이 담겨 있을지도
결심 같은 것도 몸에 해로워.
결심한 대로는 안되기 마련이니까.
그러면 내일 또 결심할 게 생기는 것 말고 더 생기는 건 없을걸.
은희경 <태연한 인생> 중
다른 친구들의 자기소개서 쓰는 걸 도와주는 일을 하면서 항상 내가 하는 게 인터뷰다. 인터뷰를 할 때, 내가 꼬치꼬치 캐묻는 게 하나 있는데, 당신은 왜 그 결정을 했는가? 이다. 이 질문을 좀만 더 자세히 풀어 설명해 주겠다. 실제 내가 인터뷰할 때, 왜란 질문에 어영부영하는 친구들에게 자세히 풀어서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그 상황에서 여러분이 최우선순위로 삼는 기준! 그것이 이 결정/결심의 이유입니다.
라고 말이다. 매사 그냥 하는 건 없다. 사실 나는 좀 그런 게 있다. 아니지, 그냥이라고 말하고 다니고, 얼핏 봤을 때는 그 결심을 하는 데 별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꽤 오랫동안 그 결심을 하기 위한 고민을 해 왔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결정적 순간, 누구보다 빠르게 결심/결단을 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게 아닐까?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에 꽤 큰 영향을 줄 결정적 순간 앞에서 고민한다. 고민 후, 하게 될 행동이 인도할 나의 미래에 대해서 여러 가지 가설을 내놓는다. 그런데 인생이란 게 절대로 우리 맘 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인생이란 게 우리를 절대 예상한 대로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혹시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면, 그 친구들에게 꼭 말해 주기를 바란다.
야, 너 진짜 운 좋다.
나도 절대로 지금의 삶을 예상하고 이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내가 글을 빨리 쓴다는 것도 몰랐으니까. 쓰다 보니까 글 실력이 늘었고, 글 실력이 늘다 보니까 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게 된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하게 계획을 세워 두고, 그 계획대로 밟아가기 위해 시연도 해 본 뒤, 결정을 하면, 성공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확률적으로 높아진다는 거지, 100%가 아니라는 거다.
그래서 내 추천은, 무조건 부딪히라는 거다. 요새 같은 시대에는 빠른 결단과 행동이 성공에 가까워지는 지름길임에는 확실한 것 같다. 물론 이렇게 하는 나의 제안마저도 확실한 팩트는 절대 아니라는 것, 잊어서는 안 된다. 모든 답은 내 안에 있다. 나도 자기소개서를 쓰는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반복적으로 하니까. 그 답을 끄집어 내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다른 누군가의 말은 참고사항일 뿐이지, 신봉할 진리는 아니라는 것.
나 혼자만의 결심 외에 다른 누군가의 결심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결심에 도달하기까지는 나와 달리 좀 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이 때, 나는 기다린다(솔직히 답답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그 사람이 나를 알기 전 삶이 있지 않은가? 이전까지 그 사람의 삶에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내가 함부로 그 사람의 결심에 가타부타 끼어들 수는 없다.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기다리다 보면 그 사람은 먼저 결심하고 기다리는 나를 봐 준다. 우리는 모두가 사회적 동물이라는 걸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지 않은가?
대신 내 생각이지만, 먼저 기다린다고 해서 우두커니 서 있어서는 안 된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한다. 이건 취준생들에게 내가 하는 말과도 비슷하다. 뭔가 어필하고 싶은 요소가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티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수많은 지원자들 가운데에서 당신의 글과 말, 이미지에 한번이라도 응시해 줄 거라고 본다(내 24시간이 자소서와 면접으로 점철돼 있어서 모든 근거가 이 쪽인 건 너무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구독자들 모두 취업이란 관문을 거쳐 봤거나 거치고 있기에 내 이야기를 이해해 주리라 본다).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나의 결심이 헛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나의 이 결심이 조금 빨랐다 해서 그 결심이 절대로 헛되거나 작은 외풍에 쉬이 흔들릴 것이 아님 역시 알아주기를 바란다.